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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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른아이’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한 용어

주요용어 피터팬, 책임 회피, 의존, 자립
분류 문화 사회 문제

1. 개요

피터팬 증후군은 심리적인 취약성에 집중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인 상황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독립이 늦어지거나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어른아이’에 머물 때 이들을 피터팬이라 부른다.

2. 이론 소개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댄 카일리(Dan Kiley, 1983)는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른아이’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해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라 이름 붙였다. 피터팬은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로, 몸은 다 컸지만 마음은 유약하고 덜 성숙했으며 순진하고 현실도피적인 캐릭터다. 웬디와 그녀의 동생들이 그랬듯이 피터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일이 될지 모르지만 그를 믿고 의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책임감이 없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피하며,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결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웬디가 마치 자신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쫓아다니며 의존하고, 자신보다 한참은 작은 요정 팅커벨과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카일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여권 신장과 경기 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사회 정치적 힘이 약해지면서 여성들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성들이 증가하자 피터팬 신드롬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제 이 개념은 성별에 상관없이 지나치게 타인에게 의존적인 사람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보호 정책 그늘에서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며 무책임한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피터팬 신드롬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은 여전히 아이인 사람들처럼, 기업들 역시 자립하고 독립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어른이 되었음에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사회 진출을 차일피일 미루며, 부모에게 등록금과 용돈을 받아 일을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자녀들을 캥커루족이라고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데에 관심이 없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프리터(free와 arbeit의 합성어)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는 빈둥거리며 부모를 등쳐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컨라오족이라고 부른다.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이들을 각각 부메랑족(boomerang kids), 키퍼스(kippers)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인 ‘어른아이’를 가리키는 용어들은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에 영향을 받은 경제적인 의미를 띠고 있지만, 피터팬 신드롬은 이들의 심리적인 취약성에 집중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인 상황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독립이 늦어지거나 못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어른아이에 머물 때 이들을 피터팬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3. 피터팬 증후군의 특징

선안남(2010)은 피터팬 증후군이 보이는 성격적 특징을 제시했다.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하는 피터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의존한다. 피터팬은 웬디가 마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의존하는데 현실 속 피터팬들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의존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의존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잘못을 수용하거나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 자신이 책임을 지고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인다.

피터팬의 또 다른 특징은 호언장담이다. 할 수 없는 것조차 할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이들의 계획은 현실보다 이상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언제나 야심 차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룰 수 없거나 이루기 힘든 과제조차 할 수 있다고 약속하며 다른 사람의 기대 수준을 높인다. 실행이 불가능한 말뿐이라도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위 인지(meta cognition)’의 결핍과 관련이 있다. 상위 인지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어떤 모습인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상위 인지 능력을 갖춘 사람은 자신이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낭패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호언장담을 하기 전에 자신의 범위를 조정한다. 그들은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가 낭패를 봤지’ 하며,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피터팬들은 과거의 실패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호언장담을 한다. 선안남(2010)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자신의 범위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는 상위 인지가 진정한 어른과 어른아이를 나누는 중요한 차이 중 하나라고 제기한다.

이상이 높으며 과도하게 의존하고 더불어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어른아이들의 특징이다. 이들은 이상은 높지만 책임 있게 실행하지 않기에 현실과 자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환상의 세계에 몰두한다. 삭막하고 차가운 현실보다는 환상이 자신에게 더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단력 부족으로 결정을 미룬다. 어른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설정한 방식을 따라 선택한다. 선택이 힘들어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불평한다.

4. 피터팬 증후군의 방어 기제

선안남(2010)은 피터팬들이 나타내는 대표적인 방어 기제를 다음과 같이 예시했다.

방어 기제 주요 특징 구체적 모습

부정(denial)

유쾌하지 않거나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거부하거나 무시한다.

고시 준비생인 현성 씨는 자신이 어려운 시험을 준비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며 다른 사람들만큼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퇴행(regression)

스트레스나 불안을 경험할 때 발달 이전 단계로 돌아간다.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혜진 씨는 아이처럼 울어 버린다.

합리화(rationalization)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나 감정을 자기만의 논리로 정당화한다.

시험을 앞두고 세 시간째 인터넷을 하고 있는 환희 씨는 인터넷 서핑이 정보를 축적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동일시(identification)

성공적으로 보이는 사람의 특징을 취한다.

우영 씨는 틈만 나면 자신이 유명한 사람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백일몽(fantasy)

자신의 엄청난 성취를 상상함으로써 좌절된 욕구를 충족한다.

연호 씨는 현실적인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책상에 앉아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듣는 모습을 상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대치(displacement)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화풀이한다.

이번에 올린 보고서가 잘못되어 상사에게 혼이 난 지현 씨는 괜스레 옆에 있는 동료에게 짜증을 낸다.

5.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

선안남(2010)은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를 제시했다. 카일리 박사는 피터팬들이 각 발달 단계마다 나타내는 특징을 정리했다. 시기마다의 특징을 살펴보면 각 발달 시기마다 성숙을 위해 필요한 힘을 기르지 못하고 언제나 타인에게 의존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특성을 보이는 것이 피터팬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성임을 알 수 있다.

