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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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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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량입니다.


지난 번 공지에 말씀 드렸던 위닌님께서 제기한 표절 관련 소송, 손해 배상 지에 대한 판결이 나와 알려드립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제가 위닌님을 고소한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안내드리지 못했다면 죄송합니다. 정확하게는 위닌님께서 지난 4월 경, <서적 배포 및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과 <손해 배상> 소송을 거신 것이었고, 저는 피고, 즉 고소를 당한 입장입니다. )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사 건 2017가단506○○○○  손해배상(지)
원고 김○○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
피고 장○○ 소송대리인 ○○○○ 담당변호사 김○○, 조○
변 론 종 결 2018. 3. 13.
판 결 선 고 2018. 4. 6


청구 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1,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6. 4.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



해당 판결의 판사님께서 작성하신 판결문 중  <1. 기초 사실, 원고의 주장>을 제외하고 판사님의 판단, 결론 부분만 발췌하였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판결문>>

2. 판단
1) ‘주인공 공’이 황족의 직계혈통으로서 남성을 임신시킬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다만 ‘남성의 임신 가능성(임신수)’ 설정 자체는 BL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코드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주인공 공’의 특별한 능력이 ‘황족의 직계혈통’이라는 데서 기인한다는 점」일 것이다. 2008.경 발간되었고 황제를 ‘주인공 공’으로 설정하고 있는 ‘○○○○’의 경우 주인공 공은 외관상 인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온몸이 비늘로 장식되어 있는, 마치 용과 같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어 있어, 원고 소설 및 피고 소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을 제외하고는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


○’주인공 수’가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끼고 의사를 찾았다가 의사에게 임신 진단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과 관련하여, 원고 소설은 ‘주인공 수’가 화자가 되어 궁정의사와 대면하면서 임신을 진단받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임신을 확인한 후 궁정의사를 살해한다는 내용이나, 피고 소설의 경우 ‘주인공 수’의 친구인 ‘피터’라는 인물(의사)의 시선으로 주인공 수를 관찰하며 ‘주인공 수’를 소개하는 느낌으로 시작한다. 그 분량과 구성방식에 있어서도, 원고 소설에서 임신 진단을 받는 장면은 16줄 가량의 짧은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피고 소설의 도입부는 약 115줄에 달하며 대화와 서술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 소설에서 친부 후보자를 선정하고 거르는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표현, 전개방식에 있어서 서로 차이가 있다. 피고 소설에서는 ‘주인공 수’와의 친분관계, 나이, 물리적 거리 등을 기준으로 ‘주인공 수’가 아이 아버지가 될 후보 중 가능성이 큰 세 명을 우선 거론하기는 하였으나, 그 외에도 여러 황족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후보자는 위 세 명 외에도 추가로 존재하였으며, 마지막에 친부로 밝혀지는 인물 역시 친부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피고 소설의 ‘주인공 수’는 친부로 의심되는 ‘주인공 공’ 역시 황가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아이의 친부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면서도, 반복적으로 그가 친부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원고 소설에서는 나중에 친부임이 밝혀지는 ‘주인공 공’이 ‘주인공 수’는 물론 독자들에게조차도 황가의 인물이 아닌 것처럼 묘사되어 있어 아예 후보로 짐작조차 되지 못하였다.


○‘주인공 공’이 자신이 친부임을 밝히지 않고 아이의 아빠가 되어 주겠다고 자처한다는 부분이 유사하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피고 소설의 경우 ‘주인공 공’이 ‘주인공 수’에게 청혼하는 단계에서는 자신이 친부임을 밝히지 않았으나, 결말에 숨겨왔던 이유와 함께 자신이 친부임을 밝힌다는 점에서 원고 소설과 내용이 전혀 다르다.


