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민 약올리냐" 뭇매 맞고 주택공급 홍보 영상 내린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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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6. 오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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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과천 청사부지’ 주택 공급을 홍보하는 영상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가 과천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유튜브에 게시한 과천 청사부지 주택 공급 홍보영상. 현재 이 영상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유튜브 캡처

26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1일 ‘궁금했던 그곳, 청년이 직접 가봄!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수도권 신규택지’ 영상을 게시했다가 지난 25일 비공개 전환했다.

이 영상에서 정부는 8·4 부동산 공급대책을 통해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내 유휴부지 주택 공급 방안을 홍보했다. 정부과천청사 부지는 과천청사 맞은편에 있는 정부 소유 8만9000㎡(약 2만6900평) 땅이다. 현재 공원과 운동장, 주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정부는 이곳에 4000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8·4 대책을 통해 밝혔다.

국토부가 게시한 영상은 총 4분 57초 길이다. 아파트가 들어설 과천 청사부지를 청년이 둘러보는 형태로 구성됐다. 부지에서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까지 가는 길과 차량을 이용해 과천IC(나들목)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직접 촬영해 영상에 담았다. 인근에 있는 과천시민회관과 과천경찰서, 과천소방서, 청계산, 관악산, 서울대공원 등도 소개했다.

자막으로는 ‘위치 대박. 주변 환경? 말해 뭐해. 청년·신혼부부에게 50% 이상 공급’, ‘아파트가 세워지면 편의시설이 많이 생기겠지만 지금은 뭔가 조용하고 평온한 기운’, ‘정부과천청사 주택공급부지, 생활편의 종합세트 인정’ 등 내용이 담겼다.

영상이 게시되자 과천시민을 중심으로 봇물처럼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천 시민들은 영상에 ‘이 동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약 올리느냐"는 등의 댓글을 게시했다. 온라인 과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과천 시민들이 우습냐", "과천시민 80%가 반대하는데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은 조롱하는 것 아니냐", "대체 정부는 과천시 누구와 협의하고 공급대책을 발표한 건가"라는 등 반응이 나왔다.

과천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지난 6~8일 청사 부지 주택 공급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이었다. 반대 이유는 시민의 휴식·녹지 공간 감소가 47.6%로 가장 컸다.

국토부는 이같은 반발이 나오자 지난 25일 이 영상을 비공개 전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부 차관과 공공주택추진단장에게 전화해 ‘과천시가 청사부지 주택사업을 반대한다고 청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과천 시민을 조롱하고 농락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면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국토부에 항의해 (국토부가) 영상을 내렸다"고 했다.

과천정부청사 건물과 맞은편 운동장·공원(유휴부지). /연합뉴스

정부는 8·4 대책을 발표하며 "과천정부청사 용지와 운동장, 유휴부지 등은 대부분 국유지로 관계부처 및 광역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거쳐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다"고 했지만, 과천 청사부지를 둘러싸곤 여당 소속 시장과의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8·4 대책 발표 당일 김종천 과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중하게 생각하는 현 정부가 시민들의 생활환경과 과천의 미래에 대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관해 과천시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발표 전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이번 정책을 결정한 것은 정말 실망스럽고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과천시는 앞서 이 부지에 AI·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경기 의왕과천 지역구의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과천의 상징이자 숨통인 이 광장과도 같은 공간을 주택공급 용도로 활용한다는 것은 과천 전체에 도시계획에 비추어 합당한 활용방안이라 보기 어렵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 시장과 이 의원 등은 지난 11일 과천 청사부지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민·관·정 통합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시민의 바람을 무시한 주택공급안을 모든 수단을 강구해 반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고성민 기자 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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