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주적 논쟁, 옆길 새는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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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4.20. 오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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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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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8


보수진영 후보들이 불지피고

보수 지지 필요한 안철수 가세

문재인은 색깔론 우려 적극 방어

“대형 이슈 없어 소모적 갈등만”


1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앞을 지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5ㆍ9 대선 레이스에 느닷없이 ‘주적(主敵)’ 논란이 불거졌다. 보수진영 대선 후보들이 점화 시킨 논란에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가 필요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가세하면서 중반으로 흐르는 대선 판에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형 이슈가 사라진 대선 판에 해묵은 색깔논쟁이 등장해 소모적인 진영 갈등만 불러일으킨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안철수 후보는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미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며 “남북대치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주적이면서 동시에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대화 상대라는 점에 우리 모두의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북한은 주적인가”라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그런 규정은) 국방부는 할 일이지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고 답하면서 불거진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다.

지지율 정체에 고전하던 보수진영 후보들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날 경기 평택 해군2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국군 통수권을 쥐는 게 맞는가는 국민이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불씨를 이어갔다. 전날 TV토론회에서 논란을 촉발시킨 유 후보도 전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 후보를 향해 “국군통수권자가 될 사람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문 후보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도 유세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국방백서에서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과거의 일로 남북관계 개선 이후엔 그런 규정이 없다”며 “다만 엄중한 남북관계와 실질적 북핵 위협이 있어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고 ‘적’이라고 국방백서에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해묵은 주적 논란이 재현된 것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기반이 진보와 보수로 갈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양측 캠프는 이런 이유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엄연히 국방백서에는 주적이 북한"이라며 "문 후보가 주적에 답변을 못 한 것은 안보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문 후보 측 유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가짜보수' 표를 얻자고 허위사실에 근거한 색깔론에 편승하는 건 넘어선 안 될 선"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쇼트트랙 경기처럼 짧아진 대선에서 해묵은 색깔론이 정책과 비전 대결을 희석시킨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이슈가 부재한 상황이라 케케묵은 주적 논란까지 주목을 받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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