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31. 메뚜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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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3. 오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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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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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가 힘차게 도약을 하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두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다. 괄약근을 조이며 견딜 수 있을 만큼 자세를 유지한 뒤 천천히 다리를 내려놓는다. 메뚜기 자세는 목과 골반 부위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고 허리를 강화시킨다. 시연 유정아.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유지태가 멋지게 연출한 요가 동작이 바로 이 메뚜기 자세이다. 범어로 '살라바(salabha)'는 메뚜기를 의미해 이 자세를 '살라바 아사나'라고 한다. 메뚜기가 앉아 있을 때의 모습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먼저 바닥에 턱과 복부를 대고 엎드린 후 양다리를 쭉 편 채 두 손은 주먹을 쥐어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복부 밑에 둔다.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게 하고, 양 주먹으로 복부를 밀어 올리듯이 하면서 이마가 바닥에 붙게 하여 양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 동작을 행할 때는 마치 메뚜기가 힘차게 도약을 하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두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도록 한다. 괄약근을 조이며 그 상태로 견딜 수 있을 만큼 자세를 유지한 후 천천히 다리를 내려 놓으며 기도 자세로 긴장된 등 근육을 풀어준다. 2~3회 반복한다.

이 자세는 자율신경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목과 골반 부위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한다. 허리 쪽 명문(命門)혈 자리를 자극해 신장의 기운을 도와 인체의 근본적 생명 에너지, 정(精)을 북돋워 주며 허리를 강화시킨다.

때로는 약한 신장 쪽의 다리가 잘 안 올라 갈 수도 있다.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고혈압, 탈장 등의 증세가 있을 경우, 임산부는 자제한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고 지구력, 의지력, 자신감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자세이다. 힘든 체위인 만큼 실행 후 더 강한 생리적 효과와 심리적 성취감이 따른다.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계절이다. 벼이삭들이 누렇게 황금빛으로 뒤덮인 채 가을 바람에 출렁거리는 풍경은 아득한 향수로 다가온다. 농부들은 일년 내내 정성들여 기른 벼를 수확하느라 바빠진다.

논밭 들판을 지나갈 때면 후드득 메뚜기 떼가 뛰어 다니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메뚜기라고 부르는 건 다양한 메뚜기 종류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메뚜기와 구분하여 생각하는 귀뚜라미, 꼽등이, 땅강아지 등은 분류학상 메뚜기 목(目)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은 모두 메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 메뚜기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메뚜기라고 하면 벼메뚜기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메뚜기는 농촌에서는 괜찮은 간식거리이자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아련한 유년의 추억식품이다. 요즈음은 농약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여간해서는 쉽게 메뚜기를 보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었기에 메뚜기 볶음은 언감생심이다. 간혹 고급 레스토랑이나 고급 술 안주로 나오기도 하지만.

근래들어 메뚜기가 없는 땅은 생명의 땅이 아니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면서 생명의 땅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에 대한 수요가 늘자 자취를 감추었던 메뚜기가 '메뚜기 쌀'과 함께 부활하여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메뚜기와 인간의 공존·공생 구조가 시작된 것이다. 세상은 자연과 공존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메뚜기 역시 우리 인간과 같이 생태계의 한 일원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들판이 적막하다'라는 시는 '가을 햇볕에 공기에/ 익는 벼에/ 눈부신 것 천지인데,/ 그런데/ 아, 들판이 적막하다ㅡ/ 메뚜기가 없다!// 오 이 불길한 고요ㅡ/ 생명의 황금고리가 끊어졌느니…'라며 생태계가 파괴된 현실 비판과 고발을 담아 내고 있다.

요즘 메뚜기는 친환경 농업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톡톡히 한몫하고 있는데, 벼의 주요 해충인 벼메뚜기가 품질 좋은 쌀의 대명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살충제에 약한 벼메뚜기가 많이 살고 있는 논은 그만큼 살충제를 적게 친 친환경 쌀이란 걸 입증하는 셈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가치관이 세계를 지배한 지구는 오로지 인간의 땅이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사라져간 멸종 동물과 식물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 인간은 헤아려는 보았을까.

