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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장. 경평축구(4-2/5)...중국 국가안전부 대방동 안가

5장. 경평축구(4-2/5)...중국 국가안전부 대방동 안가2019.03.05.

대한일보 편집국. 조상룡이 주승우로부터 받아온 음성파일에 발칵 뒤집혔다. '황병서와 장중경, 테러 모의'.  보도된다면 대한일보 100년 역사상 최대 뉴스였다. 오태호 주필 건설사 섹스접대 사건을 일시에 묻어버릴 메가톤급이다. 김창환 국장은 신중했다. 만에 하나 오보라면 대한일보는 창립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보도의 책임을 지고 자신이 물러서야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음성파일은 어느쪽이 나올 지 모를 동전 던지기였다. 편집국 간부들은 동전을 던질 지 결정해야 했다.   음성감식 결과 아직야? 김창환 국장은 소리를 질렀다.   전문업체에 보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꺼에요. 곽도운 사회부장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수를 벌컥 마신다.  주승우가 장난치는 거 아냐? 이런 대어를 낚아 놓고 왜 우리에게 넘기냔 말이야. 세상이 공짜 점심이 있는 줄 알아. 기자 생활 30년에 얻은 교훈이 딱 그거 한가지라고. 김 국장은 피우던 담배를 비벼서 끈다. 아이 씨발. 이내  새 담배에 불을 당긴다.  그럴 놈은 아닙니다. 조상룡은 단호했다.  야 임마, 어떻게 확신해. 김 국장은 또 담배를 비벼끈다. 씨발. 정신이 없네.    글쎄 그런 놈은 아니라니까요. 답답한 표정이다.  사람 속을 어떻게 알아. 대학 때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며.   음성감식 결과 나오면 알 꺼 아니에요. 화를 내는 조상룡. 핸드폰 벨이 울린다. 주승우다.  국과수에서 황병서 음성으로 확인됐답니다.  국과수? 사설업체 아니었어?  주승우 전화입니다. 지수대 쪽에서 국과수에 확인했다고 합니다.  지수대는 또 뭐야. 새 담배를 무는 김 국장.  형님, 지금 이럴 시간 없습니다. 그동안 기사를 보면 주승우 그 놈이 허튼 말을 할 놈은 아닙니다. 곽도운 부장이 상황을 정리하고 나선다. 2판에 내보낼 지부터 일단 결정하시죠.  국장. 남궁종원 부장이 제동을 건다. 청와대 쪽과먼저 논의를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씨발. 선배. 언제부터 대한일보가 청와대 허락받고 기사를 썼습니까. 곽도운 부장이 안경을 벗는다.  씨발. 그런 말이 아니잖아. 이 건 국가안보에 관련된 문제라고. 곽도운 너 그리고 선배한테 말투가 그 게 뭐야. 지금 해보자는 거야? 넥타이를 푼다.   종원이 말도 일리가 있어. 파일 내용이 알려지면 대한민국은 바로 패닉이야. 아수라장이 될 꺼라고. 보도가 능사는 아니야. 김 국장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앞뒤 제다 또 개줍니다. 지금 이 사실은 우리말고 적어도 두 사람이 더 알고 있다구요. 상황을 정리하고 나선 건 이번에도 곽도운 부장이다.  주승우 말고 또 누가 있어? 박원순이요.  뭐? 박원순이 어떻게 안다는 거야?  주승우가 박 시장에게도 파일을 전달했습니다. 조상룡 기자다.  뭔 소리야? .  더 늦기 전에 보도해야 합니다. 박 시장은 아직 음성의 주인공이 황병서란 사실은 모를 겁니다.  알아 듣게 얘기해봐.  주승우가 파일을 입수한 직후 집중한 것은 황병서가 아니었습니다. 차이나 게이트가 장중경의 모의고, 박 시장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주승우가 주목한 대목입니다.  그런데.  주승우는 아침에 박 시장의 사퇴선언을 막기 위해 박 시장에게 음성파일을 보냈습니다.  박원순은 그 사실을 알고도 사퇴선언을 했다는거야? 담배 연기가 회의실에 자욱하다.  네. 나중에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잘못이 없으면서도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용단한 리더가 될테니까요. 어차피 내년초면 대선 때문에 시장직은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구요.  그림이 그렇게 된 거였구만.  박 시장이 사퇴선언 전에 파일 속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걸 증명해 줄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박 시장이 언론에 파일을 흘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게 주승우가 제게 단독을 넘긴 조건이구요. 조상룡은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알다가도 모를 놈이구만. 주승우 말이야.  그런 놈입니다.   ... 김창환 국장은 조상룡의 설명을 듣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결심이 선 듯 핸드폰을 든다.  노 실장님. 김창환입니다. 상대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청와대 지하벙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히 NSC를 소집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다. ‘황병서와 장중경의 테러 모의’.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소스는 대한일보 편집국장이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 12명이 속속 도착했다. 안보실장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경평축구 개막식을 앞두고 청와대 안보실은 비상체제였다. 국정원장이 뒤질세라 안보실장의 뒤를 이었다. 국무총리와 관련 장관들이 속속 자리에 앉았다.  황병서가 국내에 있다는 게 무슨 말이오?  총리가 물었다.  ... 