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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아트홀 시리즈Q 가족극장 <에스메의 여름> –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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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2022.05.23. 15:23172 읽음

안녕! 우린 21세기 공연계의 트렌드를 탐구하는 뉴스레터 팀 From.21C(프리씨).
핫한 소식이 들려오면 어디든 달려가는 프리씨가 영등포아트홀의 기획공연! 시리즈Q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 빠르게 찾아왔어~ 앞으로 시리즈Q 공연들을 집중 취재하며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해! 프리씨와 함께 다양한 작품의 세계로 떠나보자고~ 준비됐지?
 
프리씨가 만나본 첫 번째 시리즈Q 작품은 바로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아동극, <에스메의 여름>이야.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등포아트홀 가족극장 작품이지!

© 영등포아트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2020 월간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7 선정작!

영등포아트홀 기획공연, 연극 <에스메의 여름>
시리즈Q 가족극장

공연기간 : 2022.05.13() ~ 2022.05.14()
공연장 : 영등포아트홀
관람연령 : 5세 이상
러닝타임 : 60
극작 : 마이크 케니
연출 : 홍성연
출연 : 서인권, 이새롬, 김혜령

© From.21C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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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이번 여름에도 스탠 할아버지는 기차역에서 손녀 에스메를 기다립니다. 에스메는 걸음마를 하고 말을 시작할 때도 매번 바닷가에 사는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갔습니다. 벽난로 선반 위 사진, 습기의 냄새,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 곰돌이 베니도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모자와 안경, 요리책을 두고 어디도 간 적이 없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는 서커스 곡예사가 되어서 떠났다고 하시는데... 왜 할머니는 여름마다 에스메가 놀러 온다는 걸 알면서 떠났을까요?

© From.21C 촬영

안녕! <에스메의 여름>을 대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찾아온 발신인 선데이야. 영등포아트홀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어! 주황색 Q마크가 반겨주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족극장 작품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더욱 들뜬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게 되었던 것 같아.

© From.21C 촬영

공연장으로 향하는 계단 곳곳에는 공연과 관련한 질문들이 적혀 있어서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있더라고! ‘공연 관람 후 먹고 싶은 음식을 소개해 주세요.’ 질문을 보며 뭘 먹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시간이 찾아왔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입장! 그렇게 만난 <에스메의 여름>은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서 인지 내게 여러모로 와 닿는 점이 많았어. 공연을 보는 내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거든.
 
어릴 적 난 세상에서 이별을 제일 싫어하는 아이였어. 누군가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면, 늘 혼자 슬퍼하고 몇 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지. 상대가 어떤 사람이었고, 얼마나 많은 추억을 나누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 그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자체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아. 그럴 땐 그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어른들은 늘 헤어짐을 잘 받아들이고, 쉽게 익숙해지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런 나에게 <에스메의 여름>이별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지.

어떤 것들은 그대로이고, 또 어떤 것들은 달라지지.”

매년 여름 할아버지 댁에 놀러 오는 에스메는 평소와 같은 할아버지의 집에서 한 가지 달라진 점을 발견해. 바로, 늘 계시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에스메에게 스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오랜 꿈이었던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되어 세계를 유랑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고 얘기해. 처음엔 그저 에스메를 안심시키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사실 할아버지 자신을 위한 이야기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할아버지는 정말 할머니가 곡예사가 되었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나중엔 나도 할머니가 정말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곡예를 선보이고 계실 거라, 오랜 꿈을 이루느라 잠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 믿고 싶어지더라고.
 
이러한 믿음은 할아버지의 집 앞에 서커스단이 찾아온 날 금이 가게 돼. 그곳엔 과연 할머니가 계셨을까? 서커스를 보고 난 후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지.

© 영등포아트홀
© 영등포아트홀

과연 남겨진 두 사람은 상실의 슬픔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이에 대한 힌트는 <에스메의 여름> 속 반복되는 대사에서 찾을 수 있어. 두 사람은 계속해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거든. 에스메와 할아버지가 키를 재는 장면에선 꼭 두 사람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에스메는 항상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작년에 왔을 때와 변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곤 해. 변치 않는 모습을 기대했던 에스메에게 할머니의 부재로 인한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지. 그런 에스메를 위해 스탠 할아버지는 매년 셋이 하던 놀이를 똑같이 해주기 시작해. 할머니와 했던 것처럼 함께 요리를 하고, 우중충한 날이면 늘 갔던 바닷가 피크닉을, 비가 오는 날에 항상 했던 우산 놀이를, 자기 전엔 매번 들려주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어쩌면 끊임없이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중요한 건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것 같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해온 시간들, 이를 통해 에스메에게 전달된 그들의 깊은 사랑 같은 거 말이야. 우리는 결국 이런 변하지 않는 마음을 통해 위안을 받고,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아닐까?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변화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마음만큼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할 거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어. 할아버지가 더 나이를 먹고 세상을 떠나더라도 에스메를 향한 마음은 그대로 남아 영원히 에스메를 지켜줄 거야.

