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가을야구=한국시리즈 우승’ NC 홍성민의 기분 좋은 상상 [엠스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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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27. 오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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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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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사이드암 홍성민, 부상 딛고 1군 올라와 연일 호투
-20G 5홀드 평균자책 1.06 맹활약에 이동욱 감독 “소금 같은 역할”
-군복무와 어깨, 팔꿈치 부상으로 3년 공백…긴 재활 이겨낸 인간승리
-프로 입단 9년 차, 아직 가을야구 경험 없어…“한국시리즈 우승, 모든 프로 선수의 꿈”
 
NC 다이노스의 믿을맨 홍성민. 치렁치렁한 긴 머리는 휴식일에 자를 예정이라고(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선두 NC 다이노스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9월 들어 14승 1무 8패, 20일 이후로는 7연승 행진을 펼치며 2위권과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한때 반 게임 차까지 따라잡혔던 2위 키움과 승차는 어느새 4.5경기까지 벌어졌다. NC의 단독 선두가 점점 굳어지는 분위기다.
 
NC 상승세의 원동력은 탄탄해진 불펜에서 나온다. 시즌 중반까지 약점이었던 불펜이 후반기 들어 몰라보게 안정됐다. 여기에는 왕년의 마무리 임창민, 김진성의 호투가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이적생 홍성민이 1군에 합류한 뒤 안정감 있는 투구로 선발과 승리조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면서 불펜이 더욱더 두꺼워졌다. 
 
이동욱 감독도 홍성민을 향해 ‘소금 같은 존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26일 인터뷰에서 “홍성민을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올 때 팔 상태만 괜찮아지면 충분히 중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투수라고 봤다. 사이드암 중간 투수로 작년 박진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며 “재활을 충실히 잘 마치고 돌아와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사실 2차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홍성민이 이렇게 빨리 1군에 올라와 활약해줄 거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한 기간이 워낙 길었고,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도 2016시즌이 마지막이었기 때문. 하지만 NC는 홍성민의 풍부한 경험을 믿고 과감하게 선택했고, 홍성민은 연일 믿음직한 투구로 NC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6일까지 홍성민은 20경기에 등판해 5홀드와 1.06의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통증 없이 건강하게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홍성민은 말한다. 아직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홍성민은 가을바람을 맞으며 큰 무대에서 던지는 순간을 누구보다도 기대하고 있다. 생애 첫 가을야구 경험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홍성민과 만나 NC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야구 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포수 믿고, 내 공 믿고, 공격적으로 던진다”-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홍성민은 1위 NC 소속으로 던질 수 있어 행복하다(사진=NC)

 
요즘 홍성민 선수의 호투와 함께 팀도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팀이 계속 이겨서 좋다. 1등을 유지한다는 게 좋고, 지금까지 경기하면서 완봉패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도 기분이 좋다.
 
단독 선두 팀의 일원으로 뛰는 건 어떤 느낌인가. 
 
데뷔하고 나서 처음이다. 팀 분위기 자체가 다르고,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으면 보통 선수들이 풀이 죽고 분위기가 처지게 마련인데, 지금 NC는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점수 차가 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겠다’ 하면 진짜로 따라가더라.
 
그런 팀 분위기가 중간 투수들의 피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지고 있어도 ‘내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뒤집어 줄 거다’란 생각이 들지 않나.
 
맞다. 불펜에도 영향이 있다.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된다. 투수들이 더 열심히 던지려고 하고,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게 된다. 또 투수가 잘 막아주니까 야수들도 점수를 내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로서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팀도 잘 나가지만, 홍성민 선수 개인적으로도 최근 페이스가 정말 좋다. 후반기 19경기에 등판해 5홀드를 챙겼고 16이닝 동안 단 2점만 실점했다. 비결이 뭔가.
 
글쎄, 딱히 비결이랄 건 없다. 나는 의외로 마운드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내가 공격적으로 던져야 타자들도 당황할 거라고 본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고 불만을 가지면 내 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포수를 믿고 던지려 하는 편이다.

롯데에선 강민호라는 좋은 포수와 호흡을 맞춰봤고, NC에선 양의지라는 최고 포수와 함께하고 있다. 양의지와 함께해 보니 어떤가.
 
강민호 형과 양의지 형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웬만하면 투수를 편하게 해주려 한다. 그래서 투수들이 더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이 137km/h대로 전성기(141km/h)에 비하면 3, 4km/h 정도 감소했다.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인 승부를 한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물론 쉽진 않지만, 그래도 내 공을 믿고 던지려 한다. 지금까지 좋았고, 계속 잘 던졌으니까. 강팀이나 강타자라고 해서 빼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던지니까 결과도 좋은 것 같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을 최대한 열심히 던지니까, 그만큼 좋은 결과가 따르는 것 같다.
 
