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적에. 아버지 차를 타면 항상 흘러나오던 음악은 대부분 팝송이었다. 비지스, 휘트니 휴스턴(지겹게 나왔다), 존 덴버, 카펜터스, 마이클 볼튼, 등등.... 이 가수들 이름을 커가면서 알았지 그때는 그냥 들리니까 들었다.
2. 중학생 때는 컴퓨터로 곡 쓰고 부지런히 춤추러 다니기만 했다. 또 조지 윈스턴의 디셈버 앨범과 동시에 길거리표 믹스테이프를 즐겨들었다.
3. 고등학생 때 노래방에서 엄청 부르던 노래는 당연히 발라드. 그중에서도 락 발라드였다. 사랑할수록. 나만의 그대 모습. 쉬즈 곤. 너에게. 그리고 취중진담과 부디.
4. 난 클래식 작곡 입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그래도 틈만 나면 듣던 음악은 노래방에서와는 달리 아주 서정적인 발라드였다. 특히 토이 2집. 윤종신 5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과 너의 어머니 의 그... 가을 공기가 느껴지는 감성이 너무 좋았다.
5. 2000도. 대학 졸업 후 참 부지런히 많은 작업을 했다. 전공이 컴퓨터 음악이고 미디를 잘 다루고 춤도 춰봤어서 댄스곡 작업을 많이 하고 sm 엔터 일도 많이 하고 했는데 그래도 난 발라드가 제일 좋아서 항상 피아노로 무언가를 흥얼거리며 욕구를 채우곤 했다.
6. 2004년경. 길.이라는 제목의 멜로디를 썼다. 어릴 적에 듣던 올드팝 발라드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7. 부지런히 음악 하다 영국으로 2007년 떠나서 5년간 음악도 하고 요리도 하고 디제잉도 하고 알콩달콩 신혼도 즐기고 돌아와서 또 부지런히 음악 했다.
8. 한 3,4년 전부터...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좋은 곡을 더 좋게 서포트하고 프로듀서로서 지원하는 게 더 나랑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난 욕심 없이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조용히 한편에서 끄적였다.
9. 에어서플라이의 I can wait forever 와 도쿄타워 ost의 forever mine(야마시타타츠로) 가 너무 좋았고 그런 감성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디테일에 엄청 집착하게 만드는 미디가 지겹더라.
10. 길. 우연히 다시 찾아 들었고 앞부분을 verse A를 동기로 나머지 멜로디를 다시 만들어 같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완성했다.
11. 편곡의 모든 사운드를 미디를 배제하고 최대한 어쿠스틱하게 했다.
12. 종신이 형이 어찌어찌 '길' 들어보시고는 그 곡 좋다고 얘기하셨다. 그때가 엄정화 누님 새 앨범 쇼케이스 하던 날이었는데 그래서 그냥 바로 가사를 써달라고 말씀드렸다. 왜냐하면 회사 동생 가수들 중 누군가가 부르려면 부르겠지 하고 난 혼자 가사와 씨름 중이었고 영 맘에 들지 않았었다. 옳거니~ 하고 조름.
13. 1월 초. 한밤중 카톡!
윤종신. 가사 썼어 함 바바. (주르르르륵)
나. ...(확인중).... 헐. 형. 가사 완전 미쳤는데요?
윤종신. 지금 작업실로 와. 2절 쓰고 있을 테니 와서 음절 조절 같이 해.
나. 바로 갈게요! (후다닥)
14. 몇 번의 다듬기 작업 후 '좋니' 완성... 형도 나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형이 직접 부른 가이드는 정말 최고였다.
15. 동생 가수들의 수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감성의 아쉬움이 채워지지가 않아 한참을 고심 끝에 종신이 형이 직접 부르시기로 했다... 마침 리슨 프로젝트 10번째 기념할 곡도 필요했고. 역시나 녹음은 너무 수월했고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형도 나도 최고였기에 전혀 아쉬움이 없었고 그대로 좋았다. 이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난 미스틱 엔터에서 2017년 5월 독립을 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MULTI LABEL ' EASTERN CLOUD'
16. 믹싱도 내가 직접 했는데 90년대 느낌을 내기 위해 일부러 절제된 환경에서 작업을 했다. 이건 따로 포스팅해야겠다.
17.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사랑에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공감해주심에 더더욱 감사하고 감사하다.
18. 계속 열심히 해야지. 내가 듣고 싶은 음악. 또 함께 듣고픈 음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