이재명 '기축통화론' 논란…전문가 "현실 가능성 제로"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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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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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 확대 근거로 주장
국가 재정·신용 악영향 우려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가 세계 중심 통화로 편입될 수 있는 만큼 국가가 빚을 더 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떤 측면에서도 현실화 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데다, 이를 근거로 부채를 늘리자는 건 국가 신용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란 비판마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후보가 전날 진행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TV토론에서 내놓은 우리나라의 기축통화국 관련 발언은 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국채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고 외국 자본이 유출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적에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만큼 경제력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와 유럽연합 유로화, 일본 엔화 등 국가 간 무역 거래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원화가 조만간 해당 통화들과 같은 국제적 위상을 갖추게 될 테니 국채를 더 찍어내도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기축통화 언급은 당장 TV토론 내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의 차이점을 아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하자, 이 후보는 당연히 안다며 "우리도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할 정도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원화의 기축통화 논의 자체가 무리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제 결제 화폐로서 한국 원화의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이 발표한 지난 달 국제 결제 통화 비중에서 한국 원화는 20위 안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잡음이 커지자 여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의 기축통화 발언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지난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배포한 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는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와 관련한 내용이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 기축통화와는 아예 다른 개념이다.

더욱이 현행 SDR 바스켓 포함 통화는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5개 통화에 불과하다. 억지춘향 식으로 SDR 바스켓을 끌어 쓴다 해도 원화의 기축통화 진입 논거로 사용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이 후보의 생각에 근거 없는 낙관론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국가 채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했다는 점에서 한층 위험한 발상이란 평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기축통화론에 대해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평가하면서 "실질적인 기축통화국은 미국 정도뿐이고 다른 주요국은 국제적인 통화로서의 유통 가능성은 있는 편이지만, 우리 원화는 그런 통화의 특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다는 건 현실에서 크게 벗어난 얘기라며 "민주당이 제시한 SDR에 편입된다 하더라도 기축통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성 교수는 "지금 문제가 되는 건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국가 신용도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하면 당연히 국가 신인도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최근의 원화 약세와도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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