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또 버려진 반려동물들…동물은 외로움 달래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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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동물학대와 유기 등 그늘도 점차 짙어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우려가 연달아 제기됐지만 연휴간 유기 동물의 수가 예년에 비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세계일보 2월7일자 “난 버려질까요?”… 설 명절이 두려운 반려동물들 참고> 더구나 ‘과시형 학대’도 잇따르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설연휴에도 버려진 동물들…학대도 잇따라

‘1202’

지난 설 연휴가 포함된 2월 셋째 주(2월12일∼18일) 전국에서 집계된 유기동물의 수다. 4일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이중 143마리가 주인에게 반환됐고 152마리는 입양 조치됐다. 208마리(자연사 143마리·안락사 65마리)는 보호소 등지에서 숨졌다.

올해 기록한 수치는 대체휴일이 각각 포함된 지난해 설 연휴(1058마리·1월25일∼31일)와 그 전년도(854마리·2월4일∼10일)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물론 잃어버리는 경우(유실)도 더러 포함돼 있지만 고의로 내다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가 왜 자꾸 되풀이될까.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키워보고 싶다’는 즉흥적인 욕구에 따라 동물들이 쉽게 거래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을 쉽게 여기는 탓에 키우던 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연휴간 번거롭게 느껴질 경우 죄의식 없이 내다버리고 있다는 거다.
실제 국내 유실·유기동물 수는 △2014년 8만1147마리 △2015년 8만2082마리 △2016년 8만8559마리를 기록하며 해마다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0만715마리를 기록했다.

동물의 거래가 일상화되고 일종의 ‘물건’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관련한 문제의식이 옅어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3일 충남 천안의 한 펫샵에서 발생한 ‘파양견 79마리 집단폐사 사건’도 이런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기르던 동물을 타인에게 넘기고, 이 동물들이 물건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점은 최근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동물은 외로움 달랠 도구?…“인식개선 시급”

일각에서는 비혼족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전통적 가족형태의 붕괴가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한다. 동물을 기르면서 홀로 사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실제 온라인 동물매매 사이트를 보면 대개 ‘1인 가구가 외로움을 달래기 적격’, ‘쓸쓸함과 적막함을 해결해준다’는 식의 홍보문구가 걸려 있다. 우리에 앞서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일본의 경우도 반려견 수만 892만 마리에 달하는 등 전체 반려동물이 이미 어린이의 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 있는 개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고 있는 부녀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찍혔다. 천안 동남경찰서 제공
이에 오피스텔 등지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기위해 짖지 못하도록 하는 성대수술하거나 미용을 목적으로 꼬리나 귀를 자르고, 심지어 성형수술·미용 주사를 놓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의미보다 외로움을 달랠 ‘도구’처럼 대하는 모습이 분명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용가치가 없어지게 되면 죄의식 없이 내다버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반려동물=소유물’이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과시형 동물학대’가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강화되는 등 동물권이 진일보하는 고무적인 결과가 있었지만, 동물학대 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의 이른바 ‘과시형 학대’도 대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 단체로 접수된 1930건의 제보 중 동물학대가 763건(39.5%)으로 가장 많았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동물들이 일종의 장난감처럼 값싸게 거래되고 있는 데다 유기와 학대가 워낙 만연해지면서 병에 걸리면 치료나 안락사 등 조치보다 죄의식 없이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입양한 동물을 아이처럼 혹은 가족처럼 생각하고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가족이라면 (동물을) 학대하거나 유기하겠느냐”며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법적 처벌 강화 등 관련 조치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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