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원 이름 빌려 '가짜 간담회'…1400만원 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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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05. 오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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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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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풀뿌리' 썩는 지방의회…의원 입으로 들어간 '세금'②

[앵커]

지방의원들은 업무추진비를 쓰며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회의가 동료 의원들도 모르는, 그러니까 서류에만 적힌 가짜 회의라면 문제입니다. 모두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한 구의원은 이런 회의를 한다며 식당에서 1400만 원을 쓴 의혹을 받습니다. 두부집, 장어, 흑염소까지 식당도 다양합니다. 구의회 안에서조차 업무추진비는 미식가의 활동비가 아니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마포구의회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두부집입니다.

마포구의회 복지도시위원장인 김영미 의원은 지금까지 14차례에 걸쳐 이 음식점에서 350만 원을 썼습니다.

8㎞ 넘게 떨어진 이곳에서 왜 이렇게 많은 공식 간담회를 했는지 김 의원에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영덕 마포구의회 의장이 해명에 나섰습니다.

[조영덕/마포구의회 의장 : 김영미 위원장이 아파요. 그래서 매운 거나 짠 걸 못 먹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쪽을 자주 가는가 봐요.]

하지만 김 의원은 같은 기간 메기탕·흑염소·풍천장어·영양탕 등의 식당도 자주 갔습니다.

업추비 사용 내역을 정리한 서류입니다.

복지도시위 정례회의나 간담회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그 시간에 해당 식당에 간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A의원·B의원 (동료 의원과 대화) : (저녁에 갔었어, 언제?) 저녁에 안 갔어. (저녁에 갔었어?) 난 저녁에 한 번 갔어, 와이프랑.]

[C의원 (동료 의원과 대화) : (두부는) 안 갔어, 저녁에.]

어느날은 점심 12시 간담회를 파주 매운탕집에서 하고 오후 4시 회의를 고양 두부집에서 엽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고양 식당에서 이틀 후엔 여의도 호텔 식당에서 간담회를 갖습니다.

이렇게 내역이 가짜로 꾸며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금액만 2년간 66차례 1400만 원이 넘습니다.

급기야 지난달엔 공식 회의석상에서 지적이 나왔습니다.

[권영숙/마포구의회 의원 (지난 9월 17일, 마포구의회 본회의 신상발언) : 관행이라며 상습적으로, 허위로 서류 작성해 업무추진비를 목적 외로 사용하는 의원이 있어서는 신뢰받는 의회가 될 수 없습니다.]

맛집 찾아다니는 미식가 활동비가 아닙니다.

김 의원과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역시 마포구의회 소속인 서종수 의원은 2018년 7월부터 9개월 동안 62건, 약 700만 원의 업추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서 의원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JTBC는 업추비 불법 사용 의혹을 받는 한일용·김영미·서종수 의원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세 의원의 구의회 출근 여부를 확인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마포구청 의정팀 : (세 분은 이번 주 내내 출근 안 하셨다고 기사 쓰겠습니다.) 그렇죠, 팩트니까. 네.]

(VJ : 유재근·김정용 / 영상디자인 :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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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jelee@jtbc.co.kr) [영상편집: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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