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등신불' 재연출한 장형일 PD

입력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초파일 재방송 때마다 부끄러웠습니다"

10월6일 KBS 'TV문학관'서 24년 만에 방송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이제 부처님 오신 날 재방송 나갈 때 덜 부끄러울 것 같네요."

24년 전 KBS 'TV문학관'에서 김동리 원작의 '등신불'을 연출했던 장형일 PD가 새롭게 만든 '등신불'을 내달 6일 오후 10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선보인다.

1982년 국내의 한 절에서 임혁, 한혜숙, 반효정, 주현 등의 연기자들과 '등신불'을 찍었던 장 PD는 이번엔 중국 쓰촨성의 절에서 고두심, 정시아, 성민 등의 배우를 내세워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등신불'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 PD는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했다.

"24년 전 김동리 선생께서 생전에 제 작품을 보시더니 영화나 드라마화된 선생 작품 가운데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하셨어요. 당시엔 제작 여건이 너무 열악했고 재방송 나갈 때마다 부끄럽고 괴로웠죠. 꼭 한번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어요. 촬영 기간이 짧아 조금 아쉽긴 하네요."

원작에는 '나'로 지칭된 화자가 등신불이 된 만적 스님의 사연을 따라가면서 소신공양(燒身供養)에 깃든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는 것으로 돼 있지만 24년 전과 같이 이번에도 허구의 인물인 여옥이 만적의 이복 여동생으로 등장해 만적과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된다.

임혁이 맡았던 만적을 신인 배우 성민이, 한혜숙이 맡았던 여옥을 정시아가 연기하며 만적의 어머니는 반효정이 맡았던 것을 이번엔 고두심이 열연했다.

6월 초 11일간 중국에 머물며 대부분의 분량을 소화해내야 했기에 촬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소신공양 장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는 숙제를 하기엔 11일이란 기간이 너무 짧았다.

"소신공양 장면이 작품의 승패를 결정하는 부분이라 어려웠죠. 사실 일정이 촉박해 다 끝내지 못했어요. 한국에 들어온 다음에 여주에 있는 신륵사에서 조금 더 촬영해서 붙였는데 혹시 눈치챘어요?(웃음)"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고단함은 더욱 컸다. 엑스트라도 인근의 동네에서 모아야 했고 그나마 비오는 장면에서는 반 이상이 흩어져 버렸다.

중국 현지의 스태프에게 광풍기를 준비해 달라고 했더니 선풍기 2대를 가져온 웃지 못할 일마저 벌어졌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컴퓨터 그래픽의 덕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만적의 몸에 불이 번져가는 장면이나 장대비가 내리는 장면 등에서 컴퓨터 그래픽은 더없이 유용했다.

"24년 전엔 소신공양 후에 문둥병이 사라지는 장면에서 드라이어를 사용했어요. 비누거품으로 문둥병 흔적을 만든 다음에 드라이어로 말리는 거죠(웃음). 이번에는 컴퓨터 그래픽의 힘이 컸습니다."

불교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는 '등신불'을 두 번이나 찍은 장 PD의 종교는 뭘까. 인터뷰 말미에 종교를 물었더니 뜻밖에도 '등신불'을 찍으며 종교를 바꿨다는 답이 돌아온다.

"예전에 찍을 때 스님들이 너무 협조가 안됐어요. 그 이후로 불교 버리고 기독교(개신교)를 택했죠. 이번에 '등신불' 찍으면서 잘되게 해달라고 (교회에) 새벽 기도 나가서 기도했어요(웃음)."

nari@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