카일리는 피터팬 증후군이 출현한 사회적 배경으로 가정의 불안정, 학교 교육 및 가정 교육의 기능 저하와 미국의 페미니즘 정착에 따른 여성, 특히 주부들의 자립을 꼽았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자신에 대한 기대의 관점에서 피터팬 신드롬을 볼 수도 있다.

경기 침체와 함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개인에게 기대되는 것은 더 많아졌다. 더구나 피터팬들은 부모 세대보다 풍부한 물질적 혜택을 받고 자라났고, 그 누구보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잘 풀어 나갈 내면적 힘은 기르지 못했다. 즉, 마음은 약한데 갑자기 많은 것을 해내라는 기대를 받으니 모든 것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모습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프로이트(Freud, 1905)는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어느 한 시기에 발달적으로 정지해 있는 상황을 ‘고착(fixation)’이라고 불렀다. 그는 고착이 일어나는 이유로 원하는 것을 너무 쉽게 얻어 과잉 충족되거나 그 반대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일어나는 과잉 결핍의 상황이 우리를 더 성장시키지 못하고 한 지점에 계속 머물러 있게 만든다고 보았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언제나 아이처럼 행동하는 피터팬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런 고착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쉽게 해주는 부모나 원하는 것을 전혀 해주지 않는 부모는 모두 자녀들을 건강하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

대상관계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캇(Donald Winnicott)은 우리가 태어나 가장 처음 관계를 맺는 사람인 동시에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양육자와의 건강한 상호 작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적절한 충족과 통제, 자극과 좌절을 주는 환경이 되는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개념을 제시했다(Winnicott, 1971).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다 즉각적으로 가질 수는 없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좌절감을 맛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가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자녀들이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불완전한 현실을 쉽게수용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기 쉽다. 또한 반대로 방치하고 보호하지 않아 아주 어린 시절부터 환경 속 좌절을 크게 느끼며 자란 아이들 역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어느 정도 좌절을 느끼면서 자라야 어른아이가 아닌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기 쉽다는 것을 말해 준다.

6. 현실 응용 및 시사점

김경훈 등(2004)은 피터팬 증후군과 연결한 사례들을 젊음이라는 사회 이슈와 연결하여 설명한다. 오늘날 거의 모든 세대가 ‘젊게 살기’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물론 좀 더 젊어지고 싶은 소망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지금의 ‘젊게 살기’ 흐름은 개인의 영역 밖에서 밀려오고 있다고 제시한다. 때로는 젊음을 강요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왜 그래야 하지?’라고 묻기도 전에, 사람들은 서둘러 ‘젊은 몸 만들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30-40대의 노력은 치열하기까지 하다.

젊다는 건 좋은 일이다. 넥타이에 구두, 정장을 벗어 던지고, 내친 김에 체면까지 훌훌 털고 젊은이들과 길거리 농구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 신나는 기분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왜 젊어지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들은 신세대처럼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냥요, 좋잖아요.”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장수’의 꿈은 예전부터 늘 있었지만, 이제 단순히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아니라 ‘오래오래 젊게 살기’로 바뀌어 가는 형국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에 따르면, 지난 외환위기 이후 병원을 찾는 중년 남성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성형 수술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일반적으로 은퇴 직후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노화가 빨리 찾아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계속되는 고용 불안으로 조기 은퇴는 점점 늘어나고, 급기야 2003년에는 ‘38선’이란 유행어를 낳으면서 30대 조기 퇴직이 최대의 뉴스로 떠올랐다. 직장생활 기간이 이렇게 짧아지는 것과 달리, 평균 수명은 상대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든 현장에서 살아남기 경쟁을 하거나 기나긴 2막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젊게 살기’, 혹은 ‘젊어지기’ 바람이 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젊고 아름다운 삶을 향해 가는 이 과정에서 중장년층에게 내재해 있던 보수성, 즉 정신적 노화도 서서히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배호 팬클럽’이라 부르는 40-5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작고한 가수를 추모하는 모임을 갖는가 하면, 밤늦도록 10대 청소년들을 상대로 채팅을 하기도 한다.

잘, 그리고 곱게 늙기가 희망이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이 되기 싫어 ‘네버랜드’로 날아가 버린 피터팬처럼, 이 시대의 ‘3050세대’ 역시 그런 꿈을 품고 산다. 아무도 나이를 먹지 않는 신비한 섬 네버랜드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가상적 현실 공간이 된다. ‘젊음’이 경쟁의 도구가 되고 살아남기의 수단이 된 지금, 늘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젊음을 가꾸는 이들의 젊어지기 노력은 금을 찾아가는 골드 러시에 비견할 만한 ‘네버랜드 러시(Neverland rush)’인 것이다.

집필 : 모상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참고문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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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김정홍, 이우형 (2004년). 한국인 트렌드. 서울: 책바치.
선안남 (2010년). 기대의 심리학. 서울: 소울메이트.
Freud, S. (1905). Three Essays on the Theory of Sexuality. In J. Strachey (ed. and tran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 7, pp. 123–246). London: Hogarth Press.
Kiley, D. (1983년). The Peter Pan syndrome: Men who have never grown up. Dodd, Mead.
Winnicott, D. (1971년). Playing and Reality. England: Penguin Books.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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