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면 반드시 튀어오른 집값… 전문가 10명 중 8명 "내년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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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06. 오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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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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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부동산 전문가들 긴급진단 - 반환점 도는 文정부… 규제 16번 쏟아냈지만

- 평당 1억, 헛소리 아니었다
반포 아리팍, 석달만에 2억 올라… 정책 나오면 주춤하다 다시 상승

- "정부 차라리 아무것도 안했다면…"
경기회복에 부동산 상승은 당연… 규제가 되레 집값 부추긴 효과
전문가 6명 "지금 서울 집값 과열", 2명만 "내년에는 하락세" 전망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대단지 아파트 중 하나인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16층)가 지난달 9일 34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32억원에 거래된 이후 석 달 만에 2억원 오르면서 3.3㎡(평)당 1억원을 찍었다.

신반포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 30평대 아파트의 2013년 분양가는 13억~14억원대(2013년)였다. 2016년 입주 초기 실거래가는 20억원 초반이었다. 그때부터 "한강변 신축(新築) 아파트는 평당 1억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설마 그 정도까지 오를까"라며 일부 투기꾼의 선동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정부는 그사이 10여 차례 부동산 규제를 쏟아냈다. 아크로리버파크 시세는 그때마다 잠시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결국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인기는 온갖 정부 규제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규제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6일 발표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도 서울 집값을 쉽게 잡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열 맞지만 떨어지지는 않을 것"

집값이 치솟는 서울 주택 시장을 진단하기 위해 본지가 부동산 전문가 10명 의견을 들어본 결과, 6명이 "지금 서울 집값은 고점(高點)이거나, 최소한 과열된 상태"라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은 내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변동 폭이 1% 내외 또는 1~3%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과열은 맞지만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거래가 급감한 상태에서 특정 지역 신축 아파트 일부의 거래 사례가 평균을 끌어올리는 비정상적 상태"라며 "집값이 고점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지금껏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저금리'와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양대(兩大) 원인이 달라지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고,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통해 시장을 강하게 조이면서 2년쯤 뒤에는 새 아파트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넘쳐나는 돈이 '검증된 1순위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서울 주택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내다본 전문가는 2명이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5%,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1~2% 하락을 예상했다.

규제가 '비정상적 급등' 부추겼다







서울 집값 급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금융 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시장이 경기 회복과 맞물리며 상승기로 접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인데, 정부가 너무 일찍부터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풍선 효과를 부추겼고, 규제에 대한 내성(耐性)까지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를 살펴봐도 정부 규제가 나온 이후 서울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규제 발표→시장 위축→집값 재상승→추가 대책'의 악순환 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 지수는 2010년 3월 82.7을 기록한 후 5년 넘게 횡보하다가 2016년 10월에야 83을 기록하며 전고점을 회복했다. 하지만 2017년 말 88.1까지 오르더니 작년 말에는 100으로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2년 6개월 동안 16차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굵직한 것만 꼽아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금융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8·2 대책(2017년), 다(多)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重課) 등을 담은 9·13 대책과 3기 신도시 발표(2018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을 예고한 8·12 대책(2019년) 등 융단폭격식 규제가 이어졌다. 개별 단지 실거래가 추이도 '규제의 역설'을 보여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가격은 2006년 말 14억원에서 2012년 8억81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 14억2000만원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2017년 17억2000만원으로 치솟더니 작년과 올해는 20억원대에 거래됐다. 재건축·신축에 관계 없이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 대부분 가격 등락 흐름이 이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물가상승률 정도로 오르는 상황'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통계청의 서울 소비자물가지수는 2006년 79.68에서 작년 말 104.58로 12년 새 31.24%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가격 지수는 61.1에서 100으로 63.66% 급등했다. 상승률 격차가 30%포인트 이상 나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말에는 그 격차가 10%포인트에 불과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인기 지역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폈거나, 최소한 아무것도 안 했더라면 서울 집값이 지금처럼 단기간에 과열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투기 억제에 너무 집착한 탓에 많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시장의 내성만 키우는 정책 실패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이송원 기자]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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