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일정표엔 호텔이라고 써져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가이드의 말을 듣고 그 호텔로 들어섰을 때,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3시간 산을 타고 온 곳은 나무로 지어져 바람이라도 한차례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이었다. 전기는 들어오지 않고(휴대폰 충전기를 왜 들고 왔을까?), 물은 차가웠다. 와이파이는 진작에 터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1박을 할 수(버틸 수) 있을까.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금방 어두워졌고, 별 달리 선택은 없었다. 여행자들과 작은 불빛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카레를 끓이고, 장작불을 때서 맥주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소곤소곤, 산속에서 말소리가 곤충 소리와 섞였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바람 솔솔 들어오는 딱딱한 매트 위에서 곧 잠에 빠져들었다. 이른 아침 깨어나니, 나무 틈으로 빛이 새어들었고, 여행자들의 코 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닭 우는소리가 더해져, 부스스 숙소를 나왔다.
숙소 아래로 운무가 껴 있었다. 마치 비행기 창으로 내려다보는 풍경 같았다. 그렇게 꾸역꾸역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 이런 숙소를 만나기 힘들 거란 생각에 아쉬움마저 들었던 곳. 온몸이 굳어져서 잠들었던 그 낯섦의 순간이 무엇인가 불안함이 감지될 때 마다 생각나곤 한다. 하지만 곧 잠이 들었던 것처럼, 내 불안함도 잔잔해질거란 걸 알게 되었다.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공간
태국 치앙마이 차이요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