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딸 성추행 당해” 53만 동의 얻은 靑청원,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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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19. 오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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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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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사는 여성… 경찰, 불구속 입건

25개월 된 딸이 이웃에 사는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이 학생과 부모의 처벌을 호소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청원은 각종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며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두 배가 넘는 53만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허위로 드러난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해당 청원글에 담긴 내용의 사실 여부를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청원인 A(여)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20일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글에서 자신을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두 딸의 엄마라고 밝힌 뒤 “평소 같은 아파트에 살며 교류하던 이웃의 초등 5학년 아들이 지난 17일 집에 놀러 와 딸과 놀아주다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며 “다음날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보니 딸의 음부가 빨갛게 부어 있었고, 아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딸이 ‘오빠가 때찌했어’라고 말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상처가 생겨 추후 정밀검사를 받아보자는 소견을 받았다”며 “전날 자기 전 초등 5학년생의 휴대전화에서 성적인 문구의 문자 알람이 와 있는 것을 봤는데,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꾸 머리에 떠올라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초등 5학년 아이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연락조차 안 왔다”며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평소 도움을 받고 고민을 상담해주던 오빠에게 고민을 얘기했더니 그 오빠가 상대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온 답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 없는 말뿐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상대 부모가 ‘우리 아들은 성장이 빨라 정상이고, 잘못이 없다’면서 ‘청원인의 딸은 아빠 없이 혼자 자라 외로워서 스스로 기저귀를 내리고 했다(음부를 만졌다)’고 주장했다고 부연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25개월 딸 성추행 피해 주장’ 청원에 답변하는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누구 잘못인지 (판단해 달라)”며 “상대 아이와 부모의 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 부모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첨부했다. 청원인은 “부디 다시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힘써주셨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에게 “위 사건을 신고해 강력한 처벌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이 내사를 진행한 결과 A씨가 평택에 거주하고, 25개월 된 딸이 있다는 것 외에 해당 청원글에 적힌 내용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내사는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 전 단계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다. 경찰은 이 청원이 화제가 되자 A씨의 아이디를 추적해 신원을 특정하고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주장한 이웃의 가해 초등생은 존재하지 않았고, A씨 딸의 병원 진료 부분도 사실과 달랐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처음 경찰 면담에서도 청원글에서처럼 딸의 피해를 주장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모두 거짓이라고 실토했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진술하지 않아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해당 청원 등에 대한 답변 영상에서 이 청원이 허위사실임이 확인됐다며 “국민청원은 국민이 직접 참여해 의제를 만들어가는 국민소통의 장으로, 국민청원의 신뢰를 함께 지켜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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