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경수, 작년 대선전 드루킹에 ‘재벌개혁 공약’ 의견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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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3. 오후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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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경수 지사-드루킹 대화내용 입수
지난해 대선 전 ‘드루킹’ 김동원 씨(아래)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위)가 주고받은 보안 메신저 ‘시그널’ 대화 캡처.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재벌개혁 정책 공약 자문 요청을 받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씨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김 씨와 김 지사가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을 통해 자문 요청을 주고받은 대화 내용 화면 캡처 파일을 확보했다. 김 씨는 올 3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자신의 모든 활동 기록을 USB메모리에 저장해 뒀다가 최근 특검팀에 제출했다.

○ 김경수 “목차라도 무방” 자문 요청

본보는 김 씨와 김 지사가 지난해 1월 5일 시그널을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당시 김 지사가 김 씨에게 “드루킹님 혹시 내일 약속을 점심으로 변경해도 괜찮겠느냐”고 묻자 김 씨는 “제가 준비해 가야 할 것이 있으면 미리 말씀해 달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라도(대략적으로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다음 주 10일에 (문 대통령이) 발표 예정이신데 가능하면 그 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씨는 “20일쯤 완성할 생각으로 미뤄두고 있어서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 미흡하면 주말에라도 작업해서 추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다음 날인 1월 6일 김 지사가 김 씨에게 시그널로 “여의도 국회 앞 ○○○에 제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곧 뵐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김 씨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김 씨는 “도착하였습니다. 천천히 오십시오”라고 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 지사와 김 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이 만난 구체적인 경위와 목적을 조사 중이다.

나흘이 지난 같은 해 1월 10일 당시 대선 행보 중이던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재벌개혁 정책 공약을 담은 기조연설을 했다. 대기업 등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보장과 함께 집중투표제 등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투표권을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김 씨의 재벌개혁 정책 초안에도 집중투표제 강화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김 씨가 강조한 소액주주를 적극 동원해 재벌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재벌기업을 통제하는 방안 등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이 포럼 기조연설을 끝낸 직후인 같은 날 오후 2시 43분 시그널로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김 씨에게 보내면서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 씨는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이날 김 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지사와 김 씨는 같은 해 1월 7일과 9일 시그널 대화를 통해 1월 10일 만날 약속을 정했다.

김 씨는 최근 특검팀에 출석해 “김 지사를 만날 때마다 정책 관련 문건을 종이로 출력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김 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드루킹, ‘재벌개혁 보고’ 문건 작성

김 씨는 지난해 2월 ‘공동체를 통한 재벌개혁 계획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여기서 김 씨는 자신이 만든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 단체를 소개하며 ‘2017년 2월 현재 회원 수가 500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또 다른 문건인 ‘소액주주 조직을 이용한 재벌개혁 계획 보고’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포함돼 있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두 문건의 내용은 유사하다. 소액주주 조직인 ‘경인선’ 중심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경제 민주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계획과 함께 재벌개혁이 성공하려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포함돼 있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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