© 영등포아트홀
© 영등포아트홀

무대 연출을 보는 재미도 쏠쏠! 신기한 무대 장치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특히 신나하더라. 발랄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상실을 생각하면서 찾아왔던 약간의 씁쓸함이 날아가고 어느새 내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어.
배우들이 직접 양쪽 문을 열고 나오면 집이 되고, 다시 닫으면 바깥이 되는 무대 장치는 이야기의 흐름과 무척 잘 어울렸어. 무엇보다 파란 천으로 바다와 파도를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지. 어떻게 천 하나로 생동감 넘치는 파도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공연 사진으로는 미처 다 담을 수 없는 파도의 생생한 감각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그뿐만 아니라 벽에 보여지는 샌드아트 덕분에 정말 모래와 파도가 있는 해변에 와있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어.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지.



영등포아트홀은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관객들이 서로 다른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며,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마주하는 극장을 꿈꾸고 있어. 그에 따라 이번 영등포아트홀의 시리즈Q 역시, 작품 별로 파생되는 질문을 관객에게 건네고 있지! 질문의 답을 생각하며 장면을 곱씹다 보니,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내 삶으로 연결 짓게 되더라. 이 리포트를 보고 있는 대원들도 같이 질문에 답을 해보면 어떨까?

© From.21C 촬영

<에스메의 여름>의 질문
Q. 현재, 여러분에게 소중한 것을 소개해 주세요.

에스메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소중한 존재였던 것처럼 우리 각자에게도 자신만의 소중한 것이 있을 거야. 대원들에게 소중한 것은 뭐야? , 조금 진부한 답변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엄마를 떠올려. 엄마는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 문득 이별을 떠올리면 두려워지기도 해. 한 번은 엄마에게 어른이 되면 헤어짐 앞에 의연해질 수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 어른이 되면 조금 다를 거라는, 왠지 모를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엄마의 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어.

헤어짐이 어떻게 익숙해져. 많이 겪어도 항상 힘들.’

작품 속 스탠 할아버지도 사실은 상실의 슬픔을 느끼고 있겠지.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모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 서로를 의지하며 할머니의 부재를 서서히 받아들이는 에스메와 할아버지를 보며,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겪게 될 상실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

커튼콜 영상 © From.21C 촬영

제대로 아동극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삶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 아이들은 이 작품과 헤어짐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직접 한 명씩 물어볼 수는 없으니 아쉬움이 남았어. 그러던 찰나에 바깥 로비에서 <에스메의 여름>에 대한 감상과 질문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걸 발견했지!

© From.21C 촬영
© From.21C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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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질문을 읽으며 꼭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어. 가족이 함께 관람하고 서로의 눈높이에서 질문할 수 있는 공연으로 구성했다는 가족극장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지.에스메야, 할아버지와 행복해?’, ‘에스메는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해?’ 등 캐릭터에 대한 질문과 할아버지가 말하는 목동은 순수했던 혹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말하나요?’, ‘내년에는 할아버지도 서커스단에 갈 수 있을까요?’와 같이 작품 내용과 관련한 질문들도 있어서, 작품에 대해 놓쳤던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영등포아트홀 앞에서 공연을 보고 나온 듯한 한 아이가 인도의 경계석 위에 올라가 마치 곡예사라도 된 듯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시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어. 혹시 서커스 장면을 감명 깊게 보았던 걸까? 이 아이는 서커스단이 찾아왔을 때 할머니를 찾았을까, 아니면 할머니는 진작에 그곳에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만약 이별을 누구보다 싫어하던 그때의 내가 이 작품을 만났다면 이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을지도 궁금해지더라고~ 어른이 아닌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작품을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어.


공연의 미래를 꿈꾸다, From.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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