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2000만원 돌파 | 금보다 비트코인…제도권 화폐 인정 호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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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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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에 사는 26세 직장인 A씨는 최근 코인 거래소 계좌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1년 전 사뒀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고 있었던 것. 300만원 투자금이 600만원이 훌쩍 넘어 돌아왔다. A씨는 “지난해 적은 자금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가격이 충분히 떨어진 것으로 보여 ‘남는 돈을 묻어두자’는 생각이었는데 1년 만에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3억원설’이 돌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이 뜨겁다. 10월 중순 12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2000만원대까지 폭등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 왜 올랐나

▷특금법 통과되며 제도권서도 ‘인정’

10월 중순만 해도 1비트코인 가격은 1200만원대였다. 그랬던 것이 한 달 새 800만원 이상 폭등했다. 올해 1월 초 8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상승폭은 더 크게 여겨진다.

그 덕에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거래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올해 10월 비트코인 거래량은 8만1900건에 그쳤지만 11월 접어들면서 늘어나더니 11월 25일 기준 이미 14만4000건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급등세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국내외 제도권 기관이 잇따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미국 통화감독청이 씨티은행과 골드만삭스 등 미국 은행이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자 허가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관리를 위해 올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통과시킨바 있다. 각 거래소는 금융권 수준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입출금계정(실명계좌) 발급 등의 요건을 갖춰야 정상영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전 세계 3억5000만명이 사용하는 결제 플랫폼 ‘페이팔’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에 추가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 페이팔은 가맹점만 2600만개에 달하는데 여기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화폐의 기능이 작동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줬다고 할 수 있다.

금융권도 암호화폐를 실질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고 관련 투자 상품을 발 빠르게 만들기 시작했다. 제도권 금융기관 피델리티가 올해 8월 처음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내놨다. 과거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몰아붙였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도 암호화폐의 기술인 블록체인이 “돈을 더 저렴하게 옮길 수 있게 해주는 데 있어 중요하다”며 입장을 바꾸고 ‘JPM 코인’이라는 암호화폐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금융권 역시 글로벌 트렌드와 발을 맞추려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한 고객의 ‘코인 지갑’ 키(Key)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이르면 조만간 시작하기로 했다. 일종의 예금통장 개념인 코인 지갑은 은행이 키(비밀번호)를 보관해줘서 고객이 키를 분실해도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당장은 단순 보관 업무(커스터디)로 시작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가상자산을 펀드에 담는 등 기존 금융 서비스와 연계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 달러 약세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 상승을 설명하는 분석도 존재한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지자 대체 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이 많다. 전체 발행 총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 투자의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총평했다.

빗썸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를 보면 비트코인은 지난 4년간 주요 자산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상승장은 제도권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이 시발점이 돼 지난번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얼마나 오를까

▷미 씨티뱅크 “3억까지 오를 것”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은 ‘비트코인 3억원설’로 들썩였다. 이 설이 비롯한 곳은 최근 유출된 씨티뱅크의 ‘비트코인: 21세기 금’이라는 보고서다. 월가에서 유명한 톰 피츠패트릭이 작성한 해당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1970년대의 금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지금 현시점은 2013년, 2017년에 이어 비트코인 역사상 세 번째 가격 급등 랠리를 목격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피츠패트릭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12월에 피크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대 31만8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내년 말이면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억원까지 껑충 뛸 수 있다는 전망이다. JP모간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11월 20일 발간된 ‘흐름과 유동성(Flows & Liquidity)’ 보고서에서는 비트코인 투자가 지난 3분기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의 관점으로 비트코인을 바라보고 있어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의 4분기 성장세가 증가했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비트코인 3억원설’은 과연 신빙성 있는 주장일까.

전문가들은 근거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주 허황된 얘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예전부터 해온 얘기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 주식은 비교 대상이 있어 가치 분석이 가능해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실적이 얼마면 가격이 어디까지 갈 수 있다 이런 논리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비교 대상이 없다. 해당 주장은 명확한 근거에 의해 나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문호준 디스트리트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역시 “해당 얘기가 나온 근거가 비트코인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금을 일부 대체한다고 하면 3억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추측이다. 금의 시가총액은 몇 조달러에 이르는데 비트코인은 시가총액이 3500억달러에 불과하다. 금의 시가총액 중 10%만 이쪽으로 이전한다 해도 개당 3억원은 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급등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일단 유동성이 풍부해야 한다. 이는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이 들어와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미 이 시장에 기관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가 그레이스케일이다. 그레이스케일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투자사로 가상자산 펀드를 이용해 투자를 하는 회사다. 미국 장외상품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는 시총이 38억달러에 달한다. 독일도 개인·기관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대폭 늘렸다.

