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급변침 멀잖아…여러 현상 상호작용 도미노”

입력
수정2022.01.04. 오후 1:21
기사원문
이근영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환경전문가들 <네이처> <아카이브> 논문

남북극 지역 빙하와 해빙 상실 심각해

아마존 황폐화 등 다른 급변과 겹치면

파리협약 목표 2도 아래서도 위험 커져

1.6도 상승해도 그린란드 빙하 회복불능




국제 공동연구팀이 기후변화로 지구 환경의 급변화(티핑 포인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심각하게 닥쳐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다른 연구팀은 여러 급변들이 겹쳐 상호작용하면 증폭돼 변화의 속도와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티모시 렌턴 영국 엑시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 소장과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소장, 카트린 리카르드손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게재한 ‘논평’(comment)에서 “정치인이나 경제인 심지어 과학자들조차 아마존 밀림이나 남극 빙하의 상실과 같은 지구 시스템의 급변침(티핑 포인트)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이 생각보다 많이, 강력하게 발생할 수 있고 다양한 생물학적, 물리학적 체계들이 상호연결돼 세계가 장기간 회복 불가능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티핑 포인트들을 고찰하는 것은 우리가 기후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런 고려를 통해 올해 학생부터 과학자 또 도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기후 비상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티핑 포인트에 대한 개념을 20년 전에 도입했다. 당시 에는 기후체계의 ‘대규모 중단 사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5도가 넘어갈 때 닥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9월에 발간된 최근의 IPCC 특별보고서는 티핑 포인트가 1~2도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약속들이 실천에 옮겨진다 하더라도, 물론 이 자체가 ‘가정’이지만, 2도 아래로 제한해보자는 2015년 파리협약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는 3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후 티핑 포인트(설령 그것이 대재앙이라도)의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3도가 비용-편익 측면에서 최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티핑 포인트의 가능성이 좀더 높아지면 비용-편익 기후경제 모델의 ‘최적의 정책’ 권고는 최근 IPCC 보고서의 티핑 포인트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말로 하면 온난화는 1.5도로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는 비상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빙권의 몇몇 티핑 포인트가 매우 위험에 가까워졌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아직은 피할 수 없는 영향의 축적을 늦추고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의 연구는 남극 서부의 아문센해 만이 티핑 포인트를 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얼음과 바다와 기반암이 만나는 ‘기선’(ground line)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후퇴했다. 한 모델 연구는 이 곳이 붕괴했을 때 나머지 남극 서부의 빙하가 도미노처럼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수세기 또는 1천년에 걸쳐 해수면을 3m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고대의 증거들은 남극 서부 빙하의 광범위한 붕괴가 과거에 반복적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최근의 자료는 윌키스베이슨 같은 남극 동부 빙하도 비슷하게 불안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모델은 100년여 만에 해수면이 3~4m 더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린란드 빙하는 점점 더 빠르게 녹고 있다. 만약 임계점을 지나면 수천년 동안 해수면을 7m 이상 높일 수 있다. 빙하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좀더 따뜻한 공기를 만나 다시 점점 더 빙하가 녹아내리는 악순환을 겪는다. 모델들은 그린란드 빙하가 1.5도 온난화에서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붕괴는 2030년에 올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미 미래 세대들이 수천년에 걸쳐 10m 가까이 높아진 해수면 상황에서 살도록 만들었다”며 “하지만 시기는 아직 우리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얼음이 녹는 비율은 티핑 포인트에 이르는 온난화의 정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1.5도에서는 1만년이 걸리고, 2도에서는 몇천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데이터들이 무엇을 보여주든지 간에 해수면 상승을 막을 행동은 필요하며, 우선 저지대 거주지 주민을 위해 재정착을 포함한 적응 지원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도를 유지해야 하는 주요 이유의 하나는 다른 티핑 포인트들이 낮은 온난화 상태에서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IPCC 모델들은 1.5도와 2도 사이에 다양한 급변(티핑)을 모사하고 있으며, 이들에는 해빙이 포함된다. 북극 해빙은 이미 빠른 속도로 녹고 있으며 2도 온난화에서 여름에 북극 해빙이 없을 확률이 10~35%에 이른다.
또 기후변화와 인류 활동은 생태계 종류와 지역을 뛰어넘어 생물권 티핑 포인트 촉발을 위협하고 있다. 해양 열파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보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산호의 집단 백화와 천해 산호 절반의 폐사를 초래하고 있다.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 오염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2도까지 올라가면 열대지방의 산호 99%가 사멸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해양 생물다양성과 인간의 생계에 치명적인 손실을 뜻한다.