국정원장은 대답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국정원장이 그 것도 모른단 말이오.  일개 신문사  국장의 말일 뿐입니다. 황병서가 국내에 있다고 아직 단정할 순 없습니다. 국정원장의 시선은 여전이 벙커 바닥에 꽂혀 있었다.  그 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요. 대한일보가 일개 신문사요? 국정원장을 노려보는 총리. 그도 언론인 출신이다.   일단 테러모의가 사실이란 전제 하에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안보실장이다.  북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거요? 총리가 이번엔 안보실장에게 물었다.  모른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알고 있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 것도 확실치 않은거요? 대체 안보라인에서 아는 게 뭐요?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지금 누구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이 자리가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이 나섰다.  답답하긴. 대통령님, 국가비상사태입니다. 이를 선포하고 북에도 알려야 합니다. 늦어지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습니다.  그 건 안됩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전국이 대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폭탄이 터진 뒤에 선포하자는 거요? 지금 패닉이 걱정인 거요, 경평축구를 못하게 되는 게 걱정인 거요. 총리는 경평축구가 내심 탐탁치 않았다. 경평축구는 박원순 시장의 대선 전략인 이른바 평양플랜의 핵심 이벤트다. 사실상 대선을 앞두고 박원순 시장 띄우기용 행사였던 것이다.  총리야 말로 국민의 안전이 걱정인 겁니까, 아니면 경평축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게 걱정인 겁니까. 안보실장은 총리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뭐욧. 총리가 안경을 벗는다. 그만들 합시다. 예의주시하던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행사를 중단하는 것도 물론 고려 해야 합니다. 이 말 한 마디에 벙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북미 평화협정은 대통령이 정권의 운명을 걸고 개입했던 사안이다. 경평축구는 그 분위기를 2022년 대선까지 끌고 가기 위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발언의 핵심은 이 부분이었다. 내일 여명 이 밝기 전에 황병서를 잡아야 합니다. 장중경의 이름을 뺀 것은 대통령의 의도였다. 어쨌든 그는 민주당 핵심 인물이다.   대통령님,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황병서를 무슨 수로 막습니까. 국내에 있는 지 조차 몰랐던게 우리 현실 아닙니까. 대통령님, 존 킴 연결됐습니다. 안보실장이 총리의 말을 잘랐다.  CIA 코리아미션센터장 존 킴을 화상으로 연결한 것이다. 한국계로 대북 문제 관련 미국 정보 라인의 핵심 실세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존 킴은 인삿말을 하지 않았다. 위기상황에서 굿 이브닝은 어울리지 않았다.  김  센터장, 대강의 상황은 설명을 들으셨지요? 좋은 밤이 아닌 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상황은 저희쪽에서도 파악중입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당장 내일 행사를 취소하고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합니다.  거 봐요. 총리가 이 때다 하고 맞장구를 쳤다.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은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다.  김 센터장, 황병서를 잡는 게 먼저입니다. 전국이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혼란은 감수해야 합니다.   김 센터장,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황병서가 서울에 있다면 최악의 경우 핵사용 가능성까지 고려를 해야 합니다. 그는 2년전까지만 해도  북핵 개발을 주도해던 인물입니다.  핵은 모두 폐기된 거 아닙니까.  미스터 프레지던트,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미중이 북한의 핵을 100%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냔 말입니다. NSC 의원 열두명의 시선이 일시에 화상 속으로 쏠렸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 것은 협약 이행사항이 아닙니까. 북한이 이행사항을 준수했다는 것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미스터 프레지던트,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존 킴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웃음을 참는 표정 같기도 하고 화가난 표정 같기도 했다.  아무튼 한국 정부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잘 알겠소.  김 센터장. 안보실장이다.  네 실장님.  황병서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합니다. 안보실장은 황병서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  존 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김 센터장, 시간이 없습니다. 