몸 상태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속구 구속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지금도 열심히 (구속을) 올리려고 하고는 있는데,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올해는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니까. 내년에 더 잘 준비해서 스피드를 끌어올려 보려고 한다.
 
비록 구속은 줄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개가 무량할 것 같다.
 
전처럼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깨, 팔꿈치 부상으로 공백기가 길었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군대에 다녀온 뒤 거의 2군에 머물렀다. 올해도 어깨가 좋지 않아 재활하는 기간이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 1군에서 던질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그걸 해내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고, 그렇게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가을야구 경험 없어…1위 팀에서 던질 수 있어 행복합니다”-
 
부상 공백을 극복하고 돌아온 홍성민(사진=NC)

 
처음 롯데를 떠나 NC로 오게 됐을 때는 어떤 감정이었나.
 
KIA에서 1년 있다가 롯데로 이적해서 7년을 몸담았다. 프로 데뷔한 팀은 아니지만 제2의 친정팀이고, 동료 선수들이나 선배들과도 친하게 지내서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에서 막판 거의 출전 기회가 없었다 보니, NC가 2차 드래프트로 날 뽑아서 기회를 준 게 굉장히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 만큼, NC가 마지막 팀이란 생각으로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2차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이렇게 빨리 회복해 1군에 올라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부상 부위가 어깨와 팔꿈치라 다시 마운드에 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6월에 1군 마운드에 올라왔고, 8월 이후로는 정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운동을 되게 많이 시킨다. 코치님들이 시키는 운동을 잘 따라서 열심히 한 덕분인 것 같다. 하라는 운동 다 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더 하게 해달라고 하고.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케어를 잘 해주신 덕분에 빨리 회복한 것 같다. 
 
이제는 전처럼 아프지 않나.
 
던질 때 불편한 건 없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건 없다. 경기 때 더 집중해서 던지고, 투구 외에 다른 데서 어깨를 쓰는 일은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나 개인적으로도 아프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슬라이더, 커브 같은 브레이킹 볼도 구사율이 높았는데 올해는 거의 던지지 않고 있다.
 
원래 체인지업과 포크볼이 주무기였는데 언젠가부터 커브를 많이 던지게 됐다. 지금은 커브도 좋지만 무엇보다 최대한 내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지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확실히 체인지업 구사가 많아졌다.
 
양의지 형이나 다른 포수들도 내가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많이 던지게 된 것 같다. 불펜피칭 때도 항상 체인지업을 체크해서, 더 잘 떨어뜨릴 수 있도록 준비해서 마운드에 등판한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NC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홍성민을 비롯해 임창민, 김진성의 호투 덕분에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갔다.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NC 불펜,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2군에 있으면서 봤을 때 전혀 불펜이 약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았고, 시즌 초반에도 굉장히 잘 하지 않았나. 자주 올라와서 던지다 보니 선수들 체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김진성 형, 임창민 형이 올라와서 열심히 던져준 덕분에 다시 불펜이 좋아졌고 나 역시 거기에 힘입어 열심히 던지고 있다. 
 
이제 프로 입단 9년 차로 베테랑 축에 속하는 나이가 됐다. 큰 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아직 큰 경기에서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이기는 경기, 앞선 점수 차에 올라가서 던져보고 싶다. 그게 아니면 오른손 타자 상대 원포인트라도 좋다. 어떻게든 좋으니 한국시리즈에 가서 우승하고 반지 한 번 끼어보는 것. 그게 프로 선수의 꿈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아직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이 없다.
 
롯데 시절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했을 때(2017년) 군대에 있었다. 그래서 조금 분하기도 하고, ‘가을야구에 함께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도 했다. 군대에서 그 생각 많이 했다. 올해 1위 팀에 오게 돼서, 행복하게 야구하고 있다. 
 
잘하면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 한국시리즈가 될 수도 있겠다.
 
한국시리즈는 무조건 직행으로 가는 게 좋지 않나.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고, 투수들도 더 잘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남은 시즌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1군에 좀 늦게 올라오면서, 아직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올해는 30경기에 나오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지금 20경기 나왔는데,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까 남은 시즌 동안 10경기만 더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평균자책이 1.06인데 시즌이 끝났을 때는 0점대 방어율로 마치고 싶다.
 
요즘처럼 좋은 공을 계속 던지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욕심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점수를 내줄 수도 있다. 그래도 점수 주는 건 싫으니까, 더 열심히 던져야 한다. 우리 팀은 수비력도 좋고, 탄탄한 팀이니까 동료들을 믿고 내 공을 던지면 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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