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1마리로 5끼" "설거지 지옥"…코로나 속 '끼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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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8.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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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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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방윤영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7살, 4살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 김모씨가 만든 '집밥' 사진./사진=독자 제공
"코로나 때문에 더 못 챙겨 먹고 사네요"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박상현씨(가명·25)는 주로 라면, 샌드위치 등 간단한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은 평소와 같이 1시간"이라며 "그 시간에 음식 준비하고, 먹고, 정리까지 해야 해서 너무 촉박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1인 가구부터 다인 가구까지 집집마다 '끼니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식사를 준비하는 번거로움뿐만 아니라 식비도 증가해 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다.



"뒤돌아서면 끼니 걱정"…치킨 한 마리 5끼로 나눠먹어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급증한 2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맘카페에는 "삼시세끼와 설거지 지옥에 갇혔다"는 괴로움이 터져 나온다. 개학이 연기된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 식사를 준비하는 주부들의 고민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주부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밥' 사진을 공유하며 "밥 먹고 설거지하고 뒤돌아서면 끼니 걱정", "메뉴 고민부터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 "이유식에 간식까지 챙기면 하루가 바쁘다" 등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음식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료를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7살, 4살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며칠은 차리는 게 일이고 힘들고 귀찮고 그랬는데, 이제는 서서히 익숙해져간다"면서도 "재료를 사러 가는 게 힘들다. 배달을 시키자고 마트 앱을 켜면 품절돼 있는 게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1인 가구들도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씨(25)는 치킨을 한 마리 시켜서 다섯끼에 걸쳐 나눠먹었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아침 점심 저녁 전부 집에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이 많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서 나눠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먹는 것도 일이고, 오히려 식재료비가 더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배달비에 사재기까지…식비도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재택근무를 시작한 직장인 김모씨(25)가 최근에 만든 음식 모습./사진=독자 제공

식비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아 각 가구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 구내식당이나 학교·유치원 급식소에서 최소 1끼를 먹었지만, 이제 집에서 모든 식사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직장인 이모씨(30)는 "어머니가 세끼를 다하기 힘들어하셔서, 이제 저녁은 제가 책임지기로 했다"며 "저녁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가까운 식당의 음식을 포장해와서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저녁 식사 비용을 내면서 식비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평소보다 식료품 및 음식 배달을 많이 시키면서 식비가 증가하기도 한다. 김씨는 "집에서 먹으니까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 잘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아 다양하게 사는 편"이라며 "마트나 시장에 가기 꺼려져서 배송 제품을 이용하다 보면 간편하지만 오히려 좀 더 비싼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음식을 '사재기'하면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긴 사람들도 적지 않다. 휴학생 A씨(22)는 "당장 먹을 음식이 충분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통조림, 라면, 시리얼 등 유통기한이 긴 음식들을 쟁여놨다"며 "그래서 식비를 평소보다 7만원 정도 더 썼다"고 했다.

실제 배달업계와 가정가편식업계의 매출도 늘었다. 배달픽업서비스 '위메프오'는 1월2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한 달간 전체 매출이 약 42%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위메프에서 가정간편식 키워드로 검색되는 전체 상품 매출은 490%나 급증했다. 배달대행 생각대로도 지난 2월 한달 동안 수행한 배달 주문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고 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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