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분비되는 인슐린 효과 유지
장내 유익균, 지방·콜레스테롤↓
탄수화물은 구조에 따라 단당류(포도당·과당)와 단당류가 두 개 결합한 이당류(설탕), 여러 개가 묶인 다당류(전분)로 구분한다. 식물의 탄수화물은 대개 안전성이 높은 전분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전분은 소화기관을 거치며 단당류로 분해돼 체세포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식사 후 혈당 수치가 오르는 것은 소장에서 흡수된 전분이 포도당으로 쪼개져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분도 종류에 따라 분해되는 속도는 차이가 있다. 재료나 묶는 방식에 따라 매듭을 푸는 난도가 다르듯 전분도 단당류의 구성·결합력에 따라 소화율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섭취 후 가장 늦게 대장에서 소화되는 ‘저항성 전분’이다. 다이어트는 물론 전신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며 ‘착한 탄수화물’로 불린다.
둘째,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를 건강히 가꿀 수 있다. 인간의 장(腸)에 존재하는 38조 개의 미생물은 서로 균형을 이루며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몸에 좋은 유익균은 늘리고, 유해균은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유익균의 ‘먹이’인 저항성 전분이다. 천랩 김해영(가정의학과 전문의) 자문의는 “저항성 전분 섭취로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면 염증 감소와 심뇌혈관 질환 예방 등 전신 건강에 도움된다”며 “열량도 소장에서 흡수되는 일반 전분의 절반(1g당 약 2㎉)에 불과해 다이어트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저항성 전분의 건강 효과는 다양한 연구로 증명됐다. 지난해 발표된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저항성 전분 함량을 일반 쌀보다 10배 이상 높여 5주간 당뇨병을 유발한 쥐에게 먹였더니 식후 혈당과 체지방·나쁜(LDL) 콜레스테롤이 모두 감소했다. 분변 검사 결과 섭취 전과 비교해 체지방을 분해하는 장내 유익균은 늘고, 비만을 유발하는 유해균은 줄었다. 비만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저항성 전분이 풍부한 쌀을 2주간 섭취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 지수(HOMA-IR)가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성 전분이 장 건강을 개선해 대장암 위험을 낮추고, 전신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저항성 전분은 콩류와 보리 등 통곡류, 감자·고구마·호박 같은 채소에 풍부하다. 과일 중에는 바나나에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다. 다만 바나나는 노랗게 익을수록 저항성 전분 함량이 감소해 장내 미생물과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적당히 덜 익은 상태에서 먹는 것이 더 좋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밥도 조리·보관 방법을 달리하면 저항성 전분 함량을 높일 수 있다. 전분이 변성되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2016)에 실린 연구결과,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는 것보다 약한 불에서 냄비로 밥을 지을 때 저항성 전분 함량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쌀 무게의 3% 정도로 콩기름을 추가한 경우도 물로만 밥을 지을 때보다 저항성 전분 함량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온도를 낮춰 보관하는 것도 저항성 전분 함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앞선 연구에서 갓 지은 밥(1.17%)보다는 12시간 냉장고에 저장한 밥(1.84%)과 차가운 밥을 전자레인지로 40초간 데운 밥(2%) 순으로 저항성 전분 함량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냉동이 아닌 냉장에서 0도에 가깝게 보관할수록 전분 변성이 잘 일어난다”고 보고했다. 빵·파스타와 같은 다른 탄수화물 식품도 냉장 보관 시 저항성 전분 함량을 늘릴 수 있다. 김해영 자문의는 “냉장 보관해도 탄수화물 전체가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콩·귀리·현미 등 통곡류를 섞어 밥을 지으면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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