○‘주인공 공’의 캐릭터와 관련하여, 원고 소설에서는 ‘주인공 공’이 초반에는 ‘주인공 수’인 ‘기안’과 같은 나이 또래이자 평민 출신의 시종인 것처럼 등장하다가 후반부로 가면 실제로는 거의 100세가 다 된 아카엔 황족 중 최고 어른이자 대마법사인 ‘쿠노스 시리아 사나’임이 밝혀지게 된다. 이에 비하여 피고 소설에서는 ‘주인공 공’이 장차 황제가 될 황태자로서 ‘주인공 수’인 ‘루이스’와 29세 동갑내기 남성으로서 겉으로는 차갑고 고압적이지만 속으로는 다정하고 배려심이 있는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다(무엇보다도 원고 소설에서는 ‘주인공 공’이 평범한 인간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젊은 남자로 변신시킬 수 있는 마법의 능력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피고 소설에서의 ‘주인공 공’은 남자를 임신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아울러 ‘주인공 수’의 사회적 지위 내지 신분 등도 차이가 있고, 기타 등장 인물들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또한 소설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 주인공들의 첫 만남 과정, 주인공들 간의 관계 형성 과정, 성관계 과정(원고 소설의 경우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고 소설의 경우 ‘화이트 킬’이라는 약물의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등 서로 다르다) 및 ‘주인공 공’이 ‘주인공 수’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경로, 결말 부분에 있어서도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2) ‘주인공 수’가 성행위를 하게 된 당시의 일을 회상하는 부분, ‘주인공 수’가 아이의 친부 앞에서 입덧을 하는 부분, ‘주인공 수’가 친부 후보를 3-4명으로 설정하고 누가 친부인지를 밝혀나간다는 내용은 관련 법리 및 각종 참고자료를 포함한 변론의 전 과정에 비추어 이른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친부 후보를 찾아나가는 과정의 경우 원고 소설은 ‘주인공 수’가 단조롭게 탐색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비하여, 피고 소설은 주인공들이 연쇄살인범을 함께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주축으로 해서 이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사건이나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친부가 누구인지도 점점 밝혀져 가는 것이어서 두 소설은 그 구체적인 전개나 내용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앞서 인정된 일부 유사점만을 들어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 사이에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즉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피고 소설이 원고 소설의 2차 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의거성은 실질적 유사성과는 별개의 병렬적 구성요건이므로, 실질적 유사성이 부정되는 이상, 의거성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 결론적으로 피고가 원고 소설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민법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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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은, 법원에서 원고 위닌이 피고 장량에게 건 손해 배상 소송에 대해 기각(피고 승소)으로 판결을 내렸고, '누구인가'와 '후즈유어대디'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으므로, 저 장량은 위닌님의 저작권을 침해한 바가 없으며, 때문에 고소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닌님께서 항소를 하실지 아닐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최종적인 안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후에 다시 재판이 시작되거나 한다면 그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재판을 하면서 이런 저런 자료들을 많이 준비하였습니다.
그간 제가 억울하다고 말씀 드리면서도, 왜 표절이 아닌지, 어떻게 아닌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재판 결과를 받기 위해서 준비한 자료들을 다 공개하기에는 예시로 사용된 작품들에 누가 될까 싶어, 다 공개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물론 판사님께 판단을 부탁드린 것 이상으로 독자분들의 판단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한쪽은 유료고 한쪽은 비공개 게시판에만 게시된 지라 줄거리나 설정의 요약본만 보고 판단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양쪽 글이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지, 위 판결문에 대부분 나와 있기는 하나,
다시 한 번 발췌와 부연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설정이나 내용을 전개함에 있어 남다르고 개성 강한 것보다는, 주제를 드러내기 효과적인 방식으로 소재를 선택하는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임신수를 쓰고 싶으면 임신할 수 있는 꽃이라는 설정을 만들었고 부부가 마음을 확인하는 내용을 위해 속내를 보여주는 거울을 사용했습니다. 도망수를 쓰고 싶을 때는 온 우주의 전원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바이러스 등을 사용한 것과 같이 '후즈유어대디'의 설정 또한 직관적으로 짜여진 것입니다. 후즈유어대디에 등장하는 태몽은 용꿈이라든가, 입덧 시 먹고 싶은 것은 딸기라든가, 마시면 뭐든 시키는대로 하는 약, 등으로 소설을 진행하는데에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의미를 이해하기 쉽고 흔한 설정들로 글을 준비했습니다.


‘주인공 공’의 특별한 능력이 ‘황족의 직계혈통’이라는 데서 기인한다는 점만이 양쪽이 가진 뚜렷한 특징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이는 임신시킬 수 있는 남자 후보군이 존재해야 했기에 한 설정으로, 이 설정이 특이하다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황족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특이한 설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위의 판결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위닌 님께서 '후즈유어대디'에서 주인수가 임신 4개월째에 입덧을 하는 것이 제가 '누구인가'를 따라하다가 위닌 님이 하신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 했으며, 이것이 표절의 증거라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러나 '후즈유어대디'의 주인수가 임신 4개월임에도 입덧을 한다는 설정은 오류가 아니라 입덧이 임신 4개월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집필하였으며, 곧 이어지는 태동(보통 5개월 즈음의 증상)이벤트까지 소화할 수 있는 시기로 설정한 것입니다. 태동과 임신증상등을 통해 공에게 임신을 들키며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극적인 전개를 펼치기 좋아 조사하고 선택한 설정입니다. ('누구인가' 에서는 주인수가 임신 사실을 안 것이 3개월이라고 나오고 후반부에는 4개월이라고 나옵니다. 다만 소장에서는 양쪽이 같은 임신 4개월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셔서 어느게 맞으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닌님께서는 양쪽 소설이 아이 아버지 후보를 세 명으로 한정하며, 예상 밖의 남자가 아이 아버지란 점이 같다고 하셨으나, 위의 판결문에서도 나왔다시피, ‘후즈유어대디에서 아이 아버지 후보는 세 명 외에도 더 있을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며, 주인공() 역시 계속해서 아이 아버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습니다.
주인수가 ‘혹시? 아닐거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냐, 그분은 날 싫어해.’ 라고 생각하거나, 사건때문에 의심이 이어지지 않게 될 때마다 유발되는 답답함과 웃음 코드를 노린 설정으로, 이는 글 전반에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 반어적으로 계속해 강조하는 표현을 통해 글을 읽는 분 모두 아이 아버지가 황태자/공일 수 있다는 설정을 인지하시도록 묘사하였습니다.  



