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암호화폐거래소 사냥터 된 '한국'...초대형 해외 먹튀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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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28. 오후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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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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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싱가포르 소재 해외 암호화폐거래소가 한국 투자자의 자금을 대거 끌어들인 뒤 잠적한 사고가 발생했다.

암호화폐 투자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이 국내 거래소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해외 거래소 규제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사고가 터져도 이를 구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투자자 피해도 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세 곳이 이 거래소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두고 있어 추가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해외 블랙 암호화폐거래소의 표적이 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소재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비코인'이 거래소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출금서비스도 막혔다. 경영진 등은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비코인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이유로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비코인은 올해 초까지 한국어 거래 서비스를 오픈한 뒤 별도의 운영 조직을 두고 한국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코인은 그동안 개인투자자와 글로벌 투자기관이 웹과 모바일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동남아를 기반으로 10여개 주요 국가 사용자에 대한 암화화폐 거래 플랫폼과 전문 장외거래(OTC) 서비스를 제공했다.

싱가포르 블록체인 전문 교육기관인 IBS가 시행한 거래소 순위에서 서비스와 사회 공헌 부문 등 전체 1위 거래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유수 블록체인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이미지를 쌓아 왔다.

그러나 비코인은 3월 초부터 '홈페이지 서비스 점검'을 이유로 모든 거래를 중지했다. 최근에는 출금 서비스까지 중단, 자금이 묶인 이용자들이 고발 조치 등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피해 금액조차 추산이 안 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금융, 핀테크 전문 인력에 의해 운영되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투자자의 돈을 끌어들이고 잠적한 대형 '먹튀 사고'가 될 공산이 크다.

이 거래소의 로고가 국내 대표 거래소인 '빗썸' 브랜드를 교묘히 모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로고 모양이 흡사하다.

현재 거래소 경영진 등은 메일과 전화 등 모든 연락을 끊었다.

비코인 이용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제를 피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할 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에 있는 해당 거래소 인력도 이달 초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출금도 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유관 협회 등 단체도 해외 거래소 금융 사고에 대해서는 구제 방안이나 처벌할 법적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암호화폐(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7월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외 암호화폐 취급 업소 목록을 금융사 간에 공유하고, 비집금계좌에 대한 금융사 모니터링 강화가 골자였다. 그러나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규제는 코인의 시세 차익을 막기 위한 내용으로, 해외 거래소 먹튀 피해에 대한 어떠한 규정이나 구제 방안이 담겨 있지 않았다.

블록체인협회가 암호화폐공개(ICO) 및 거래소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부에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답보 상태에 있다. 이런 상황을 악용, 해외에 소재한 거래소들이 한국 고객 대상으로 이미지를 세탁하고 별도 조직까지 구축해 돈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비트코인 등 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이용이 다시 늘고 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가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등을 사전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정부와 업계도 해외 거래소에 대한 투자 가이드라인과 법적 공조 체계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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