생물권 티핑 포인트는 생명 유지 장치의 약화뿐만 아니라 엄청난 탄소의 대기중 배출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를 증폭시킬 것이고 배출가스 버짓을 축소시킬 수 있다.
밀림 파괴와 기후변화는 생물종 10%가 기원한 지구에서 가장 큰 밀림인 아마존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아마존숲의 티핑 포인트는 40%의 벌채와 20%의 지피식생 상실 사이에 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 온난화는 지구 평균보다 적어도 두배 빠른 속도로 진행돼 아한대 수림을 점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온난화는 대규모의 해충 피해와 산불 확산을 촉발해 북미 아한대 수림의 황폐화를 가져왔고, 이는 일부 지역을 이산화탄소 흡수계(카본 싱크)에서 배출계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극지방의 영구동토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녹아 이산화탄소와 그보다 30배는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내뿜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50%의 확률로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가능한 배출가스 버짓을 500GtCO₂(이산화탄소 환산 기가톤)으로 제시했다. 영구동토의 배출로 20%(100GtCO₂)가 날아갈 수 있다. 여기에는 영구동토 지하나 심해의 메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수림의 티핑 포인트가 근접하면 아마존의 황폐화는 버짓에서 90GtCO₂을, 아한대 수림은 110GtCO₂을 쓰게 된다. 지구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Gt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 버짓은 없는 셈이다.
연구팀은 기후와 생태계에 걸쳐 남극 서부의 빙하 붕괴와 밀림의 초원화 등 30가지 형태의 체계 변화를 분석한 지난해 연구를 예시하면서 “기후변화의 낙수효과(연쇄반응효과)가 일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구는 한 체계에서 극한의 티핑 포인트가 다른 시스템으로 옮아갈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관계는 상호 연결돼 있는 시스템의 45%에서 발견됐다. 북극 해빙 감소는 북극지방의 온난화를 불러오고, 북극의 온난화와 그린란드 얼음의 상실은 북대서양의 담수 유입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해양에서 지구의 열과 염분을 옮기는 주요 요소인 ‘대서양 자오선 역순환’(AMOC) 속도를 15% 감속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린란드 빙하의 급속 해빙과 AMOC의 추가 완화는 서아프리카 몬순을 흐뜨려 아프리카 사헬지역(사바나)의 사막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편 독일 연구팀은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구 기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급작스럽게 변할지 모른다”며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지역들이라도 서로 영향을 끼쳐 전지구 기후를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아카이브>는 수학, 물리학, 천문학, 전산학, 계량생물학, 통계학 등 분야 과학자들이 출판 전(preprint) 논문을 공유하는 웹사이트이다.
기후학자들은 온난화가 어떤 정점(티핑 포인트)을 지났을 때 지구 곳곳이 극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변할 것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그린란드의 빙하에 초점을 맞췄다. 온난화로 상승한 기온은 얼음을 녹여 빙하 꼭대기가 낮아지게 만들고, 이는 따뜻한 공기와 만나 얼음을 더 잘 녹인다. 얼마나 온난화가 더 진행돼야 얼음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녹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1.6도만 상승해도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과학자들은 여러 티핑 요소들(인간의 활동 때문에 급작스런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지역이나 생태계)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의 티핑 포인트가 또다른 티핑 포인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 곧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 빙상이 티핑 포인트를 지나 불가역적으로 녹기 시작하면 그것은 북대서양에 차가운 담수를 쏟아낸다. 이는 ‘대서양 자오선 역순환’(AMOC)이라는 해양 대순환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그 결과 미국 동부 해안의 해수면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서아프리카 계절풍(몬순)이 혼돈상태에 빠질 것이다.
티핑 포인트들에 대한 수학적 분석은 몇몇의 경우에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속적인 티핑 포인트에 대한 선행 연구들은 하나의 티핑 요소가 다른 요소에 영향을 끼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독일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두 요소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계산했다.
연구팀은 “결과는 끔찍하게 놀라웠다”며 “2개의 티핑 요소들이 변화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데는 굳이 임계점을 지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논문 공저자인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조나단 돈게스는 “티핑 요소들 사이의 되먹임(피드백)은 연계 시스템의 기대 시점보다 더 일찍 티핑 포인트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는 그린란드 빙하나 대서양 해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제적인 상황을 모사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연구팀은 “그렇게 하더라도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1.6도까지 진행되기 전에 그린란드의 빙하는 티핑 포인트를 지나 중단없이 계속 녹아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 스톡홀름복원센터의 주안 로차는 “그린란드와 대서양 해류 사이의 연결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둘은 거대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워 서로 영향을 줄 만큼 충분히 강력하다”고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