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이 세계 평화 수호” 미국 사정권 둥펑-41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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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2. 오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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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광장서 160분 경축 행사
“누구도 중국 전진 막을 수 없다”
열병식에 둥펑계열 미사일 112발
차세대 스텔스기 ‘훙-20’ 안 보여
중국 건국 70주년 <하>
건국 70주년 기념일(1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1만5000여 명의 병사와 최첨단 신형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사진은 최대 사거리 1만5000㎞로 북미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국가의 주권과 안전, 발전은 물론 세계 평화를 굳건하게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등 중국 무장 역량의 사명을 중국의 주권뿐 아니라 세계 평화 수호로 확장시켰다.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국제 문제에 더 많이 더 자주 개입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동지가 70년 전 오늘 이 자리에서 중국의 성립을 선언해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면 “오늘의 중국은 세계의 동방에 우뚝 서 그 어떤 힘도 중국을 흔들 수 없으며, 또 중국의 전진을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등 전 국가주석과 여타 지도부 인사가 모두 양복을 입은 데 비해 혼자만 중국인의 서민 복장인 중산복(中山服) 차림으로 나왔다. 8분가량 연설에서 시 주석은 “평화 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 방침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겠다”고 밝혀 대만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장쩌민 전 주석(오른쪽), 후진타오 전 주석이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60분간 진행된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에서 하이라이트는 열병식이었다. 시 주석은 자국산 최고급 승용차 훙치(紅旗)를 타고 천안문 정문을 빠져나오며 ‘중국의 힘’을 과시했다. 2㎞가 넘는 창안(長安)가에 도열한 각 부대를 사열하며 시 주석은 “퉁즈먼 하오(同志們好·동지들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장병들은 “주시 하오(主席好·주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했다. 35년 전 덩샤오핑이 선례를 만든 ‘서우장 하오(首長好,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구호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32개 육·해·공 장비 부대의 분열식에서 ‘대국의 장검(長劍), 호탕한 동풍(東風)’이란 설명과 함께 초음속 추진기를 장착한 둥펑(東風)-17 4대가 4열 종대로 사열대를 지났다. 미국령 괌을 때릴 수 있어 ‘괌 택배’란 별명의 둥펑-26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2 부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둥펑-31AG, 둥펑-5B, 둥펑-41까지 이날 등장한 둥펑 계열 미사일만 총 112발이었다.

군인들이 2인용 공격헬기에 앉아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등 세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사거리가 1만2000㎞ 이상으로 미국을 상대하는 대표적 첨단 무기다. 2015년 9월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때 49개국 대표를 초청하고도 내보이지 않던 걸 이번에 공개했다. 무인기 부대도 총 4개 제대가 스텔스 드론 리젠(利劍)과 정찰 드론 우전(無偵)-6을 앞세웠고, 이어진 항공부대 사열에선 딩라이항(丁來杭·62) 공군 사령관이 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0 조종간을 직접 잡고 비행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스텔스 전략 폭격기 훙(轟)-20은 선보이지 않았다.

중국은 미군을 상대로 전력 불균형을 역전시키기 위한 시도에 착수했다. 2014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3차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을 발언한 후다. 미국은 1949년 구소련이 미국의 핵 독점을 깨자 핵탄두 보유 확대로 경쟁을 뿌리쳤고(1차 상쇄), 70년대엔 소련의 미사일 추격을 스텔스 기술 등으로 물리쳤다(2차 상쇄). 이제 중국과 러시아의 추격에 무인 시스템, 초음속 무기 등의 개발(3차 상쇄)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양자(量子) 기술이다.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 위성 묵자(墨子)호 발사가 기반이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이 최소 단위인 양자의 특성을 활용하면 도감청·해킹이 불가능하다.

여군들이 행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열병식에선 시 주석의 강군(强軍) 사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세계 평화에 대한 중국 무력의 기여를 강조한 시 주석의 이날 연설에 맞춰 중국의 평화유지군 부대도 열병식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세계에 가장 많이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나라다. 2018년 12월까지 24차례, 3만9000명이 동원됐다. 2015년 평화유지 상비부대도 창설했다. 과거 미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했다면 이젠 중국이 그 임무를 떠맡는 모양새다. 이날 기념식은 마오쩌둥의 ‘일어서기(站起來)’와 덩샤오핑(鄧小平)의 ‘부유해지기(富起來)’ 시대를 지나 시진핑의 ‘강해지기(强起來)’ 시대에 중국이 진입했으며 중국의 부상을 가로막는 어떤 도전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베이징=유상철·신경진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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