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시집 보낸다”며 파키스탄 여성들 성매매 조직에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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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파키스탄 여성 소피아의 실제 결혼 사진. 중국인 신랑은 결혼을 엄청 서두르며 신부를 아끼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아 소피아는 부모와 함께 노력해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소피아 제공
6개월 전 파키스탄 동부 파이살라바드에 사는 기독교도 여성 ‘소피아’가 중국인 기독교도 남성과 결혼했을 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녀는 19세로 미용 기술자였고, 신랑은 21세 화장품 판매사원이었다.

소피아 가족은 가난했지만 신랑이 결혼 비용을 모두 부담해 한없이 기뻤다. 신랑이 까다롭기 그지 없는 파키스탄 전통을 조차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신부는 새로운 인생이 열린다며 기껍게 집을 떠났다.

그런데 한달도 안돼 친정에 돌아왔다. 파키스탄 여성을 중국인의 성노예로 인신매매하는 조직에 넘겨진 것으로 믿고 있다.

사실 결혼 전에도 조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긴 했다. 중국인 신랑이 엄청 서두르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그는 중국 남자는 원래 모든 비용을 부담하니 따르라고 해 가족들도 따랐다. 중국으로 떠나는 여행 서류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신랑은 한사코 라호르의 방갈로로 가자고 했다. 거기 가보니 자신들과 비슷한 신혼부부가 몇 커플 있었다. 파키스탄 신부들은 중국어를 배우게 했다.

곧 소피아는 남편이 기독교도도 아니며 자신을 신부로 여기며 아끼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어로 소통하지 않는데도 그는 한사코 성관계만 맺으려 들었다.

먼저 중국에 시집 간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녀 역시 남편 친구들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중개업자에게 그만 두겠다고 했더니 부모들이 결혼 비용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부모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라호르로 찾아왔다. 그러자 중개업자는 그제야 돌아가라고 했다.

기독교 인권단체 활동가인 살림 이크발은 이렇게 중국 남성에 시집보내는 식으로 1년 만에 700명 가량의 파키스탄 여성들이 팔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주 동안 가톨릭 사제 한 명을 비롯해 스무여명의 중국인과 파키스탄 거간꾼들이 사기결혼을 주선하려 한 혐의로 파키스탄 연방수사국(FIA)에 체포됐다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FIA는 “중국인 범죄자 갱단이 파키스탄 여성을 결혼으로 꾀어 성매매 조직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갱단원이 발전소 엔지니어로 위장해 결혼한 다음 중국에 데려가 인신매매 조직에 1만 2000~2만 5000달러를 받고 넘겼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사법당국이 중국에 여성들을 시집 보낸다는 명목으로 인신매매 조직에 넘기기 위해 사기 결혼을 꾸민 중국인 일당을 검검해 연행하고 있다.라호르 AFP
가난하고 지역사회에서도 별다른 대우를 받지 못하는 파키스탄 기독교도 여성들은 인신매매 조직원들에게 몇백 달러나 몇천 달러만 부모에게 넘기면 손쉽게 결혼에 동의해 손쉬운 타깃이 되고 있다. 파키스탄 기독교도 인구는 250만명으로 전체의 2%도 되지 않는다.다만 최근에는 무슬림들도 이런 사기결혼의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파키스탄 여성들이 집창촌에 팔려간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일부 매체가 허위 사실을 날조하고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반박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주에 올해 들어 파키스탄 신부들의 비자 신청이 140건으로 갑자기 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정도 양은 지난해 전체 건수에 맞먹는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90건 정도는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중국에 시집 가는 파키스탄 여성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중국인들이 이 나라에 많이 입국하는 상황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은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CPEC)의 일환으로 항만과 도로, 철도, 에너지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와 인력을 보내고 있다. 두 나라는 최근 밀착하고 있으며 중국인이 도착하면 곧바로 비자를 발급해줘 CPEC에 연결되지 않은 기업인과 인력들이 물밀듯이 파키스탄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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