<후즈유어대디에서 발췌---------

“삼황자? 세리온 공작? 알라일 후작? ――누구야?”
후보야 뻔했다. 피터는 루이스와 친분이 있는 황가의 남자들을 줄줄이 들이댔다. 반신불수로 누워 있는 황제는 당연히 아닐 거고 황태자(메테르히니/공)와는 견원이라 할 만큼 사이가 나빴다. (중략)
삼황자, 웨이튼 공. 세리온 공작. 알라일 후작. 피터가 말한 세 사람 외에도 황태자나 변방에 있어야 할 이황자 등도 의심의 여지는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황가의 사생아일수도 있었고.>
<애 아버지가 누구야?, 라는 피터의 말에 머릿속을 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었다. 서넛쯤. 그리고 메테르니히는 그중에 없었다. 그 밤에 대해서는 기억나는 바가 없으니 가능성이 0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날 밤, 천지가 개벽한 것이 아니라면 이 인간일 리는 없었다.>
<메테르니히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고 몸을 만지다니. 세상에. 토끼 대용이라는 건 몸 로비라도 하라는 이야기였을까? 그가 자신에게 섹슈얼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설마, 메테르니히가 애 아버지일 수도 있는 건가.>
<『왜 전하는 아닌데요. 누군지 모르는 거면 그분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녀는 적어도 루이스가 자신을 임신 시킨 남자와 놀아난 것이길 바라는지 그분일 수도 있지 않냐고 물었다. 
『넉 달 전에는 내 얼굴 보기도 싫어하셨잖아. …아마, 웨이튼 공작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날 좋아한다고 그날 이야기했다던데.』>
<“아침에 그 기사 진짜야? 설마 너,”
저 남자가 애 아버지는 아니겠지. 피터가 그 말을 하기 전에 루이스가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냐. 절대.”
루이스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메테르니히가 어제부터 흰 토끼니 뭐니 하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탓에 사교계는 시끄럽고 루이스 본인도 약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넉 달 전에는 아니었다. 말 한 마디도 안 섞던 사람과 아이를 만들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아니, 설마 메테르니히의 아이는 아니겠지. 
루이스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메테르니히를 마주보며 떠오른 생각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날 밤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웨이튼 공작이라고 생각한 건 그가 연심을 고백했기 때문에 한 추측일 뿐 증거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메테르니히와 섹스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는데. >





이는 소설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내용이라 앞쪽 일부만 발췌하였습니다.


위닌님께서는 제 글을 한 줄로 줄여 임신을 통보받으며 시작하는 것이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분의 글 '누구인가' 가 늙은 궁중의사에게 임신을 말 그대로 ‘통보’ 받고 기절하는 장면이라면, '후즈유어대디'의 첫장면은 주인수의 친구인 피터라는 인물의 시각을 통해 주인수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 인물인지, 어떤 이들과 관계가 있는지를 소개하도록 구성된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화자는 주인공수가 아닌 제 3의 인물이고 임신이라고 쓰여있는 의료서류를 내밀어 임신을 알립니다. 수는 덤덤하게 그것을 바라보다가 글씨가 엉망이라 알아볼 수 없다고 반응합니다.



<누구인가에서 발췌--------------

“임신이다.”
늙은 궁중의원의 말에 기안은 제복 상의를 걸치던 자세 그대로 멈췄다. 이내 천천히 상의를 걸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다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남자입니다만.”
벌써 치매가 온거예요? 덧붙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아무래도 나이가 너무 많아 망령이 든 모양이었다. 아니면 재미없는 농담을 던져오는 것이던가. 하지만 궁중의원은 치매가 난 것도, 농담을 던져오는 것도 아니었다.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약간 식은땀을 흘리며 듣는 척도 안하는 기안을 향해 말했다.
“너는, 임신이 분명하다. 분명해. 내가 이 황궁에서 몇 년을 궁중의로 있었다고 생각하는거냐. 50년이다. 50년의 세월을 걸고 장담할 수 있어. 넌 임신했다. 맙소사. 승은을 입은 것이냐?” 
궁중의원은 이제는 숫제 달달 떨기 시작했다. 기안의 안색은 점차로 푸르스름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승은이라니요?”
“남자의 몸으로 아이를 가졌다면, 고귀한 직계혈통의 씨앗이 아니고서야 가능하겠느냐!”
기안은 기절하고 싶었다. 그리고 원대로 기절해버렸다.>




