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학부모 성폭행 의혹’ 정종선 감독…대기발령 중에도 학부모 동원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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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25. 오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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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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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부모 성폭행과 횡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서울 언남고 축구부 정종선 감독에 대해 보도해드렸었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정 감독은 대기발령이 내려진 상태에서도 선수 학부모들에게 술자리를 만들게 하고, 경기장에 나가 선수들에게 소리를 치는 등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언남고 축구부원들이 묶고 있는 경남 합천의 한 여관.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식당으로 쓰는 가건물엔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습니다.

이 시각에 무슨 일일까?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여성들.

그 뒤로 횡령과 학부모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종선 감독이 보입니다.

새벽 시간인데도 선수 학부모들과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마련한 안주와 갹출한 회비로 차린 술상입니다.

조리에 서빙까지 학부모들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술자리 동석자 : "(김치 좀 줘요, 김치.) 드릴게요."]

정 씨는 반말 투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습니다.

[정종선/감독 : "고소장 쓴 거야 이거. 성명 불상자. 4명. (1명은) 무고죄로, 이 사람들은, 인터뷰한 사람은 명예훼손죄야."]

술자리가 끝난 건 새벽 3시.

선수 학부모들은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내려왔지만 밤마다 정 감독의 술 시중을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튿날 비슷한 시각.

다시 찾은 여관 식당에선 정 감독이 참석한 술자리가 또 열렸습니다.

[정종선/감독 : "(KBS에서 왔는데요, 지금 대기발령 상태신데 여기서 학부모님들 데리고 뭐 하고 계신 거예요?) 학부모 아니에요. 졸업생이에요. 대기발령(됐지만) 내가 업무하는 거 아니잖아요."]

[정종선/감독 : "(여기 계신 분들은 학부모님들 아니세요?) 학부모님들 자기가 와 있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나하고?"]

몇 마디 질문에 대답하더니 정 씨는 슬그머니 뒷문으로 사라졌습니다.

[정종선/감독 : "(어떤 자격으로 여기 와 계세요?) 나는 직무만 안 보는 거죠. (고교축구연맹) 직무만 안 보는 거예요, 그렇죠."]

경남 합천에선 지난 11일 개막한 전국 고교 축구대회가 보름째 열리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대회가 시작된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늦은 밤 이렇게 술자리가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A 씨/언남고 축구부 학부모/음성변조 : "12시 넘어서 할 때도 있고... 아들 경기 보러 왔는데 내 아들 경기도 못 보고 후반전부터 가라고 해서 밥 차리고 있는 거죠."]

이 대회뿐만이 아닙니다.

지방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다는 게 학부모들의 공통된 증언.

대회가 열릴 때면 매일 밤 선수 학부모들이 음식과 술을 준비했다는데, 이걸 '야간자율학습'을 줄인 '야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정 감독은 현재 횡령과 성폭행 의혹 등으로 학교에선 대기 발령, 고교축구연맹은 회장 직무가 정지된 상태.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정 감독의 영향력을 두려워합니다.

[B 씨/언남고 축구부 학부모/음성변조 : "회장한테 좀 밉보이고 그러면 경기 못 뛸까 봐 아이들... 3학년 되면 애들 원서 쓰는 거에 보면 리그 시간이 있어요. 그런 것도 다 채워야 되는데. 그런 것도 다 못 채우게 되면 대학 가는 데도 문제가 있고..."]

직무 정지와 대기 발령 상태지만 언남고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에 나와 코치석 옆에 의자를 놓고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때때로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치며 지시를 하는 듯한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 감독 측은 심야에 식당에서 열린 술자리는 선수 학부모가 아니라 지인들과의 가진 술자리였다고 강변했습니다.

또 경기장에 나간 것은 맞지만 선수들이나 코치들에게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장K 김지숙입니다.

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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