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뽑을 때 인성 따진다 … 일진 출신은 절대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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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 하이업엔터 대표
과거 잘못된 행동 드러나면 낭패
SNS 계정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노래·춤·외국어 남다른 노력 기울여

공연·관광 등 K팝 파급효과 엄청나
어린 학생들 인내하며 성장하는데
어른들 좀 더 따뜻하게 봐줬으면
[SPECIAL REPORT] 아이돌은 어떻게 탄생하나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최진우 대표가 아이돌 선발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드매니저 출신인 그는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습생 커리큘럼에는 보컬과 춤 연습은 물론 외국어와 인성교육 시간까지 포함돼 있다. [신인섭 기자]
‘딴따라, 튀는, 잘 노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만으로는 아이돌이 될 수 없는 시대다. 끼는 기본이고 여기에 피나는 노력과 착한 인성이 더해져야 한다. CJ E&M과 유명 프로듀서인 블랙아이드필승이 합작해 설립한 하이업엔터테인먼트의 최진우(34) 대표를 통해 요즘 아이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최 대표는 대학을 중퇴한 뒤 2006년부터 연예기획사에 몸을 담았다. 가수 박지윤·허각, 걸그룹 에이핑크 등의 로드매니저를 거쳐 기획사 대표에 올랐다. 덕분에 현장과 기획사 경영을 두루 안다는 평을 받는다. 메이저급 기획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젊은 편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돌 연습생을 뽑을 때 ‘끼’ 못지않게 ‘인성’을 가장 눈여겨본다”고 했다. 아이돌의 작은 말 실수나 과거 부정적인 경력 등이 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연습생 선발 단계에서부터 인성 관련 사항들을 집중적으로 따져보고 개개인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요즘 연습생 선발 과정은 대기업 신입사원 선발 과정 못잖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 대표를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성을 강조하는 기획사 CEO답게 조심스럽고 겸손한 태도였다.

어려서부터 목적의식 강한 아이들이 성공


Q : 연습생 선발 절차를 소개해 달라.

A : “기획사별로 자체 오디션도 하지만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이 다니는 실용음악 학원을 통해 선발하기도 한다. 일단 카메라로 활동 내용을 담아와 가능성이 보이는지 살펴본 뒤 꼼꼼한 면접 절차 등을 거쳐 다시 골라낸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목표가 있는지,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도 살펴본다. 일진 출신은 절대 사절이다. 활동 중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알려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한 부분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Q : 인성이 좋아야 아이돌이 될 수 있단 얘기인가.

A : “아이돌 하면 ‘예쁘고 잘생겼는데 춤만 잘 추고 실력은 떨어진다’는 게 어른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이돌이 되는 친구는 어려서부터 대단히 목적의식이 강한 친구들이다. 아이돌이 되는 과정도 굉장히 힘들다. 노래와 춤 연습 못지않게 외국어·인성 교육도 받는다. 타이트한 육성 커리큘럼이 있다. 과거와 달리 학교생활도 꾸준히 해야 한다. 착한 인성은 기본이다.”


Q : ‘공장형 아이돌’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A : “아이돌도 사람인데 만든다고 되겠나. 어린 친구들이 커리큘럼을 잘 따라와 준 거다. 이들은 기계가 아니다. 다년간 쌓아 온 노하우와 시스템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길러낸 거다. 고등학교 1학년 전후의 어린 학생들이 그만큼 노력하고 인내하기가 쉬운가.”


Q : 아이돌을 비롯한 K팝 산업 전망은.

A : “해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을 알리는 데 K팝만 한 아이템이 없다. K팝 덕에 한국에 오려는 이들이 늘지 않나. 공연도 보고 아이돌 굿즈(Goods·상품)도 사겠지만 한국에 와서 밥을 먹고 관련 관광도 많이 하게 된다. K팝은 그 모든 활동의 시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Q : 해외 진출 준비는 어떻게 하나.

A : “요즘은 신인을 키워낼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 중국을 겨냥하면 중국인 멤버를, 일본을 겨냥한 팀에는 일본인 멤버를 넣는다. 그리고 가장 기본은 언어다.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말 한두 마디만 해도 다들 좋아하지 않나. 영어는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 교육을 별도로 시킨다. 아이돌이 되려면 머리도 좋아야 하는 세상이다.”


Q : 국가별로 선호하는 아이돌 유형이 있나.

A : “중국은 빅뱅이나 EXO처럼 강한 스타일의 그룹을 좋아한다. 반면에 일본은 에이핑크나 트와이스·소녀시대처럼 아기자기한 걸그룹이 상대적으로 인기다. 팬 성향도 다르다. 중국은 아무래도 굵직한 공연 무대가 많다. 일본은 중국보다 시장은 작지만 팬의 충성도가 높다. 한번 좋아하면 쉽게 떠나지 않는다. 또 앨범 소장 등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일본 팬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100~200장씩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포장 등을 다양화해 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배려한다.”


아이돌은 이젠 반도체 못잖은 무역 첨병


Q : 아이돌 관련 수익구조는 어떤가.

A : “그룹마다 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남자 그룹은 해외 팬들 덕에 앨범 판매량이 많고 CF 광고 등은 여자 그룹이 유리하다. 요즘 가장 핫한 BTS는 음원이나 음반·광고·공연 등 모든 분야에서 인기일 테고. 비주얼이 좋은 일부 걸그룹은 앨범보다는 행사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반적으로는 행사와 광고·앨범·굿즈·콘서트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Q : 외부 투자도 많이 받나.

A : “다양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창작이 기본인 만큼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자금이 많아졌으면 한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계 자본이 많았다. 그로 인해 일반 기업들처럼 기술 유출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었다. 과거엔 중국이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곡·안무 의뢰 등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의뢰가 확 줄었다. 우리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가져간 때문이 아닌가 한다.”


Q : 따라잡힐 수 있겠다.

A : “아직은 한국이 단연 1등이다. K팝이란 게 한두 해 반짝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쌓여온 결과다. 외형적인 부분은 따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다.”


Q : 목표가 있다면.

A : “일단 국내에서 인정받고 그 다음에 해외로 나가고 싶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자신이 대한민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아이돌들에 대해 기성세대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당부했다. 아이돌이란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이면서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부를 일궈내는 반도체 못잖은 첨병이란 의미에서였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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