<후즈유어대디에서 발췌-----

피터는 아주 길게 침묵했다. 
“왜. 죽는 병이라도 돼?”
피터의 긴 침묵에 앞에 앉은 남자는 덤덤한 투로 물었다. 남 이야기를 하는 투였다. 
“…….”
피터는 책상너머에서 웃고 있는 친구를 멍청한 얼굴로 쳐다보았다가 들고 있는 차트를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그를 쳐다봤다. 
루이스 알렉사.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루이스는 정말 괜찮은 남자였다.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누구나 훈훈하다고 생각할 외모는 그가 가진 것 중 가장 사소한 부분이었다. 
명망 높은 알렉사 백작가의 큰 아들이자 승진일로를 걸어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수도 제2경비단의 단장이 된 남자. 
물론 그가 희대의 천재라든가 그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없다든가 한 건 아니었다. 찾아보면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단장이 된 사람도 몇 있었다. 그보다 잘생긴 사람도 많았고 그보다 성격 좋은 이도, 드물지만 찾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한 구석이 특출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집안, 성격, 능력, 외모, 등 모든 조건이 A급인 남자는 희귀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정재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경비단장의 일과 더불어 어르신들께 불려 다니느라 늘 바빴지만 그만큼 입신양명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친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루이스는 과장 없이 좋은 녀석이었다. 천성이 성실하고 무던한 남자. 그렇다고 또 꽉 막힌 놈은 아니라서 술을 마시거나 놀 때도 빼지 않고 잘 어울렸다. 
“…….”
피터는 기다림에 지쳐 미간을 찌푸리는 루이스를 앞에 두고 자신이 알았던 그를 찬찬히 되새겼다. 
어찌 봐도 좋은 녀석이었다. 가끔 좀 얼이 빠져 있다든가 나사가 한두 개쯤 없는 것 아닐까 싶을 때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일종의 털털함, 그의 남자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며칠씩 안 씻고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든가, 정작 본인은 사람들의 신뢰와 관심을 귀찮아한다든가 하는 등의 일들이 특히 그랬다. 
다른 조건이 완벽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올 때가 있었는데 피터는 늘 그런 점이 루이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가까이 하기 어려우니 그런 면에서 루이스는 참 적절하고 편안한 녀석이라고 말이다. 그랬는데…….
“뭔데 그러냐니까.”
루이스가 찌푸린 낯으로 다시 물어왔다. 차트를 들고 어두운 안색으로 뜸을 들이는 의사 앞에서도 루이스는 긴장하는 기색 없이 덤덤했다. 
오늘 오전, 루이스는 경비단 훈련 도중 기절해 의료실로 실려 왔다. 금세 깨어났지만 건강하던 남자가 갑자기 쓰러졌으니 다들 꽤 걱정했다. 필요 없다는 루이스의 귀찮음 섞인 불평을 무시하고 간단한 검사를 몇 가지했고 이제 막 그 결과가 나온 참이었다. 
“루이스.”
피터는 앞에 앉아 있는 루이스를 불렀다. 그는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어.” 하고 대답했다. 피터는 다시 차트를 한 번, 루이스를 한 번 쳐다봤다. 
이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8년 전 경비단 의료대 일을 시작한 이래로 피터는 이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상대하는 이들은 모두 땀내 나는 사내놈들뿐이라 어디가 부러지고 찢어져 오는 놈들이 태반이었기 때문에 이 말을 할 일이 전혀 없었다. 딱 두 번, 무척 심각한 병을 전달해야 했을 때도 있었으나 지금만큼 입이 안 열리지는 않았다. 피터는 입술 끝에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 사람처럼 입술을 달싹였다. 
“난 괜찮으니까 말해.”
상대를 편하게 해주려는 듯한 루이스의 말에 피터는 ‘아니, 내가 안 괜찮아서’ 라는 말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있잖아, 루이스. 요즘 몸이 좀 이상하진 않았어? 아니, 한 넉 달 전부터.”
피터가 조심스럽게 묻자 루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해?”
둔하기 짝이 없는 되물음이었다. 피터는 그 멍한 얼굴에 대고 예상가는 증상들을 하나하나 읊었다. 
“이를테면 자주 어지럽다든가, 속이 매슥거린다든가. 허리나 배가 아프다든가…….” 
“아. 그랬던 것 같은데.”
루이스가 그러고 보니 그랬다며 생각을 되짚었다. 
“어지럼증은 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으니까 괜찮았는데 지난달엔 매슥거리는 게 심해서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났거든. 과일만 먹고 그랬는데. 근데 요즘은 좀 괜찮아졌어.”
“……그렇구나. 괜찮아졌구나.”
그러는 동안 병원 한 번 찾지 않았구나. 넉 달이나. 피터는 둔하다 못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친구를 앞에 두고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지, 이 미련한 곰탱이 같은 놈을. 피터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잠깐 울고 싶은 것을 참았다. 
“왜.”
진짜 죽을병이야? ―루이스는 어두운 친구의 얼굴이 퍽 우습기라도 한 듯 옅게 웃기까지 하며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피터는 그의 앞에 차트를 내려놨다. 도저히 입이 안 열리니 직접 보라는 뜻이었다. 
“야, 글씨 좀 봐라. 너는 네 글씨 알아봐?”
지렁이가 기어가네. ―차트를 빤히 쳐다본 루이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원래 천재는 악필…, 아니, 아니 밑엘 보란 말이야. 거기 제일 밑에.”
피터는 당황해 변명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으로 루이스 앞에 놓인 차트, 제일 밑을 가리켰다. 
“――루이스 너, 넉 달 전에 누구랑 잤어?”
피터는 루이스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루이스는 피터가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밑 글자를 쳐다보며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어, 검사가 잘못 된 거 아냐?”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조금 당황하다니, 피터는 상대의 의연함에 감탄하며 그가 내려다보고 있는 글자를 다시금 쳐다봤다. 
임신. 
피터의 친구 루이스 알렉사는 임신, 그것도 4개월 째였다. 
“몇 번이나 확인했어.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근데 계속 임신이라고 나와서……,” 
수도 여성들이 가장 이상적인 결혼상대자로 점찍어 놓은 친구가 임신을 시킨 것도 아니고 직접 임신을 했다는 이 충격적인 결과에 피터는 몇 번이나 수치를 확인하고 다시 검사했다. 
결과는 매번 뚜렷한 임신이었다. 하기사 넉 달 쯤 되면 잘못 나올 가능성도 없는 것이다.
둘 다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루이스는 차트를 쳐다보며 멍한 눈을 했다가 한참 만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똑같이 주인수가 임신을 알게 되는 내용이라도 두 장면은 명백하게 다릅니다.
아래는 제가 이전에 썼던 소설 '슈팅스타'와 '알로샤의 꽃'에서 주인수가 임신을 통보 받는 장면입니다.



