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한국 공장 얼마면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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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06.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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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따리 싸들고, 한국 제조업 공략 나선 왕서방들



한국비철금속협회는 지난 2일 '중국 알루미늄 회사 한국 진출 반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국의 알루미늄 제조 대기업인 밍타이(明泰)가 지난달 전남 광양에 400억원을 들여 연산 12만t 알루미늄 제품 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투자 계약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하자, 국내 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철강·비철금속 관련 중국 기업의 첫 국내 진출이다. 밍타이는 600억원 규모의 2차 투자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비철금속뿐 아니라 철강 제품 공장을 국내에 세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타진 중"이라며 "중국이 제조업 기초 소재인 철강·금속의 국내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서비스 분야에 집중됐던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최근 핵심 제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신고 기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대중(對中) 투자(18억4000만달러)보다 많았다. 반기 기준이긴 하지만, 중국의 대한(對韓) 투자가 한국의 대중 투자를 앞지른 건 처음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제조업 분야 투자는 5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6배다. 서비스업 증가율(3배)을 훨씬 앞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부동산 중심의 중국 투자가 반도체·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으로 확장 중"이라고 분석했다.

◇FTA·신뢰성 등 한국 장점 활용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생산 기지로 삼는 것은 한국이 미국·유럽·중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관세 등 무역 장벽을 피하고,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적극 이용하기 위해서다.

전남 광양 성황일반산업단지에 있는 분유 제조업체 에이치에이엠(HAM)은 6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내 땅 8만여㎡(약 2만4000평)를 확보하기 위한 부지 입찰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중국 기업인 이핀유업이 100% 출자해 만들었다. 2016년 광양에 연산 2000t 규모의 분유 공장을 세웠다. 원료는 유럽·호주에서 들여와, 제품은 중국·러시아 등으로 수출했다. "한국에서 만들어 믿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때문에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추가 투자해 연산 2만~3만t 공장을 또 짓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유럽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어 원료를 중국보다 싼값에 수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한국산'으로 홍보하기 위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제약 회사인 장용제약은 한국 기업과 합작해 고체 형태의 새로운 구강 세정제 공장을 충남에 짓기로 했다. 이 회사를 유치한 천안시 관계자는 "동남아 등에 수출하면서 한국산이라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도… 반응은 엇갈려





중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전기버스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인 시아선그룹은 지난 6월 신성이엔지로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물류 장비 전문 기업인 신성FA를 1040억원(지분 80%)에 인수했다. 신성FA는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송 장비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한국 시장을 직접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하이거는 최근 대림코퍼레이션과 전기버스 판매 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이거는 지난 7월 서울시가 발주한 전기 시내버스 19대 중 10대를 이미 수주했다. 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하이거가 국내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국산 전기버스보다 20% 정도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용찬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 탓에 제조업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일본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국내 제조업 투자에 대한 반응은 복합적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과 “중국 경쟁 업체를 키워 결국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자본을 활용해 우리 산업의 신규 투자 여력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후 핵심 기술만 빼가고 국내 투자는 기피했다는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다. 천용찬 선임연구원은 “투자 유치 이전에 첨단 분야에선 기술 유출 대비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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