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와 이낙연 대선 경선 캠프 출신 의원 20여명은 이날 밤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7일 미국 유학을 위해 출국 예정인 이 전 대표에 대한 환송회였지만 당내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A의원은 “지금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 명확히 짚지 않고선 당 상황을 바로 잡기 어려울 것”라며 “매듭지어야 할 부분을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의 단합이 우선’이라는 이재명계 주장을 일축한 발언이다.
B의원은 “선거 패인을 분석하다 보면 계파 분열로 이어져 자칫하면 당이 깨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이 시점에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 ‘반성 부재’라는 비판을 받아 2년 후 2024년 총선에선 당이 박살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은 과거 선례를 들며 차기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C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선거에 패배했을 때는 다른 이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2선으로 물러나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셨다”며 “그렇게 국민께 변화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이 의원은 전면에 서려고 한다. 당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자리엔 친문재인계 당권 주자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도 참석해 의원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 전 대표도 의견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며 이 의원을 겨냥했다.
친문재인계 당권 주자인 전해철 의원도 지난 1일 밤 이 전 대표를 만나 향후 당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친문계 인사는 “두 사람이 선거 패인을 확실하게 분석해야 당이 혁신할 수 있다는 점에 강한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계와 친명계는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