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예술가도 법 알아야 성공하는 시대죠"

입력
수정2019.03.08. 오후 11:32
기사원문
전지현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법, 미술을 품다 / 김영철 지음 / 뮤진트리 펴냄 / 2만원

저자와의 대화 / '법, 미술을 품다' 펴낸 김영철 변호사

자유분방한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와 키스 해링(1958~1990), 뱅크시(45)의 캔버스는 거리였다. 건물 외벽이나 담벼락, 지하철에 예술적 영감을 펼쳐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신화를 뒤이으려고 함부로 낙서를 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에서는 건물이나 담벼락 주인이 민법 제214조에 따라 낙서를 한 자에게 직접 낙서를 지우고 원상태로 회복시켜 달라는 방해제거청구를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재산에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750조에 따라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 또는 낙서로 인해 건물의 가치가 하락한 만큼 금전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신간 '법, 미술을 품다' 저자 김영철 변호사(60)는 "아무리 예술이라고 우겨도 건물 주인이 싫어하면 화가가 패소할 수밖에 없다. 물론 뱅크시가 그라피티를 남긴 담벼락을 떼내서 7억원에 경매에 내놓은 가게 주인도 있다. 그때 작품 소유권을 두고 작가와 저작권 분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예술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법은 미술을 옥죌 수밖에 없다. 그는 미술을 사랑하는 변호사답게 미술과 법의 충돌 사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2012년부터 7년 동안 모교인 서울대 미술대학원에서 강의한 미술법을 토대로 펴낸 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2010년 서울대미술관 '창의적 리더를 위한 예술문화과정'을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때 학교에서 미술법 강의를 제안해 수업을 시작했죠. 학생 중에 미술관 학예사들이 많아 실제 사례를 토대로 미술법을 강의하니까 호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화가나 화랑 주인들이 미술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2년 전부터 틈틈이 책을 썼죠.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법을 잘 알아서 스스로를 보호하기를 바라는 사명감으로요."

미술품 가치가 올라가면서 국가 제재보다는 사적 분쟁이 더 증가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이나 개인 명예훼손 관련 소송이 늘어났다. 국내 미술계에서 저작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사건은 1987년 롯데월드 너구리 캐릭터 작가와 회사의 소송이었다. 계약 중단에도 기존 캐릭터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자 작가가 저작물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4년간 소송한 끝에 롯데월드가 승소했다.

저자는 "표절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제프 쿤스도 프랑스 의류 광고 아이디어를 표절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을 정도로 순수한 창작은 어렵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패러디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5년 검사로 시작해 사법연수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거쳐온 김 변호사는 "미술은 영혼의 안식처로 나를 정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전지현 기자]

▶매경 뉴스레터 '매콤달콤'을 지금 구독하세요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안녕하세요.. 문화스포츠부에서 미술과 문화재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