역사적으로 메뚜기는 중동 사람들과 인연이 깊은 곤충이다. 아랍 에미리트의 도시 '두바이'는 아랍어로 메뚜기라는 뜻이다. 끝없는 사막을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뛸 수 있는 메뚜기처럼 두바이 역시 어디로든 가기 편한 사막의 교통 허브다.

최근 메뚜기가 폭발물 탐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 같다는 뉴스가 있었다. 몸무게가 가벼운 메뚜기는 폭발물을 건드려도 폭발하지 않고 우수한 후각으로 폭발물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메뚜기 뇌에 전선을 연결하여 뇌의 전기 선로를 외부 컴퓨터로, 진동하는 전자회로를 붙여 메뚜기가 폭발물을 감지하면 0.5초 안에 컴퓨터에 경보신호가 울리는 원리이다.

메뚜기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차(茶)에도 있다.

동방미인은 대만의 대표적인 우롱차인데, 감미로운 향기가 일품이다. 대만의 어느 차 농부가 수확시기를 놓쳐버려 벌레가 찻잎을 갉아 먹고 말았는데, 그래도 얼마라도 건져보려고 시장에 내다 판 차가 의외로 맛과 향기가 독특하다는 평을 받게 되면서 일약 뜨게 되었다 한다. 이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이 차 맛을 보고 동방의 미인(oriental beauty)과 같다고 평한 것이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193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벅의 소설 '대지'에는 메뚜기 떼 습격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메뚜기 떼 습격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사건이 아니다. 중국 당나라 태종은 메뚜기 떼와 맞서며 메뚜기를 산 채로 먹은 일화도 있으며, 우리나라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도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근간에도 호주나 아프리카 마다카스카르 섬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메뚜기 떼 습격 기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구약성경의 '출애굽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 달라는 모세의 부탁을 이집트 왕이 들어주지 않자 하느님이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린다. 그 중 여덟번 째 재앙이 바로 메뚜기 떼의 습격 사건이었다.

2050년이 되면 지구의 인구가 약 90억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유엔은 곤충이야말로 인간의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라고 지목했다. 곤충은 지상 최대의 생물 군단이다. 지구상 동물의 약 70%를 차지한다. 남극 만년설에도 살고, 끓는 온천수에도 있으며, 동물의 창자와 심해까지 살지 않는 곳이 없다. 어디에나 있으며, 얼마든지 존재하는 식량 자원인 것이다

곤충은 경제성이 높으면서도 친환경적인 식재료라는게 정평이다. 소, 돼지 같은 가축은 정온(定溫) 동물이기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곤충은 변온(變溫)동물로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않고 에너지도 덜 쓴다. 그래서 적은 양의 사료로도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환경 오염도 덜하다. 먹는 것이 적으니 그만큼 배출하는 것 또한 적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물 사용량도 적다. 또한 근간 들어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이다.

랍스터(바닷가재)는 과거에는 '바다의 바퀴벌레'라 불리며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던 음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죄수들에게나 주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랍스터는 고급요리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 이렇게 특정식품에 대한 혐오나 선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검은 양갱 모양의 단백질 블록은 꼬리칸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이었다. 그 블록의 재료는 바퀴벌레였다.

실제로는 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많은 에너지 공급원으로 유명하다. 중국이나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전갈 튀김, 귀뚜라미 튀김이 귀한 단백질 보충원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번데기로 만든 간식은 누구나 한번쯤은 먹어 봤을 길거리 푸드 중 하나였다.

얼마 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이 새로운 식품 원료 인정제도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인정한 메뚜깃과 곤충 풀무치는 국내 열번째 식용 곤충이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종교 문헌에도 메뚜기에 대한 언급이 많다. 성경 레위기에는 '곤충 가운데서 너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메뚜기, 방아깨비, 귀뚜라미'라고 기록돼 있으며, 코란은 '비황(飛蝗)은 알라의 군대이니 먹어도 되느니라'고 가르쳤다.