독일 거래소는 올해 6월 비트코인 ETN(BTCE)을 세계 최초로 상장, 11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1억2600만유로를 오갈 정도로 활성화됐다.

어준선 대표는 “비트코인은 과거에도 2만4000달러까지 올랐다. 그때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었는데 지금 투자 주도 세력은 기관투자가다. 등락폭도 안정화될 거고, 기관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보고 있는 만큼 예전 같은 급락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거래소 내 ‘고래(대량 거래 투자자)’ 동향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가늠케 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크립토퀀트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소 고래 비율(Exchange Whale Ratio)’은 최근 85% 수준을 유지하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 고래 비율은 거래소에 들어오는 입금량 기준 상위 10건의 비트코인 수량에 전체 입금량을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85% 이하일 때는 상승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각국 정부가 제도권 안으로 암호화폐를 품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후보를 업계가 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재정 확대 공약을 내세운 바 있고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에도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바이든 캠프는 당선 후 3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코로나19 대응 추가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더불어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비트코인에 한해서는 과거 입장과 상반된 의견을 내비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마도 비트코인은 부분적으로는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다른 엉터리 코인과는 달리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얼마나 늘어나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던 ‘닥터 둠’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만큼은 부분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매경DB>


▶비트코인 대항마는

▷이더리움에 투자해볼 만

지금 같은 급등장에서는 어떤 코인을 사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암호화폐 대장주 격으로 안정적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만 집중하라는 의견과 새로운 기술을 가진 메이저 알트코인도 눈 여겨보라는 조언이 동시에 나온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상징성과 활용성 덕분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1세대 암호화폐지만 활용도는 낮고, 금처럼 전 세계에 통용되는 자산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문호준 애널리스트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많이 쓰여서가 아니라 금을 대체하는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상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은 대표적인 2세대 암호화폐지만 3, 4세대 암호화폐보다 활용성이 좋다. 문호준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은 실질적으로 상용화된 코인이고 2등 코인이라는 점에서 가격 상승 중”이라고 귀띔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인 내에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른 전통자산과 가상자산을 섞어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예를 들어 금에 투자할 생각이 있으면 금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일부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어준선 대표 또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트코인을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코인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간접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트코인에 대해서는 리플과 디파이 관련 코인들이 돋보인다. 문호준 애널리스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핀테크 역할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던 것처럼 현재 디파이가 그런 상황이라 본다. 따라서 디파이 관련 코인도 들여다보면 좋을 것이다. 리플의 경우 메이저 코인이라는 상징성과 디파이에 핵심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어 좋게 보고 있다. 현재 리플의 역할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는 “알트코인 중 기술력과 활용성을 인정받은 코인들이 향후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예상한다. 플랫폼으로 쓰이거나 다른 가상자산에 비해 역할이 뚜렷하고 활용성이 높은 가상자산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다”고 귀띔했다.

한편, 2017년 암호화폐 시장처럼 일종의 ‘테마주’ 역할을 한 코인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얻기 힘들 전망이다.

문호준 애널리스트는 “과거처럼 코인 이름이 예쁘거나 한국 팀이 만들어 ‘김치코인’이라 불리는 코인들이 저점에서 크게 오르는 현상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메이저 알트코인과 펀더멘털이 강한 암호화폐가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앞으로 ‘어떤 코인’에 투자한다는 개념보다는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적용된 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변수는 없나

▷변동성 심해 투자 신중히

물론 변수도 많다.

워낙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1월 26일, 하루 전 2만달러를 바라보던 비트코인 가격이 1만7000달러 가까이 미끄러지기도 했다. 빗썸 관계자도 “현재 비트코인 상승세가 조정을 거칠 가능성은 상당하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여전히 활용 면에서 제한적이라는 측면도 무시하기 힘들다.

리오 메시카 에덴블락VC 창업주 겸 대표는 “실제 경제활동에서 얼마나 잘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대중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비트코인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제도권 안으로… ‘특금법’ 2020년 3월 한국 정부, 암호화폐 거래소 관리 위해 특금법 통과

2021년 10월 암호화폐 투자로 250만원 초과분 수익 발생하면 20% 소득세 과세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6호 (2020.12.02~1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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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에서 금융, IB, 슈퍼리치, 스타트업 등등 매경프리미엄에서 '재계 인사이드'를 연재하며 돈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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