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초읽기 들어간 크래프톤…‘게임 빅3’ 판도 뒤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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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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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코스피 상장 예정...공모 자금 역대 최대
텐센트 ‘화평정영’ 관계 시인…“신뢰도 추락해”
배그 IP 의존도 너무 높아…차기작 흥행 여부 관심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자료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배그)’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오는 7월 상장을 공식화했다. 현재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23조원이다. 이는 넥슨(약 23조), 엔씨소프트(약 18조원), 넷마블(약 11조원) 등 국내 ‘게임 빅3’의 시총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의 흥행 게임이 PC 배그와 배그 모바일 등 배그 지적재산권(IP)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차기작 흥행 여부가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8년 11월 블루홀이 개발사간 통합 브랜드로 강조하기 위해 변경한 사명이다. 크래프톤이란 이름은 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을 가리키는 ‘크래프트 길드(Craft Guild)’에서 착안했다. 블루홀은 지난 2007년 설립된 게임 개발사로 PC MMORPG ‘테라’가 대표작이다. 지난 2017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게임 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배그 IP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갖춰
대표작인 배그는 PC와 콘솔을 포함해 7500만장 판매됐으며, 배그 모바일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 건을 넘기는 등 강력한 글로벌 IP로 자리매김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8년 이후 연평균 매출 증가율 22.1%, 영업이익 증가율 60.5%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 당기순이익 556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6% 증가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5.4%, 99.5%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 당기순이익 1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의 약 94%(4390억원)가 해외 실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크래프톤은 오는 7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총공모주식 수는 1006만230주,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45만8000~55만7000원이다. 이번 공모 자금은 최대 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크래프톤의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5030만4070주로, 공모 희망가 최하단인 45만8000원을 적용하면 시총 23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국내 게임 빅3를 뛰어넘는 시총 규모다.

다만 증권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가 다소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해 지난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1940억원에 단순히 4를 곱해 나온 7760억원을 예상 순이익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크래프톤의 순이익이 지난해 기준 1분기 이후 감소했다는 점이다. 보통 게임사들은 겨울방학 등이 포함된 1분기 순이익이 가장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지난해 1분기 28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순이익이 감소, 연간 순이익은 5563억원에 그쳤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크래프톤의 예상 순이익은 기대치에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가치 고평가 우려...중국 텐센트와의 관계 변화 가능성
또 다른 문제점은 중국 텐센트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화평정영’과의 관계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화평정영과 배그 모바일의 유사성에 대해서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크래프톤은 “중국 시장에서 텐센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중국 판호가 막히자, 우회적으로 판호를 획득해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A사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6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A사를 텐센트로 추정하고 있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판호 획득에 실패, 중국 내 배그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중국은 판호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국가다. 국내에서 나오는 판호 관련 기사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텐센트가 중국 정부로부터 화평정영과 관련해 어느정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화평정영과의 관계를 그동안 부인하다가, 이번에 거짓말이 들통나게 된 모습”이라며 “이는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향후 우회 판호 획득과 관련해 텐센트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통해 텐센트와 크래프톤의 관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차기작 성공 과제...원히트원더 벗어나야
크래프톤의 흥행 게임이 배그 IP 하나뿐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게임 빅3의 경우 이미 다수의 흥행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은 배그로 대표되는 ‘배틀로얄’ 장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언제든 새로운 게임이 나타나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크래프톤도 배그 성공 이후 ‘엘리온’을 비롯해 ‘테라’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등 여러 신작 게임을 선보였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차기작의 흥행 여부가 크래프톤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래프톤은 배그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배틀그라운드: NEW STATE’를 개발 중이다. 해당 게임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알파테스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으며 사전 예약자 1700만명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프로젝트 카우보이(COWBOY)’ 등 새로운 게임 타이틀을 제작 중이며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윈드리스(Windless)’와 같이 게임 및 출판, 영상물 등으로 콘텐트 다각화가 가능한 IP를 지속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메신저 앱 ‘비트윈’ 인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와의 협업 등 딥러닝 및 AI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와 인력 확보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적만 놓고 봤을 땐 크래프톤이 게임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배그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특정 퍼블리셔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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