곤충은 하층민만 먹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와병 중이던 히로히토 일왕(日王)이 다른 음식은 별로 입에 대지 않으면서도 즐겨 먹었던 것이 하치노코, 즉 노란 재킷 말벌의 애벌레였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곤충을 식량으로 사용하는 것에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곤충을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 인체에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곤충에 대한 선입견, 특히 혐오감을 어떻게 해소시키느냐에 따라서 미래 식량으로서의 곤충의 자리매김이 좌우될 듯 하다.

식욕이 왕성한 번식기의 메뚜기를 가리켜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기 세상을 만난 듯한 전성기도 한때'라는 뜻으로 해석 된다. 사람이 원하던 명예, 권력, 부(富)의 뜻을 이루면 우쭐하고 의기양양해지지만 언제든지 기울어져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잘 나갈 때 일수록 교만심에서 벗어나 늘 겸손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이 참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달도 차면 기운다'라는 말도 함께 되새겨 보면 좋겠다. 천년 만년 영화를 누릴 듯이 후안무치(厚顔無恥), 인면수심(人面獸心), 언어도단(言語道斷)의 행태를 자행하는 위정자들이 특히 새겨 들었으면 좋을 경구이기도 하다.

<메뚜기의 따따부따>

그대들 강한 스태미나를 원하는가?

그러러면 먼저 신장을 튼튼히 하라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하는 요가 동작처럼 두 다리를 뒤로 쭉 뻗은 채 위로 번쩍 들어 올려보라.

평소에 두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동작 언제 해 보았는지 기억조차 없겠지만 오늘 나를 따라 해보라 그리고 그 자세로 견뎌보라.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겠지만 참고 견딜 것.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했다. 후일에 그대들의 버팀목이 되리니 지구력 의지력 자신감이 퐁퐁 솟아 나리라. 반대급부로 더 강력한 생리적 효과는 물론 심리적 성취감도 따르리라.

단번에 내 몸 길이의 20~30배 거리를 점핑하는, 인간으로 치면 30~60m 정도의 거리를 한 번의 점프로 이동하는 나의 도약 능력이 부러운가?

그렇다면 이동 매체 멀리하고, 많이 걷고, 많이 계단 오르내리고, 하체 근력 키우는 요가 동작 많이 하라.

그대들의 노화를 늦춰주고 활기찬 에너지를 선사하리라.

또한 나는 한자리에서 사통팔달 어디로든 이동 할 수 있는 신공(神功)의 소유자다.

통섭과 하이브리드의 결정판인 나를 눈여겨 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대들은 혹 나처럼 견고한 껍질에 묶여 있는건 아닌지? 그대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껍질은 없는지? 일상 속 반복된 습관과 자아의식에 의한 편견과 오해들이 그 단단한 껍질을 덮고 있지는 않는지?

나 메뚜기는 껍데기를 벗고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결코 고정된 틀에 얽매여 성장과 진보를 거부하지 않는다. 많은 탈피의 과정을 거쳐 변모하는 나를 보라.

그대들 역시 틀을 깨고 일어나라.

오랜 관습의 껍질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과 인내를 결코 게을리하지 말지어다.

마치 내가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싱클레어처럼 필연적으로 탈바꿈이라는 과정을 거치듯이 말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 했다. 스스로 노력해야 할 줄(啐)이 없으면 도움의 손길인 탁(啄)도 없다. 깊이 고심한 각고의 노력만큼 길은 보이는 법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기자신에로 다가서는 일보다 더 어렵고 간절한 것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대들은 혹 여태까지 나를 하찮은 미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못 살게 되면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는 사실, 잊지 말기 바라네. 우리가 상호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음을, 우주 속에 인드라망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기 바라네.

끝으로 나는 미래의 슈퍼 푸드요 지속 가능한 식품임을 눈여겨 보시게나. 앞으로 그대들의 피와 살과 뼈가 될 수도 있음을 부디 잊지 마시길 바라네.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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