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증여 1만2000건… “이 물건은 5년간 시장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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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5. 오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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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택자인 A씨(64세)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고 결국 전세를 주고 있던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앞으로도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원구 아파트는 A씨가 거주하는 데 쓸 예정이다. A씨는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지만 강남 아파트는 똘똘한 한 채라 값이 더 오를 것 같다”면서 “차익의 절반 가까이를 양도세로 내며 남에게 파는 것보단 아들에게 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1만2435채가 증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들이 앞으로 5년간 매매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월과세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월과세란 증여를 받은 사람이 5년 이내에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 등을 양도하면 취득가액을 증여자 취득가로 적용해 계산하는 것을 뜻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5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 증여는 1만2435건이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주택 전체로 확대하면 총 2만3590가구가 증여됐다.

서울 아파트 증여는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절반 이상인 6600건이 이 강남 4구였다. 이 중 강남구 아파트의 증여 건수는 2503건이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은퇴한 다주택자 중 ‘똘똘한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주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던 결과라고 해석한다. 대치동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아파트는 근로소득을 모아 사기 어려울 만큼 비싼 데다 여력이 있다고 해도 맘에 드는 매물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양도세율이 높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다주택자의 경우 매도할 때 양도세율이 최대 75%(지방세 포함 82.5%)에 달한다. 양도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느니 차라리 덜 나오는 증여세를 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 중 절반 가량도 증여가 이뤄진 물건이다. 최근엔 부부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분양에 당첨된 아파트의 경우 부부 중 한 쪽 명의의 청약통장을 사용한다. 이를 부부 공동명의로 돌리는 과정에서 부부간 증여가 이뤄진다.

토지·건물 전문 정보업체 밸류맵에 2020년에 입주한 아파트 두 곳의 소유자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일반분양 주택의 절반 이상은 부부 공동명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센트럴자이의 일반분양 145가구의 경우 94가구가 공동명의였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당산센트럴아이파크의 일반분양 154가구의 경우 79가구가 공동명의였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증여가 매매시장에 나올 만한 잠재 주택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우려한다. 주택을 증여 받고 5년 내에 매도하면 이월과세로 양도소득세가 계산되기 때문에 이 기간을 넘겨 팔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 서울 반포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59㎡짜리 주택(실거래가 21억4000만원)을 증여받은 사람(수증자)이 2022년 1월에 30억원에 매도한다면 양도소득세 기준은 21억4000만원이 아니라 증여자의 취득가액이 된다. 증여자가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2008년 당시 분양가액(11억원 수준)이 취득가액이 된다. 11억원에 사서 30억원에 매도한 것으로 양도세를 계산한다는 것이다.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필요경비로 인정되지만. 그래도 차익이 커지는 만큼 양도소득세는 많아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위의 사례라면 2025년 1월 이후로 매도해야 양도소득세 기준액을 증여가액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이월과세를 피하기 위해 증여받은 물건은 약 5년간 매매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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