<슈팅스타 2008 作
“임신입니다.”
나츠는 의사의 말에 그를 말끔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했다.
“저도 그 아침드라마는 보았습니다만.”
보고 싶어서 본 것은 아니고 엠마가 보는 것을 옆에서 함께 한 것뿐이지만. 오늘 그 잘나가는 아침드라마에 저 대사가 나왔다. 
나츠의 말에 의사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무슨 소리세요?”
“선생님이야 말로 무슨 소리세요?”
임신이라니. 환자를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건가. >


<알로샤의 꽃 2007년 作
“침착하게 제 말 잘 들으세요.”
그가 불안하게 두 손을 꽉 잡으며 진정시키듯이 눈을 마주했다. 케이는 입꼬리를 힘들게 끌어올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시키는 대로 심호흡도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고 약속까지 한 뒤에 휴의 입술이 내뱉는 말을 들었다.
“케이님은 임신하셨습니다.”
못 알아들을까 싶었는지, 한자 한자 또박또박한 발음이었다. 케이가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뭐라고….”
자신은 남자고,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외치고 싶은데 휴의 갈색 눈동자와 눈을 마주하는 순간 등골이 쭈뼛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했다.>




남성이 예상치 않은 임신 사실을 듣는 장면은 대체로 충격적으로 표현되며 사람의 성격에 따라 무덤덤하거나 화를 내는 반응으로 나타내기 마련입니다. '후즈유어대디'보다 아래 두 작품의 예문이 ‘누구인가’ 에 등장하는 표현과 더 비슷해 보이지 않으신가요.


위닌님께서는 또한 두 글이 주인공이 자신이 친부임을 밝히지 않은 채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하는 부분이 같다고 주장하셨는데,

'후즈유어대디'의 주인수가 아이 아버지를 모른채 주인공에게 청혼을 받도록 전개한 것은 공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한 장치로서, 그 다음 장면인 에필로그에서 눈치 없는 수가 아이를 낳고 주인공과 똑닮은 아들을 보고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위닌님은 이를 한줄로 축약해 두 소설이 같은 전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두 장면은 의미도 내용도 표현도 전혀 다릅니다.
수의 임신사실을 알리자마자 자신이 친부임을 깨닫지만 호의를 베푸는 척,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하는 계략공인 '누구인가' 와는 달리 '후즈유어대디'의 주인공은 수의 임신사실을 알아챈 뒤에도 다른 이가 친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모든 사건이 해결된 결말부에 가서야 자신이 수가 임신한 아이의 친부임을 알게 됩니다. 또한 주인수의 마음을 오해해 자신이 친부임을 숨기고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합니다. (그리고 '후즈유어대디'는 주인수가 모른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후 장면에서 바로 밝혀집니다.






<누구인가에서 발췌---

"그러니까...... 임신이라고?"
끄덕.
"임신이라면, 그러니까, '아이'를 가졌다고?"
끄덕.
"아이......라고?"
그래, 네가 그렇게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난 기절까지 했었다니까? 팽- 코를 풀며 기안은 시리아의 말에 고갯짓으로 대답했다. 더 이상 혼자만의 비밀로 안고 있기에 기안은 너무 지쳐버린 상태였다. 누구라도 한 사람 이 비밀을 나눠가질 사람이 필요했다. 너무 울어 부은 눈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는데 시리아가 꽉 안아왔다.
"그동안 혼자 많이....힘들었겠구나."
시리아의 목이 메어있었다. 기안도 시리아를 마주 안았다. 자식- 친구야, 너밖에 없다!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버틴다! 기안은 황태자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정이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기안의 어깨를 꽉 쥔 시리아가 결연히 말했다. 
“좋아! 내가 아이의 아빠가 되어줄게!”
.....응?

너의 아름다운 외모로는 아빠보다는 엄마가 어울리지 않을까.......? 잠시 시답잖은 생각으로 도피를 했던 기안이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시리아를 밀쳐냈다.
"시리아. 나 농담할 기운 없어."
"나도 농담 아니야. 너 혼자 애를 어떻게 낳아 키우겠다는 거야? 낳기 전까진 또 어떻게 할 건데. 부른 배를 해서 거리를 활보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 지겨운 궁 곧 나갈 생각이었는데 잘됐다. 나랑 같이 떠나."
"야, 그렇게 충동적으로 일을......"
"충동적이든 뭐든. 너 혼자 할 자신 있어?"
물론 없다. 시리아가 곁에 있어주면 그 누가 있어주는 것보다 든든하긴 할 테지만……. 이거 너무 심하게 발목 잡는 거잖아. 아니, 그치만 시리아가 옆에 있어주면……. 심하게 갈등하는 듯한 기안을 다시 한 번 안아주며 시리아가 말했다. 
“기안. 넌 내게 정말 소중한 친구야. 넌 지금 나보고 친구의 힘든 사정을 모른 척 하라는 거야? 너라면, 만약 내가 너와 같은 상황이라면 날 모른 척 하겠냐고.”
“그럴 리가 없지. 나도 너를 위해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고마워, 시리아.”
그리고 기안은 냉큼 시리아의 손을 잡았다. 아, 정말 힘들었는데. 고맙다, 친구야. 정말, 정말, 정말 너밖에 없다!



