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옥외영업, 입맛대로 행정처분…의원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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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05. 오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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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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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의원 입으로 들어간 '세금'①
불법영업 과징금…2.5단계 되자 '영업정지' 변경 꼼수

[앵커]

오늘(5일)은 뉴스룸만의 보도로 문을 열겠습니다. JTBC는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특권을 누리는 지방의원들을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특권은 국민의 세금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먼저 여기 불법 영업을 하다 걸린 식당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청이 내린 영업정지가 돌연 과징금으로 바뀌더니, 거리두기로 식당들의 밤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되자마자 다시 영업정지 처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식당의 주인은 바로 그 지역의 구의원이었습니다.

유선의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조되던 지난 5월 중순.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 앞 거리에 테이블 10여 개가 펼쳐져 있고 사람이 꽉 찼습니다.

다음 날엔 대낮부터 테이블을 깔았습니다.

불법 옥외영업으로 식품위생법 위반입니다.

시민단체가 올해만 15차례 구청에 신고했지만, 옥외영업은 계속됐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그 집만 허가를 받은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주변 상인 : 불법 영업이라는 생각이 안 들게 했어요. 원래 있는 자리, 당연히 있는 자리인 것처럼…]

결국 구청이 아닌 경찰에 신고해 적발된 6월 말, 구청은 뒤늦게 '일주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때부터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집니다.

마포구청이 갑자기 옥외영업 단속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을 고려한 구청장 결정이라는 겁니다.

코로나로 정말 어려웠던 올 봄에도, 거리두기를 잠시 해제했던 5월 초에도, 상인들의 계속된 옥외영업 완화 건의에도, 꿈쩍 않던 구청이었습니다.

[주변 상인 : 저희가 3월, 4월부터 계속 건의했거든요. (옥외영업) 풀어달라고. 그때는 답도 없다가 저기 걸리니까 바로 풀어준 거죠.]

다음 달엔 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식당 주인은 적발 2개월 만인 8월 14일,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바꾸겠다고 요구했고 구청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과징금을 내고 저녁 영업을 하는 게 주류를 파는 주꾸미 식당에겐 더 나을 거란 말이 주변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식당, 자기가 받는 처벌 종류를 또 바꿉니다.

8월 28일 오후 1시 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계획을 발표합니다.

8월 30일부터 밤 9시 이후 영업을 못한다는 겁니다.

이 계획이 발표되고 약 3시간 뒤 이 식당은 과징금 대신 당장 다음날부터 영업정지를 시작하겠다고 요구합니다.

구청은 이를 즉각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선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A구 위생과 직원 : 영업주 마음대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본인이 (영업정지로) 선택하겠다. 저는 그런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인천 B구 위생과 직원 : 그런다고 (갑자기 영업정지를 요구한다고) 그대로 들어주진 않아요. 그런 케이스가 없죠.]

[주변 상인 : 2.5단계…하…저희는 그때 그냥 문 닫았거든요. 그런데 그 집은 그 틈에 영업정지를 넘겨 버리니까 진짜 파렴치하다 싶다가, 어떻게 보면 또 참 대단하다…]

이 음식점은 당연히 붙여야 할 영업정지 계고장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영업정지가 시작된 날 낮 12시에 찍은 사진입니다.

내부 수리 중이라고만 써 붙여 놨습니다.

[최동길/시민단체 주민참여 대표 : 계고장이 없었어요. 약속 있는 분은 옆에 있는 아드님 삼겹살집에 와달라 이렇게 붙어 있었죠.]

다시 신고를 받은 구청은 계고장을 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의자를 쌓아놓은 곳 뒤쪽 안 보이는 곳에 붙였습니다.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 : (계고장이) 이렇게 뒤쪽에 붙어 있더라고. (밖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보였나요?) 정확히 보지 않고는 쉽지 않죠, 그게.]

주변 자영업자들은 상실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주변 상인 : 평소에도 보면 거기는 법 위에 살고 있는 것 같죠. 거기 볼 때마다 법 지키는 사람만 바보 되는 기분이고…]

이 음식점은 이곳 마포구에서 11년째 구의원을 하고 있는 한일용 의원의 아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엔 아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이 건물 자체가 한 의원 소유입니다.

저희는 이 두 곳의 음식점에서 그동안 마포구의회의 예산이 얼마나 사용됐는지도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한 의원이 지난 5년 동안 직접 아들 음식점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입니다.

동료 의원들이 사용한 금액을 더하면 1200만 원이 넘습니다.

올해도 4차례에 걸쳐 170만 원, 삼겹살집에 한 번 갈 때마다 평균 40만 원 넘게 썼습니다.

[한일용/마포구의회 의원 : 식사를 하려고 하면 저희 가게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상당히 송구스럽고, 주민의 대표라는 사람이…]

(화면제공 : 시민단체 '주민참여')
(영상디자인 : 박지혜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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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의 기자 (yoo.seonui@jtbc.co.kr) [영상취재: 신승규 / 영상편집: 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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