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충남·호남권 합동연설회. 무대에 오른 조해원 후보자(최고위원 선거 출마)가 연설회장을 가득 채운 한국당 김진태 의원 지지자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후보자는 “계속 ‘빨갱이’, ‘좌파’만을 외쳐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면 제가 드러누워서라도 그렇게 하겠다”며 “김진태 의원을 데리고 나가라”고 외쳤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연설 끝무렵에 조 후보자가 김진태 의원을 비토하자 일부 김 의원 지지자들은 “빨갱이 XX 내려와“, “저 XX 끌어내”라고 외쳤다. 오히려 이들은 풍선 막대로 X자를 그리거나 삿대질을 하며 조 후보자의 연설 내용에 대한 불만을 강력하게 표현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중간중간 “김진태”를 연호하며 조 후보자의 연설을 방해했다. 행사 진행자가 “해당 후보 연설이 아닐 때 특정 후보자 이름을 외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의원 지지자들의 ‘김진태’ 연호는 행사 내내 이어졌다.
공식 선거와 함께 시작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현장에는 약 500명에 달하는 김진태 지지자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2500여석 규모의 좌석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무대 앞 좌석에 지지자들이 몰려 앉았다. 무대 바로 앞 좌석에 앉은 지지자 장모(70·여)씨는 “좋은 자리 잡으려고 오전 10시에 체육관에 도착해 3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자기 몸 사리지 않고 5.18 의혹 제기하는 사람, 문재인 정권 비판하는 사람이 김진태 말고 누가 있냐”고 말했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김 의원 지지자들은 당 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지자들을 합친 규모를 압도했다. 이들은 2시간에 걸친 청년 최고위원·최고위원·당 대표 후보자 정견 발표 때마다 “문재인 탄핵”과 “정권 타도”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의 발표 내용 때는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박근혜 프레임을 벗어나자”, “우리가 대한애국당인가” 등 자신들의 입장과 다른 후보자의 연설 때는 야유와 욕설을 보내 빈축을 샀다.
최고위원선거에 출마한 김정희 후보자가 “한국당 총선승리와 대선 승리를 위해 황교안 전 총리님과 힘을 합쳐 혼신의 힘을 다해 뛰겠다”고 외치자 일부 김 의원 지지자들은 “집에 가서 애나 키워라”며 항의했다. 오 전 시장이 연설 중 “황교안 김진태 두 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총선 필패입니다”라고 외치자 김 의원 지지자들은 “아니야”, “야 이 빨갱이야”라고 외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김 의원 지지자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자신의 후보 연설 때는 몰라도 적어도 다른 후보 연설 때는 방해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당 차원에서 해당 캠프에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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