기안은 시리아와 같이 궁을 나섰다. 둘 다 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인지라 궁문지기를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시리아가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다. 기안은 시리아가 마음이 변해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지만 자신의 처지 상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시리아를 보내줘야만 했다. 시리아는 해맑게 웃으며 돌아섰다. >



<후즈유어대디에서 발췌------

키스해, 라는 말에 저항 없이 키스했던 그 순간부터였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가 자신을 기다리느라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을까? 식탁에 머리 박는 것을 구해주느라 손등이 벌겋게 부어오른 것을 보았을 때부터였을 수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루이스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중략)
그가 담담히, 그러나 진솔하게 말했다. 
“내가 아카데미 시절부터 내내 좋아했던 건 너니까.”
“…―,”
루이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벌렸다.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목덜미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메테르니히의 잔잔한 눈이 연등에 반사되어 아름다웠다. 
“저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는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싫어서, 널 한 번이라도 더 보려면, 네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받으려면 괴롭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미안해.”
메테르니히가 왜 허울뿐인 제1경비단장 따위를 하고 있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그가 루이스의 손을 잡았다. 도망칠 거라고 생각하는지 붙잡은 손이 필사적이었다. 
“네가 떠나는 건 못 보겠어. 네가 누구 아이를 가졌든 상관없어. 네가 낳는 아이는 내 적자가 될 거고 누구도 손가락질 못 할 거야.”
“하지만…,”
“제발 나랑 결혼해, 루이스.”
제발……. 그가 간절한 눈으로 말했다. 루이스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그를 마주 바라봤다. 
안되는데. 메테르니히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에게 그런 평생 동안 괴로울 짓을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좋아해왔다는 말에 마음이 눅진해졌다. 
그와 함께 있는 것은 좋았다. 이것저것 따라오는 의무나 책임, 도리 같은 것을 모두 버리고 나면 그의 옆에 있고 싶었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져도 좋다고, 내 옆에만 있으라는 그를 거절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이라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더욱이 황태자의 직위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서 더 마음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좋아해. 루이스, 내 흰 토끼.”
직설적으로 눈앞에서 말하는 그는 너무나 자극적이고 달콤했다. 
그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루이스의 아랫입술을 빨았다. 입술이 부딪힌 사이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그가 떨고 있는 건지 자신이 떨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주 토요일이 결혼식인데, 날 온 나라의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아줘. 루이스, 제발.”
애원하는 목소리가 너무나 달콤했다. 루이스는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쩌지. 어쩌지. 하지만 내내 그가 자신을 좋아했다고 하니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아카데미 때부터, 그렇게 오랫동안 그는 자신을 바라봐 온 걸까.
(중략)
 5개월 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무렵, 제국의 황태자비가 낳은 적통인 황태손이 탄생했다. 이 반가운 소식에 제국 전체가 기뻐했다. 애매한 기분을 느낀 몇몇 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
루이스는 제가 낳아놓은 아이를 보며 몇 번이나 눈을 비볐다. 그도 수술 후 일주일간이나 몸조리를 하다 나와 아이를 본 것은 탄생연인 오늘이 처음이었다.
저기, 이거 제가 낳은 아이가 맞습니까?”
누가 바꿔치기 해놓은 것은 아닐까. 어쩐지 일주일이나 안 보여주더라니, 뭔가 이상했다. 루이스의 물음에 메테르니히가 낮게 웃으며 경직된 루이스의 뺨에 입을 맞췄다.
이거라고 부르면 안 되지. 유에르라는 어엿한 이름이 있는데. 그리고 당연히 네가 낳은 게 맞고.”
아뇨, 근데 그런 것치고는…… , 전하를 너무 닮지 않았습니까?”
뒷말은 메테르니히의 귀에 대고 속삭여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낳아놓은 아이는 누가 봐도 메테르니히를 닮아 있었다.
혹여나 빨간 머리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지, 자신을 많이 닮아야 할 텐데, 진통으로 정신이 가물거리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생각했는데 낳아놓은 아기가 너무나 이상하게도 메테르니히를 축소해놓은 것처럼 그와 닮아 있었다.

반짝이는 백금발에 자색 눈, 도톰한 입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그냥 메테르니히였다. 아기는 울지도 않고 눈을 깜빡이며 루이스와 메테르니히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친척을 닮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메테르니히의 외모는 모계유전이었다. 메테르니히의 부계 친척인 알라일 후작의 아이를 낳았는데 애가 메테르니히를 닮는 건 너무나, 너무나 이상한 일이었다.
애가 아버지를 닮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모르겠군.”
그러나 메테르니히는 루이스의 의문을 일축하며 침대맡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부모님과 황제폐하, 황후마마 등 손님들이 새로 태어난 황태손을 보기 위해 다가왔다. 다들 황태손에게는 축복의 말과 으리으리한 선물들을 쌓아두고 루이스에게는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
사브리나와 피터는 함께 들어왔고 아기를 보자마자 미묘한 신음을 흘렸다.
그래요. 이럴 줄은 알았는데, 그래도 좀 너무…….”
그러게 너무…….”
두 사람 다 아이를 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루이스는 평생 가슴속에 간직하기로 한 비밀을 아는 두 사람의 반응에 저도 모르게 속내가 나왔다.
그렇지? 너무 전하를 닮았잖아.”
루이스가 소곤대며 말하자 둘이 동시에 그를 쳐다봤다. 사브리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피터에게 속삭였다. 다 들렸지만.
, 저 정도면 그냥 눈치 없는 수준은 지난 것 같은데요.”
아이 낳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없는 걸 수도 있어. 그러지 마, 사브리나.”
힘줘 낳은 것도 아니고 수술이었는데 뭘…….”
사브리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아무튼 축하해요하고 말했다.


