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당대회장 장악한 김진태 지지자…"빨갱이 내려와" "애나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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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15. 오후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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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한애국당입니까. 여러분은 우리 당을 살리는 게 아니라 우리 당을 망치고 있는 겁니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충남·호남권 합동연설회. 무대에 오른 조해원 후보자(최고위원 선거 출마)가 연설회장을 가득 채운 한국당 김진태 의원 지지자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후보자는 “계속 ‘빨갱이’, ‘좌파’만을 외쳐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면 제가 드러누워서라도 그렇게 하겠다”며 “김진태 의원을 데리고 나가라”고 외쳤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설 끝무렵에 조 후보자가 김진태 의원을 비토하자 일부 김 의원 지지자들은 “빨갱이 XX 내려와“, “저 XX 끌어내”라고 외쳤다. 오히려 이들은 풍선 막대로 X자를 그리거나 삿대질을 하며 조 후보자의 연설 내용에 대한 불만을 강력하게 표현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중간중간 “김진태”를 연호하며 조 후보자의 연설을 방해했다. 행사 진행자가 “해당 후보 연설이 아닐 때 특정 후보자 이름을 외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의원 지지자들의 ‘김진태’ 연호는 행사 내내 이어졌다.

공식 선거와 함께 시작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현장에는 약 500명에 달하는 김진태 지지자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2500여석 규모의 좌석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무대 앞 좌석에 지지자들이 몰려 앉았다. 무대 바로 앞 좌석에 앉은 지지자 장모(70·여)씨는 “좋은 자리 잡으려고 오전 10시에 체육관에 도착해 3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자기 몸 사리지 않고 5.18 의혹 제기하는 사람, 문재인 정권 비판하는 사람이 김진태 말고 누가 있냐”고 말했다.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김 의원 지지자들은 당 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지자들을 합친 규모를 압도했다. 이들은 2시간에 걸친 청년 최고위원·최고위원·당 대표 후보자 정견 발표 때마다 “문재인 탄핵”과 “정권 타도” 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의 발표 내용 때는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박근혜 프레임을 벗어나자”, “우리가 대한애국당인가” 등 자신들의 입장과 다른 후보자의 연설 때는 야유와 욕설을 보내 빈축을 샀다.

최고위원선거에 출마한 김정희 후보자가 “한국당 총선승리와 대선 승리를 위해 황교안 전 총리님과 힘을 합쳐 혼신의 힘을 다해 뛰겠다”고 외치자 일부 김 의원 지지자들은 “집에 가서 애나 키워라”며 항의했다. 오 전 시장이 연설 중 “황교안 김진태 두 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총선 필패입니다”라고 외치자 김 의원 지지자들은 “아니야”, “야 이 빨갱이야”라고 외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김 의원 지지자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자신의 후보 연설 때는 몰라도 적어도 다른 후보 연설 때는 방해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당 차원에서 해당 캠프에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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