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화물이 없어”… 4월부터 본격 불황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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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12. 오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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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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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기간산업 위기]


“세계 무역량 최대 32% 감소”… 두세달 前 받은 계약 곧 끝나


지난달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


“화물을 싣고 동남아로 내려가긴 했는데, 올라올 짐이 없어서 배가 한국으로 못 돌아오고 있어요.”

동남아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 선사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해운업계가 “말 그대로 난리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과 함께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동남아 지역 생산 시설이 셧다운(일시적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동남아에서 동북아로 운송되는 화물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소 선사 대표는 “각국의 정유 공장마다 석유 탱크가 꽉 차서 빠지질 않는다”며 “4월 들어 눈에 띄게 운송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올해를 어떻게 넘길 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량 감소·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물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해운업계도 폭풍전야다. 통상 해운 물량은 2, 3개월 전에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발주된 물량이 소진되는 이달부터 해운업계의 불황은 본격화 될 전망이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글로벌 빅3 해운동맹은 최근 잇따라 선박 운영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물동량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전세계 무역량이 최대 3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도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이달 운항을 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이 300만TEU(길이 20피트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300만TEU는 전 세계 컨테이너 선의 약 10~12%에 해당한다. 2009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계선량(계류 중인 선박) 152만TEU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지금까지는 올해 3월 초에 기록한 246만TEU가 최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선주협회는 최근 정부에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 유예 △코로나19 피해 중견·대기업 지원을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참여조건 현실화 △신속한 금융지원을 위한 절차개선 등을 담은 긴급 금융지원 건의안을 제출했다. 선주협회는 “올해 외항해운업계에서 필요한 유동성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며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으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발 해운 위기는 중소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로선 약 10% 가량 물동량이 감소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얼마나 악화할 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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