(중략)
제가 전하의 마차에 뛰어들었다고요?
루이스가 묻자 버틀러 자작부인은 무슨 소릴 하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요. 여름 맞이 가면무도회 날, 전하와 탄 마차에 뛰어들어 절 내쫓으셨잖아요.
뭐 쫓아낸 건 전하셨지만. 그녀는 더 말해 무엇하겠냐는 듯 손을 내저었다.
루이스는 눈을 깜빡였다. 웨이튼 공작이 약을 먹여놓고 기다리라고 했는데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말은 들었지만 자신을 집어간 것이 알라일 후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자신이 메테르니히의 마차에 뛰어들었다고?
루이스는 자신의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다봤다. 반짝이는 백금발에 자색눈, 메테르니히를 쏙 빼닮은 이목구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나고 나갔지만 아무도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일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의 아이라고 생각했던 루이스조차 아이를 보면 메테르니히의 생각이 날 정도였으니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루이스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정원을 향해 걸었다. 아니 거의 뛰었다.
분수대 앞에서 익숙한 백금발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전하!”
루이스가 부르자 메테르니히가 루이스를 돌아봤다. 그는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분수대 앞에 내려놓으며 빠르게 루이스를 향해 걸어왔다.
왜 나왔어? 아직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되잖아?”
저거, 아니, 유에르, 전하의 앱니까?”
루이스는 걱정스럽게 손을 뻗는 메테르니히의 손을 뿌리치며 바로 물었다. 멈칫한 메테르니히가 잠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루이스를 내려다봤다.
당연히 내 애지. 네 애는 내 애라고 했잖아.”
그런 이야기가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약 먹은 저와 잔 게 전하십니까? 그날, 가면무도회 밤에.”
메테르니히는 입을 다물고 루이스를 쳐다봤다. 대답보다 더 확실한 그의 표정에 루이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이야기 안 했습니까? 아니,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식을 치루고, 그리고 아기를 낳는 순간까지 루이스에게 그 일은 숨 막히는 고민거리였다. 자신의 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내내 걸렸다.
메테르니히는 황태자였다. 그런 그에게 적통인 첫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는 건 큰 문제였다. 그가 괜찮다고 아무리 말해도 루이스는 못내 그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근데 그날 잔 것이 메테르니히라니.
제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 대체 왜 말을 안 하셨습니까? 아니, 왜 숨겼습니까?”
자신은 약을 먹어 몰랐다고는 해도 메테르니히가 몰랐을 리는 없었다. 프러포즈 할 때 했던 말들만 떠올려도 이건 분명히 고의적으로 숨긴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남자 아이임을 숨긴 거라면 모를까, 자신의 아이임을 숨긴 메테르니히의 저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널 닮을 줄 알았는데.”
메테르니히는 나른하게 웃으며 말했다. 겨우 입을 열어 한다는 이야기가 자신을 닮을 줄 알았다니. 루이스는 황당해 되물었다.
절 닮은 애였으면, 평생 말하지 않을 생각이셨습니까?”
글쎄.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메테르니히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 속에서 뭔가 뚝 끊어지는 것 같았다.
대체 어째섭니까?”
대체 왜, 어째서 숨긴단 말인가. 좋은 일인데, 다행인 일인데 왜 숨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사랑을 고백해왔던 순간, 분명 무언가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강 건너 사람인 것처럼 그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메테르니히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루이스의 화난 뺨을 감쌌다.
내 흰 토끼. 루이스.”
달콤한 애칭에 루이스는 관두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유는 알고 싶었다.
내 아이라는 걸 알았다면, 너는 기뻐했을까.”
그야,”
네가 내 아이를 지우고 싶어한다면 못 견딜 것 같았어.”
담담히 말하는 그의 뺨으로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스쳤다. 그의 쓴 웃음에 루이스는 눈을 깜빡였다.
내 애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과거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낙태하려던 정황을 앞에 두고 했던 말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줄 알고 잔뜩 상처 받았던 루이스는 입술을 달싹였다.
넌 날 싫어했잖아.”
메테르니히는 언급하는 것 자체도 싫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불편해하고 곤란해하는 네 얼굴만 십여 년을 봤는데, 그래서 우리가 몸을 섞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네게, 우리가 그날 잤고 그 아이가 내 아이라는 걸 말하라니.”
그의 손이 뺨에서 떨어져 나갔다. 따뜻한 손바닥 대신 찬바람이 뺨에 닿았다. 루이스는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올려다봤다. 내내 숨겼던 속마음을 고백하는 그의 표정이 무표정해서 그게 더 마음을 서걱거리게 했다.
(중략)>





이러한 의도나 장면을 표현한 방식을 무시하고, 한 줄로 줄여서 양쪽이 같은 글이라면,
같은 부분만을 취하여 동일한 장면이라고 소비된다면 작가가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같은 소재로도 다른 맛의 요리를 완성하는 것이 요리사이듯, 작가 또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위처럼 완전히 다른 장면을 한줄로 요약해 호도한다면 어떤 글인듯 다를 수 있을까요.


전체적인 스토리가 비슷하다고 주장하신 부분에 대해서



> 술자리 이후 블랙아웃 된 다음날 아침, 눈 떠 보니 알몸으로 호텔에서 깨어나게 된다. 
다른 것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상대 남자의 감미로운 터치만 생각날 뿐.
상대가 누구인지 찾는 중, 갑자기 찾아온 선배 부부, 그 부인에게 오해를 받으며 하룻밤 상대가 선배(첫 번째 후보)라고 생각했지만 친구 A가 구해주며 오해가 풀린다. 지난 밤 즐거웠다는 문자를 보낸 동아리 친구(두 번째 후보)도 하룻밤 상대라고 오해했지만 결국 아닌 것을 알게 된다. 그날 해외에서 컴백한 잘나가는 첫사랑도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를(세 번째 후보) 아이 아버지로 확신하지만 그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물러난다. 
나중에 그도 상대가 아닌 것이 밝혀지고 그러한 과정 내내 곁에 있으며 주인공을 짝사랑해왔던 친구 A와 사랑을 이루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이 그때 하룻밤 실수로 임신한 것을 알게 되고 애 아버지가 누군지 찾아다니며 사랑과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의심되는 세 명의 사람들을 거친 끝에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고 A와 헤어지고 떠나려고도 하지만,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극 내내 의심한 적도 없던 절친한 친구 A임이 밝혀지며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


위는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2008년 作) 의 줄거리 입니다.




