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는 이날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하이트진로 측에 손해배상소송 철회와 해고자 복직,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약 70여명은 지난 16일 오전 6시쯤부터 하이트진로 본사 1층과 옥상을 점거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중 10여명은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광고판 위까지 올라간 3명은 “무더운 날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도 목숨을 걸고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지상에 있는 조합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발아래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m 높이의 에어 매트가 깔렸다.
강남 한복판 도로를 점령한 이 날 집회로 일대 교통 혼잡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경찰이 하이트진로 쪽 4개 차로를 막고 교통을 통제하면서다. 이날 영동대로를 차로 지났다는 40대 이 모 씨는 “평소라면 1분도 안 걸리는 5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20분 넘게 걸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회사 인근에 산다는 20대 주민 A씨는 “노조원보다 경찰 숫자가 훨씬 더 많은 거 같은데 소음 등 주민 불편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본사를 점거한 조합원들이 시너와 같은 위험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시너 등으로 협박하면서 공권력을 농락하는 상황인데 왜 경찰은 손 놓고 있느냐”고 말했다.
본사 점거 후 노사는 매일 오전 인근 지구대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이날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이트진로 본사 무단 점거 사태와 관련해 이미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경찰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자진 퇴거를 지속해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