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 요금 인상 시도, 뒤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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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스마트호출·바이크·모범택시 3개 요금 인상 추진
스마트호출 철회하고, 바이크 재조정 검토, 모범은 미정
IPO 앞둔 무리수 지적에…“고객 편익 위한 결정이었을 뿐”
전문가 “생활밀착형 서비스니 국민목소리 더 신경써야"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도미노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가 잇단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무리하게 수익 확대를 꾀하는 정책을 펼치다 이용자 민심을 읽지 못하고 역효과만 낳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170만 명이 쓰던 타다를 금지한 때부터 이미 플랫폼 힘의 남용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예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호출 요금 5000원 인상시도 왜 했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카카오T 서비스 중에서 ‘스마트호출’ ‘바이크’ ‘모범택시’ 세 가지 요금체계를 변경하는 안건을 국토교통부에 신고해 확인을 받았다. 요금이 신고제인 이유는 타다금지법 이후 출현한 ‘플랫폼 운송사업’이 아니라 요금제를 신고하면 되는 ‘플랫폼 가맹사업’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추가 요금을 내면 택시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의 요금 변경을 먼저 시행했다. 기존에는 주간 1000원, 심야 2000원의 정액 요금제였지만, 0~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변경했다. 호출(콜)이 몰릴수록 웃돈이 붙는 방식이다.

스마트호출 요금제 변경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어떤 것이었을까.

0원부터 시작하는 ‘미끼 요금’ 설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조건 없는 요금 인상이 아니라 인하의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호출은 카카오모빌리티가 40%를, 택시기사가 60%를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택시기사의 매출도 올라갈 수 있으니 더 큰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상생 모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설득하진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의 핵심인 가맹택시 ‘블루’의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었다. 블루의 경우 호출비가 0~3000원이기 때문에 스마트호출로 최대 5000원을 내느니, 비슷한 배차 성공률의 블루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맹택시가 없는 사각지역에서는 스마트호출비로 매출 상승효과를 노릴 수 있으니 빈틈이 없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때의 결정에 대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때 택시 기사들의 호출 허락 동기부여를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들의 편익을 올리는 한편, 공급이 넉넉할 때는 기존보다 더 값싼 요금에 이용이 가능하니 서비스 옵션을 다양화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요금 인상으로 여겨져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전국 택시 4개 단체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입장에서는 택시요금의 인상과 다르지 않다”며 “직영과 가맹, 중개사업까지 택시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고 카카오모빌리티를 규탄했다.

모빌리티 업계도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스마트호출료는 3800원 운임(기본료)에 호출료가 5000원 추가되는 것이어서 다른 회사들이 하는 탄력요금제가 수요가 적을 때 요금이 낮아지는 것과 달리 이용자 요금 인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요금 변경 열흘 만인 13일,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의 범위를 0~2000원으로 재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잇따라 요금을 올리려고 했던 바이크와 모범택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바이크 요금제는 9월6일부터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으나 재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범택시 호출 중개요금도 기존 1000~2000원에서 0~5000원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적용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당사 서비스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를 계기로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와 요금의 적정성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IPO가 앞당긴 카카오모빌리티 수익화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IPO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재무 건전성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2022년 IPO를 앞두고 조급해진 상황이라는 얘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7년 5월 카카오에서 분사하면서 그해 6월 TPG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5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올해는 상반기 칼라일, 구글, TPG 컨소시엄의 투자를 받은데 이어 하반기도 LG와 GS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총 1조200억 원에 이른다.

투자자들에게 IPO를 약속한 시점이 도래했지만 4년 연속 적자 상태다. 매출은 2017년 167억 원에서 2020년 2800억 원으로 늘어난 반면, 영업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부채비율도 2018년 9%에서 2020년 78%까지 증가해 재무 건전성도 위협받는 상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중시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받아 엑시트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며 “모빌리티의 경우 가장 빠른 수익 창출 카드인 요금 인상을 꺼내 드니 불만의 목소리와 독점 횡포라는 비판에 시달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 자체가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에, 상생에 더 신경싸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택시 호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만큼, 수익 극대화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를 더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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