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권리장전에 정리된 자살 유가족의 권리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권리 △자살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권리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권리 △정직한 답변을 들을 권리 △속이는 일을 당하지 않을 권리 △희망을 유지할 권리 △평화와 자존감을 가질 권리 △자살로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권리 △개성을 간직할 권리 △자살로 인해 판단을 받지 않을 권리 △회복을 도와줄 상담과 지원 그룹을 찾을 권리 △인정 받을 권리 △새로운 시작을 할 권리 △살 권리 등을 포괄한다.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에서 표명하는 권리는 사실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사회 전체의 책임과 의무를 담고 있어, 자살 유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새겨둬야 할 내용이다. 예를 들어 자살 유가족에 있어서 '판단을 받지 않을 권리'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하지 않을 의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1984년 처음 만들어진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은 그동안 여러 단체와 개인들에 의해서 수정, 변용돼 활용했다. 하지만 핵심 권리들이 빠지거나 주체가 모호해지는 등 오역으로 인해 13개의 권리 전체가 '살 권리'로 응축되는 권리장전의 핵심을 흐리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전문을 다시 번역해서 발표하기로 했던 것이다.
유가족은 A씨는 "자살 유가족들은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하면서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지원할 때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면서 "진실을 알 권리를 포함해서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의 내용 하나하나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 권리'를 말할 때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자살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뜩이나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서,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비난과 몰이해와 억측을 감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 대표는 이어 "많은 유가족이 자살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면서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에는 자살이라는 사회적 아픔을 함께 치유하고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나침판이 담겨 있다.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이 유가족 자신의 인식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