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학대해도 벌금뿐, 있으나 마나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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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8.03.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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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 ▶

얼마 전 길을 지나던 남성이 임신한 고양이를 아무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찬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길거리에서 새끼 고양이를 그물망에 넣어 보신용으로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이 제 역할을 못해내고 있습니다.

박영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 거제도에서 구조된 6살 백구 보담이의 새 보금자리입니다.

다리와 가슴에 남아 있는 검은 상처는 옛 주인이 불에 태워 도살하려 했던 학대의 흔적입니다.

[선우동석/유기견보호센터장]

"살아있는 채로 토치램프에 막 지질 때 그 고통과 두려움이 오죽했겠어요….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수십 마리의 개가 모여 사는 곳입니다.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고 먹이에는 파리떼가 들끓습니다.

'보호'를 명문으로 동물들을 가둬놓고 사실상 방치하는 이른바 '애니멀 호더'가 만든 집단 사육장입니다.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고양시 동물보호팀 관계자]

"밥을 안주면 당장 강제로 데려올 수도 있어요, 학대로 봐서. 그런데 밥만 줘도 솔직히 잡을 게 없어요(단속이 어려워요)."

많은 동물들이 함께 있다 보니 병들거나 서로 싸우다 죽는 일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주인의 동의 없이는 긴급 구조가 불가능합니다.

[박소연 대표/동물보호단체 '케어']

"이런 학대(방치)는 주인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반드시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비좁은 철창 안에 개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개들의 눈앞에서 개고기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개고기 업자]

"(개를) 기절만 시킨 다음에 심장을 찔러서 죽을 때까지 내뿜는 피를 빼는 건데…."

고통을 주는 방식의 도살 혐의가 다분하지만 개고기 찬반 논란 속에서 동물보호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전진경 이사/동물보호단체 '카라']

"(개 도살은) 현행법상 규정이 없는 불법 행위이고요, 전기 도살도 동물보호법에 위배되는 잔인한 도살 행위입니다."

지난해 동물 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290여 건.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5건이 증거 불충분이나 고의성 등이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동물보호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피해 동물은 말이 없고, 가해자는 변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국화 변호사/카라 법제이사]

"내가 그것(학대)을 알고 했다, 의도하고 했다고 진술하지 않는 이상 명확히 물증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서…."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동물에 대한 폭력은 아동을 비롯해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동물 학대를 중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991년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구속되거나 감옥에 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형량이 너무 낮습니다. 재물 손괴죄보다 형량이 낮다 보니까 생명을 손상하는 행위를 해도 재물 손괴죄보다 낮은 벌금이 나오는 아이러니가…."

동물이 반려의 대상이 된 지금, 과거의 잣대에 머물고 있는 동물보호법의 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박영일입니다.

박영일기자 (parkyi75@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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