공유해 주십시오. 사실상 정보구걸이다. 한 나라의 정보라인이 모두 모인 벙커였다.  실장님, 저희도 황병서의 위치를 알지 못합니다. 그 것을 알고 있다면 저희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을 리 없지 않습니까. 모범 답안이다. 미국이 설령 황병서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답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면 김 센터장의 말대로 미국은 황병서 일당의 테러를 방조한 셈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NSC 위원들은 난감했다. 미국이 모른다면 황병서를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다만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어디입니까. 대통령은 마음이 급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글쎄 그게 어디냔 말이오. 대통령의 목에 핏대가 섰다. 대방동입니다.  대방동이라구요? 저희들은 수년 전부터 황병서를 추적해 왔습니다. 황병서는 2017년  말 총정치국장 자리에서 쫒겨난 뒤 2018년 3월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 것은 저희도 알고 있는 사항입니다. 국정원장이다. 총살설도 있지 않았습니까.  황병서는 당시 중국 망명을 시도했었습니다. 총살당한 장성택을 제외하면 황이 북한 정권에선 가장 친중국적 인물이었으니까요. 존 킴 센터장은 국정원장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랬다면 저희쪽 레이다에도 잡혔을 겁니다. 황병서 밑에 있었던 중국쪽 외화벌이 총책이 지금 우리 손에 있습니다.  중국이 망명을 거부하자 황병서는 국경을 넘어 베이징으로 도피했습니다. 김정은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시진핑이 공식적으로 망명을 받아줄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죠. 저희쪽에선 중국 국가안전부가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시진핑의 담요 아래 있었던 것이죠. 시진핑의 담요란 중국 정부의 비호를 뜻하는 정보라인 쪽의 은어였다.   그래서 대방동일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군요. 안보실장이다.  네. 대방동에 중국 국가안전부 안가로 파악된 곳이 있습니다. 국정원장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던 김 센터장은 안보실장의 말에는 깍뜻이 반응했다.  황병서가 안가에 있다면 중국 정부도 테러 모의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총리가 핵심을 찔렀다.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안가에 있다면 중국이 테러 모의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분명해지는 겁니다.  김 센터장. 미국은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요. 속 시원히 좀 말해보시오. 총리는 가슴이 답답했다.  총리님, 저희쪽의 아는 한도 내에서는 충실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보이질 않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총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정보를 내놓을 의무는 없는 것이었다.  총리님, 저희가 한국 정부엑 그렇게 할 의무가 있습니까. 김 센터장이 정곡을 찔렀다. 벙커 안에서 이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벙커안의 12명은 모두 서로의 시선을 피했다. 워싱턴에선 한국이 미국을 동맹으로 생각하는 지 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두요.  그 건... 끙. 운전대를 잡기 위해선 북한에 당근을 줄 수 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대통령은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삼켰다.    설령 황병서가 있다고 중국 국가안전부 안가라면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총리가 물었다.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이다. 지금은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일단 황병서 일당을 잡고 봅시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국은 이 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아는 바가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중국과 문제가 생겼을 때 말입니다.  중국이 그 말을 믿겠소? 총리의 말은 자기비하였다. 미국과의 정보 공유 없이,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묵인 없이 한국 정부가 중국 국가안전부 안가를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그 건 중요치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모르는 것이면 말입니다.  김 센터장,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네 총리님, 무엇입니까. 미국은 황병서의 입국 사실을 알고 있었소?  존 킴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공식적으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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