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Focus] 50년전 만화속 상상을 현실화하는게 혁신적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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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기업가 정신

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1965년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 [자료제공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페트로차이나, 엑손모빌, 제너럴일렉트릭,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 이들의 공통점은? 10년 전인 2007년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놀랍게도 이들 모두 올해 같은 조사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2017년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5대 기업은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다. 지난 10년 사이 '디지털 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과거 중공업, 제조업, 금융업 등 전통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힘이 넘어온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 보급률, 그리고 빠르게 기술을 수용하는 성향으로 우리나라는 마치 '디지털 선진국'인 것처럼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ICT기업은 단 하나, 네이버뿐이다.

규제에 발목 잡히고, 혁신이 뒤처지면서 대한민국은 '디지털 경제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 자녀 세대는 우리와는 달리 네이버보다 구글과 유튜브를 더 많이 찾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대세라고도 한다.

한편으로 한국은 젊은이들이 도전보다는 안정을 더 많이 택하는 활력 없는 나라가 되고 있다. '투자계의 살아 있는 전설' 짐 로저스는 지난 8월 KBS의 교양프로그램 '명견만리'에서 한국의 공무원 열풍을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한국은 활력을 잃고 몰락하고 있어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가 특히 안타까워한 대목은 바로 한국에서 더 이상 '역동성'과 '도전정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부의 양극화'는 계층은 물론, 세대 간에도 크게 벌어져 때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대결이 분출되기도 한다.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닌 것이다.

로봇 셰프가 요리해주는 미래 주방의 모습 [매경DB]
제4차 산업혁명, '부의 재편' 기회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노동수익으로는 결코 자본수익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r>g, 즉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만회'의 기회란 없다는 말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과거 부(富)의 구조적 재편은 전쟁, 혁명과 같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격변기에 일어났다. 가깝게는 지난 세기 1, 2차 세계대전, 특히 국내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크게 뒤바뀐 부의 구조가 최근까지 굳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또 한 번의 큰 격변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회다. 앞으로 신흥 부자가 나온다면 아마도 이 커다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 도전에 적극적으로 응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실패의 두려움도 있겠지만, 도전하는 이에게는 멋진 기회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이미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이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벤처에서 시작한 자수성가형 부자가 미국의 부자 10명 중 8명에 달했다. 중국도 10명 중 9명, 일본은 8명,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4명에도 못 미친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20세기 대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는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한다"는 말로 기업가와 사업가를 구분한 바 있다.

그의 혁신론에 따르면 경제 성장은 치열한 기업 간 경쟁과 창조적 파괴를 통해 이뤄진다. 즉, 기업가가 기존의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할 때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혁신적 기업가 주도의 나라일까, 아니면 모방만 하는 사업가 기반의 나라일까?

기업가정신은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

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1965년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그림이 몇 년 전 화제가 됐다. 수십 년 전 그 한 장의 그림 안에 화상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부터 태양열 주택, 전기자동차에 원격 의료서비스까지 수십 년 후 펼쳐질 미래 모습이 놀랍도록 정확히 예측돼 있었던 것이다. 국산 냉장고가 나온 게 1965년, 흑백 TV가 생산된 게 1966년이다.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린 미래상은 당시에는 '황당하다'는 비아냥을 샀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그 상상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그런데 이렇게 꿈이 현실로 변한 것이 저절로 이뤄진 걸까?

만화가의 상상력, 공상과학(SF)영화의 꿈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기업가에게도 영감을 준다. 예를 들어, 과거 전단지를 스마트폰으로 옮긴 '배달의민족'은 이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 접목함으로써 '푸드테크(food-tech)' 산업에서 또 한 번의 커다란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피자 한 판 시켜 줘"라고 간단히 말하듯 음성으로 편리하게 음식을 주문할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똑똑한 AI비서가 이용자 성향과 상황에 맞게 최적의 음식을 추천해 준다. 힘들고 위험한 배달 건은 미래에는 배달원 대신 무인 로봇이 대신하도록 하게 될 것이다.

SF영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바닷속 도시가 현실이 되기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아마도 우리는 음식 레시피도 마치 음원처럼 다운로드하고, 집집마다 들어선 로봇 셰프가 각 가정으로 배달된 신선한 식자재를 이용해 사람 대신 더 좋은 요리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가 일반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여정에는 갖가지 도전적 상황들이 펼쳐질 것이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는커녕,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혁신적 서비스를 모방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국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규제나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혁신적 기업가는 난관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으로 상상과 공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이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못지 않은 ICT기업들이 더 많이 나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선전할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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