맘마미아나,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등, 하룻밤 사건, 갑작스런 임신 통보,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런 요소들이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소설에서 비록 즐겨 사용되지는 않으나 낯설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직간접적으로 다뤄진 작품도 많고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저 또한 후즈유어대디를 쓰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는 개성적인 스토리 라인과 소재 등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가복제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공수, 전개, 감정선 등을 마음껏 드러내며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제 작품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후즈유어대디 누구인가 고귀한 핏줄의 아이를 임신한 수가 몇몇의 후보를 검토하다 애 아버지를 찾게 된다는 기본적인 스토리와 임신사실을 의사에게 고지받으면서 시작된다는 점 외에는(‘누구인가는 애 아버지를 다른 사람으로(황태자) 짐작하지만 그에게 결혼할 사람이 있는 것을 깨닫고 주인수가 물러나기 때문에, 끝내 아이 아버지가 공이라는 것을 찾지 못합니다.) 주요 골자와 전개, 캐릭터들의 성격을 포함한 전반적인 모든 설정, 시대 배경, 표현, 장면 등에서 완전히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어떤 작품을 읽을 때 단지 비슷하다고 느끼는 심증만으로 표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위닌님께서 겹친다고 말씀하시는 소재나 스토리는 대부분 사실과 다릅니다. 두 작품의 표현 형식을 세밀하게 비교해보더라도 실질적으로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당시 여타 유통사에서 환불 사태가 벌어진 것도 표절의 증거로 드셨는데, 
환불은 각 서점에 CS, 고객 항의가 너무 많았기 때문으로, '후즈유어대디'가 표절이라서가 아닙니다.


만에 하나 제가 그 소설을 조금이라도 읽었거나 지인을 통해 대략의 이야기라도 들었다면, 그 시점에서 작품을 중단하든, 수정을 하든 이런 오해조차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을 겁니다


많은 분들께서 표절 시비가 발발했던 지난해 2월 말에서 3월초 당시, 제가 취했던 태도가 오해를 풀기에 적절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오고, 결과에 대한 안내를 전하며 이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 사족처럼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사과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그때의 제 처신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행동들은 결코 사안을 작게 판단해서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상황에 제가 많이 당황했고, 방어적인 감정 탓에 그것이 무례한 행동으로 보이거나, 오만하게 보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더 조심하고 세심하게 설명드리고 행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도 사과를 드렸지만, 돌이켜 봐도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사과였기에 다시 한 번 더 이해의 말씀 구합니다.
이 일을 접한 여러분들에게, 이 일로 인해 불쾌하시게 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런 알림을 제 소통 창구가 아니라, 요미북스 측의 블로그로 드리는 것도 죄송합니다.
당시에도 제가 너무 정신을 못 차리고 멘탈 수습을 못해서 제가 대응해야 할 부분을 출판사 측에서 나눠 주셨습니다. 그 때문에 출판사와 관계자 여러분께 여러 모로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공지가 요미북스의 임시 블로그를 통해서 나간지라 일단 마무리가 될 이번 공지 역시 요미북스의 임시 블로그를 통해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2018년 4 6, 법원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부정된다, 즉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그러는 사이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저는 많은 분들에게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저와 관계된 분들, 출판사와,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나 이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낸 것일 뿐인 분들까지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 자신도 스스로가 공공의 적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후즈유어대디를 쓰지 않았다면,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될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표절하지 않았는데, 그 글의 제목조차 본 적이 없는데, 전혀 다른 글인데 내가 왜.


저 스스로는 표절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매일, 매 순간, 눈을 떠서부터 잠 들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해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 정신과 치료도 받고 신간 집필에 매달려 보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와중에 활동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살기 위해 그런 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제게는 한 시간 한 시간이 힘들었고, 스스로 떳떳하니 괜찮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멈춰서 죽어가는 것 같았기에 그러한 활동으로 저 자신에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리를 빌어 조급한 제 활동에 불쾌하셨을 분들께 양해 말씀을 구합니다.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내려졌지만 저를 표절작가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여전히 계실 것이고, 개인의 생각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압니다. 어쩌면 지금 여러분에게 드리는 이 설명조차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절 믿어주시는 분들께, 그리고 여전히 이 일을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이 글이 결론을 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도둑질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후즈유어대디는 표절이 아님이 너무나도 명명백백하기에,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제 결백을 증명할 것입니다.




십 년이 넘게 글을 써왔지만 제가 여전히 글을 잘 못 씁니다.
알려야 하는 주제는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어떻게 진심을 전달해야 할지,
공지가 또 뻣뻣하고 못나진 않은지 한 자 한 자 적는 마음이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최대한 읽기 편하시도록 고치고 또 고치고 확인하고 몇 번이고 다시 쓰지만, 분명 부적절하고 부족함이 많은 공지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세먼지때문에 탁한 하늘만 보이는 요즘입니다만, 
모쪼록 건강히 매일 행복하시길 빕니다.


2018년 4월 9일 장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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