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후원금 88억 중 2억만 할머니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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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11. 오후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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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조사단 발표
"할머니에 대한 정서 학대 정황도
"이사진 해임, 시설폐쇄 검토할 수준"

경기 광주시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 ‘나눔의 집’ 법인이 거액의 후원금을 모금했으나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로 쓰지 않고 대부분 토지 매입이나 건물 신축에 지출하거나 적립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춘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11일 경기도청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경기도


나눔의 집에 제기된 후원금 유용 논란을 계기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은 11일 경기도청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기춘 공동단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동안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으나 이 가운데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은 2.3%인 2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또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에 대한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등록청인 행정안전부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품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송 단장은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법인 계좌에 입금됐으며,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2억원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송 단장에 따르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26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쓰였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 단장은 이와 함께 법인 이사회에서 이사 후보자가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 참여해 이사로 의결하거나, 정족수 미달에도 회의를 진행하는 등 부당행위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조사 과정에서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정황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간병인이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으며,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밝혔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송 단장은 행정 처분과 관련해 “경기도와 광주시가 보고서를 토대로 충분히 검토를 해서 판단하겠지만 법인 설립허가 취소는 굉장히 과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며, 이사진 전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 아닌가 하는게 조사단에 참여한 민관위원들을 생각”이라며 “시설에 대해서는 시설폐쇄나 시설장 교체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나눔의 집과 불교계가 나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다”며 “그러나 법인과 시설 운영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전문가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와 광주시는 그 정상화 방안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 결과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 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개 반으로 나눠 ‘나눔의 집’ 운영법인과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송 교수와 조영선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경기도와 광주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권상은 기자 se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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