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도 안한 디즈니+에 경쟁적으로 러브콜 보내는 통신 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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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8. 오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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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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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올해 한국 시장 진출… 홈미디어 공략 위해선 통신사와 협력 필수

디즈니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지 1년도 안 돼 ‘동화’와도 같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디즈니플러스(+)가 출시 약 3개월 만에 가입자 2860만명을 확보하며 넷플릭스(가입자 1억6000만명)를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통신 3사가 국내 시장에 진출도 하지 않은 디즈니와 협업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 후 현재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로 확대한 상태다. 당초 디즈니는 출시 초기 6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는 6월 전후로 이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부터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과 인도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며 가입자 확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가 다음 달 29일 인도에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인도 현지 미디어 기업인 스타미디어와 손잡았다. 단독 OTT 형태가 아닌 현지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출하는 첫 사례다.

디즈니 제공

디즈니가 인수한 21세기폭스사의 자회사인 스타미디어는 지난 2015년 OTT 서비스 ‘핫스타(Hotstar)’를 시작한 이후 인도 OTT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인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 ‘Jana’에 따르면 지난해 핫스타의 OTT 시장 점유율은 70%로, 아마존 5%, 넷플릭스 1.4%를 압도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는 핫스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된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점쳐진다. 디즈니플러스가 단독 서비스만을 제공하거나, 국내 통신사와 협력해 IPTV 및 기타 OTT를 통한 서비스를 진행 할 가능성 모두 열려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도의 사례처럼 특정 로컬 OTT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디즈니가 협력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국내에선 독점적인 시장 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처럼 국내에서 직진출 형태로 단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 특정 통신사와 손잡고 IPTV 기반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디즈니가 시장 협력을 위한 특정한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어 어떤 형태로 협상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면서 "다만 디즈니가 미국에서도 버라이즌과 협력해 마케팅을 진행한 것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통신사와 손잡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무제한 데이터 가입 고객들에게 디즈니플러스 1년 무료 구독권을 제공하며 가입자를 유입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버라이즌은 자사의 ‘스트림 TV'라는 셋톱박스에도 디즈니플러스 앱을 탑재했다.

조선DB

현재 통신 3사 모두 디즈니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 모두 디즈니의 파괴력을 자신들의 플랫폼과 연계시킨다는 목표다.

이미 SK텔레콤은 디즈니와 물밑 접촉 중이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위해) 디즈니와 만났고, 재밌는 것을 가져왔는데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무선이동통신 가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지상파 3사와 협력하는 만큼 디즈니가 부족한 국내 콘텐츠 수급이 수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KT는 지난 6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 OTT 시즌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다른 업체들과의 제휴를 고려 중"이라면서 디즈니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KT는 IPTV 가입자(800만명)가 국내 1위라는 점이 디즈니와 협상 시 강점으로 분석된다.

이미 넷플릭스와 협력해 큰 재미를 본 LG유플러스도 "여러 OTT 플랫폼에 대해 전략적 관점에서 오픈된 자세로 임할 계획"이라는 입장으로 사실상 디즈니플러스를 유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KT와 달리 이렇다할 독자적인 OTT 플랫폼이 없고 이미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성공을 도운 경험이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디즈니

이미 OTT 시장에는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tv 플러스, HBO 맥스 등 많은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가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디즈니를 포함해 스타워즈, 심슨, 마블,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회사가 보유한 수많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서비스들과 비교해 콘텐츠 확보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는 저렴한 이용요금과도 연결된다. 디즈니플러스의 한 달 이용요금은 6.99달러로 넷플릭스(8.99달러)보다 2달러 저렴하다.

특히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와 함께 ESPN플러스(스포츠), 훌루(성인용 콘텐츠) 서비스를 함께 묶은 ‘번들 서비스’를 월 12.99달러에 제공한다. 이에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당시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19년 미국 구글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경탁 기자 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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