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색하고 돈 안돼…여행불매, 길게 보면 일본에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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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5.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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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하자” 주장
일본 매체 IT미디어 기사 페이지 캡처


일본 언론들이 대한국 수출규제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길게 보면 일본에 이득”이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았다. 반면 일본 관광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영향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본 IT미디어는 10일 ‘한국인 관광객 급감이 길게 보면 일본에 도움이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길게 보면 일본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이 관광대국이 될 방안을 고민해보면 자연히 그런 결론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기준 야후 재팬 랭킹 1위를 오르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21일 일본정부관광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월 방일 한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만명 감소했다.

IT미디어는 “일본 정부가 눈치를 봐서 한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더라도 양국 간의 역사 문제나 반일 정서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며 “그때마다 한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야단법석을 떨면 관광강국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이외 나라의 관광객 비율을 높여야 한 나라와의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관광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도를 넘는 한국 의존은 그만둬야 한다. 방일 관광객의 균형을 건전하게 바꿔나가기 위해 한국 관광객 급감은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미디어는 특히 규슈 상황을 ‘한국 외다리 타법’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오카 현 관광의 현황과 과제(지난해 7월13일)’ 자료에 따르면 후쿠오카를 찾은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은 52%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런 외다리 타법을 고수하게 되면 “관광지로서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관광 수입이 줄어들고, 관광과 정치가 혼동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에 맞춰 관광지가 개발되면 지역의 다양성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서비스, 관광방식에도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IT미디어는 “전세계 관광객이 방문하는 프랑스, 스페인, 태국 등도 이웃나라 관광객이 많지만 어느 한 나라가 반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며 “이러한 다양성이 관광 자원이나 서비스의 다양성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인색하고 당일치기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며 돈이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IT미디어는 ‘나가사키현 지역사회 유지 계획’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인 관광객은 숙박을 동반하지 않는 당일치기 손님이 많아 1인당 관광 소비액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일본 관광업에 떨어지는 돈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규슈에 한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이런 방안이 탁상공론이라고 포기하는 이들도 많지만 시가현 등은 태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지난 3년간 태국인 투숙 관광객 수를 약 15배로 늘리는 실적을 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성장하는 호기로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일본 잡지 ‘현대 비즈니스’의 ‘한국인이 사라졌다...! 한일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삿포로 실태보고서’ 기사 페이지 캡처


일본 잡지 ‘현대 비즈니스’는 ‘한국인이 사라졌다...!? 한일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삿포로 실태 보고서’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달 14일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삿포로의 상황을 전했다. 삿포로 내 호텔에 예약한 한국인 관광객들의 취소가 많고 비행기 노선도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배후에 낙관론도 많다고 소개했다. ‘결국 일본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이 잡지는 홋카이도의 한 기념품 상점 주인의 말을 인용해서 “한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고 실감한다. 하지만 전혀 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중 일부는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인은 “일본을 싫어하더라도 일본 제품의 우수성과 일본 음식의 맛을 알고 있어 그것(정치)과 이것(문화)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SNS를 통해 ‘안정되면 또 갈게요’라고 연락 오시는 분들도 있다. 잠시 참아야죠”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는 “양국에서 ‘좋아요 일본’ ‘좋아요 한국’과 같은 해쉬태그(#)가 SNS로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해빙기는 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오키나와 관광 컨벤션 뷰로(OCVB) 회장. 야후 재팬 기사 페이지 캡처


반면 현장에서 뛰는 일본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관광 컨벤션 뷰로(OCVB) 회장은 지난달 28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 문제가 관광에 영향을 주는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인 관광객 급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관광) 노선을 이어나가려면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뿐 아니라 오키나와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여행자들도 중요하다”며 “일본인들도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였으면 한다”고 관광 교류 촉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OCVB는 지역 관광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단체다.

일본의 ‘돈키호테’ 등을 운영하는 팬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PPIH)의 니시이 다케시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 내정자는 지난달 21일 “한국 방문객 감소로 인한 충격을 예상하고 있다”며 “후쿠오카와 간사이, 그 주변 지역에서 뚜렷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키호테 수익의 10%가 관광객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나가사키현은 “한국인 관광객 감소는 재해에 준한다”며 지난 5일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상담 창구를 설치할 계획도 밝혔다. 나가사키현은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강화 이후 쓰시마시 내 숙박, 관광 체험, 음식, 교통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지난 7월 약 3억엔, 지난 8월 약 7억엔의 소비 위축이 일어났다고 추찬했다. 마에카와 나가사키현 정책감은 “한국인 관광객 감소는 재해에 준하는 상황”이라며 “예산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도 우려를 표했다. 시가현의 미카즈키 타이조오 지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망한다”며 “방일 한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염려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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