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대통령의 시간’

입력
수정2019.09.08. 오후 10:1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 조국 임명 놓고 숙고
찬반갈등·검찰수사·향후정국 등

사법개혁 외 고려할 변수 늘어
청 “외부의견 더 들어야 할 상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외출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숙고’에 들어갔다. 극명하게 갈리는 찬반 여론뿐 아니라 조 후보자 쪽을 겨냥한 검찰의 공격적인 수사, 임명 또는 철회 이후 예상되는 정국 변수 등을 두루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임명 결정이 가능한 시간이 시작됐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당 등으로부터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조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변수가 애초 예상보다 늘어나 고려할 사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애초 청와대는 청문회가 끝난 주말께 조 후보자를 임명해 10일 예정된 국무회의에 참석시켜 한달간 이어진 논란을 마무리하려는 구상이었다.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는 여전히 ‘임명을 철회할 만한 결정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 많고, 정의당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한다”며 이른바 ‘데스노트’에 조 후보자를 넣지 않아 부담을 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조사도 없이 기소하는 등 예상외로 강하게 나오고, 야당도 국정조사와 특검, 해임안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여-야 대치에서 여-검 대치 등으로 전선이 늘어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판이 커졌다. 검찰개혁의 문제, 공정사회의 문제, 정치개혁의 문제까지 포함해 전체를 봐야 하는 사안이 돼버렸다. 내년 총선까지 묶어서 고민해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후속 대책까지 고민해야 하므로 (대통령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단순히 임명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개혁과 국정운영의 원칙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외부)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검찰개혁을 위해 내세운 조 후보자를 겨냥해 검찰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선 상황을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검찰의 정치개입에 대한 불쾌함을 표하는 수준을 넘어, 향후 검찰개혁 전략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개혁 성과가 절실한 청와대로서는 조국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편한 동거’와 그에 따른 ‘충돌’로 시간을 낭비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개혁에 대해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라고 쓴 적이 있다.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누구를 베야 할지’ 고심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문 대통령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완 김규남 기자 wani@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