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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과(위), 배숙(아래)

차가운 국물과 부드러운 곶감이 잘 어우러진 수정과

수정과는 정월 설 무렵이면 식혜와 함께 만들어 먹던 음료로 겨울철에 바깥에 내놓으면 국물이 얼어서 살얼음이 끼고 속에는 부드러운 곶감이 있어, 차가운 국물을 마시고 부드러운 곶감을 건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식혜와 더불어 독특한 우리나라의 전통 음료이다.

지금은 수정과라고 하면 거의가 곶감이 들어간 수정과만을 가리키지만 원래는 국물이 있는 정과로 음청류인 화채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었다. 『시의전서』에서도 화채 종류를 ‘수정과부’로 분류해 놓았고, 궁중의 잔치에 올린 수정과에 유자(柚子), 왜감자(倭柑子), 준시(蹲柿), 앵두(櫻桃(앵도)), 산사(山査), 복분자(覆盆子) 등의 과실과 잣, 꿀, 오미자, 생강, 연지 등이 쓰인 것으로 보아 지금의 화채를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옛 음식책에 나오는 수정과에는 곶감수정과, 배수정과(배숙), 산사수정과 등이 있다.

수정과에 넣을 곶감은 주머니곶감이라 하여 말릴 때 감 꼭지에 실을 매어서 널어 말린 것이 좋다. 흰 가루(柿雪(시설))가 피어난 것으로 너무 말라서 딱딱한 것은 피하고, 작고 널어 말린 것이 알맞다. 꼭지를 떼고 위에서부터 씨를 발라내고 다시 아물렸다가 쓴다. 싸리나무에 줄줄이 꿰어 있는 곳감은 국물에 오래 담가 두면 불어나서 과육이 흩어지고 국물이 탁해 먹기에도 불편하다. 납작하게 눌러서 말린 준시는 제사나 잔치의 고임을 할 때 알맞다.

수정과는 맛있는 곶감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물 맛이 중요하다. 국물에는 생강과 계피를 넣는데 같이 넣고 끓이면 향이 상쇄되어 각각의 향이 충분히 나지 않으므로 각각 끓여서 합하는 것이 좋다. 옛 음식책에는 생강차만 끓이고 계핏가루는 뿌리기만 하기도 했으나 먹을 때 계핏가루가 입에 번지고 번거로우므로 통계피를 끓여서 만드는 편이 더 낫고 깊은 맛도 난다.

『시의전서』에서는 “좋은 건시를 냉수에 담되, 물을 넉넉히 부어 두었다가 흠씬 불은 후 생강차를 진하게 달여 밭아 붓고 화청(和淸)하여 잣을 뿌린다”고 하였고, 『조선요리제법』에 나오는 수정과는 “생강을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서 얇게 저며 물을 붓고 설탕을 끓인다. 체에 걸러 항아리에 담고 손을 담그기 좋을 만큼 따뜻하게 식혀서 곶감을 넣고 꼭 봉해 두었다가 그릇에 두 개씩 담고 계핏가루와 실백을 띄워서 상에 놓는다”고 하였다.

전체 국물에 곶감을 담가 두면 국물이 탁해지고 건지기가 어려우므로 따로 국물을 한 대접 덜어서 불려 놓는다. 대접할 때는 화채 그릇에 차게 식힌 국물을 붓고 불린 곶감을 하나씩 넣고 잣을 띄운다. 곶감 불은 것은 그다지 깔끔하지 못하므로 말랑거리는 곶감을 작게 썰어 넣거나 갈라서 호두를 넣고 말아서 썰어 넣기도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급히 만드는 요령으로 “펄펄 끓는 물에 곶감을 몇 개든 집어 넣으면 금방 풀린다. 생강을 끓였다가 냉수와 꿀을 타고 풀린 곶감을 넣어 실백을 띄운다”고 하였다.

조리법

정월 설 무렵에 식혜와 함께 만들어 먹던 전통 음료로, 추운 겨울, 차가운 국물을 마시고 부드러운 곶감을 건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재료(4인분)
곶감(소) 12개, 설탕 1½컵, 잣 1작은술
(가) 통계피 30g, 물 5컵
(나) 생강 50g, 물 5컵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생강은 껍질을 벗겨서 얇게 저민다. 물을 붓고 은근한 불에서 서서히 끓여 고운 체에 거른다.
2. (가)의 통계피는 물에 끓여서 고운 체에 거른 다음 (나)의 달인 생강물과 합하여 설탕을 넣고 끓여서 식힌다.
3. 곶감은 작고 씨가 없는 주머니 모양으로 생긴 것으로 골라서 꼭지를 떼고 모양을 둥글게 만져 놓는다.
4. 달여 놓은 국물에 곶감을 3시간쯤 담가 부드러워지면 화채 그릇에 담고 잣을 서너 알씩 띄워서 대접한다.

수정과 만들기

① 생강물 만들기
② 곶감과 잣 띄우기

달고 시원한 배숙

배숙(梨熟(이숙))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겨울 화채인 배숙은 모과숙과 같이 만들되 못 없고 발 잘고 큰 것으로 껍질을 벗겨 통으로 만들거나 굵게 저며서 만든다. 궁중에서는 배를 벗겨 통후추를 드문드문하게 박아 삶아서 굵게 저미고 꿀물에 삶는다.”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배를 껍질째 얇게 벗겨서 큰 것은 여섯 쪽을 내고 작은 것은 네 쪽으로 갈라 속을 베어 내고 가장자리를 둥그렇게 다듬은 다음 등에다 통후추를 몇 개 박는다. 맹물에 끓여서 배는 어느 정도 익으면 설탕을 넣고 잠깐 끓인 후 찬물을 적당히 더 넣고 실백을 띄운다”고 하였다. 궁중 잔치 기록에 나오는 배숙에는 배, 잣, 후추, 생강, 꿀의 다섯 가지 재료가 쓰였는데 배에 후추를 박아서 물에 꿀과 생강을 한데 넣어 끓여서 잣을 띄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째로 만든 배숙에는 ‘향설고(香雪膏)’가 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향설고를 만들려면, “시고 단단한 문배를 껍질을 벗겨 후추를 박고 꿀물을 타 새옹이나 통노구에 붓고 생강을 저며 넣어 은근한 불로 조리는데 달고 시지 않다. 오미자국을 조금 넣으면 더욱 좋으며 수정과를 하려면 약간만 조려 물을 넉넉히 붓고 계핏가루와 실백을 띄운다”고 하였다.

또 궁중 잔치 기록 중에 ‘상설고(霜雪膏)’가 나오는데 향설고와 비슷한 음식으로 보인다. 재료로는 배 외에 용안(龍眼), 귤병(橘餠), 사탕, 잣, 호초, 꿀이 쓰였다. 여기서 용안, 귤병은 중국에서 들어온 과일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1940년대에 한희순 상궁이 전해 준 배숙은 문배로 만들었다고 한다. 문배는 문향리(聞香梨)라고도 하는데 열매에 석세포가 많아 그대로 먹기에는 나쁘나 향기가 매우 좋다. 문배나무는 산기슭에 자라며 예전에 서울 청량리에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려니와 달고 연하며 물이 많은 품종이어서 꿀물에 오래 삶으면 너무 물러져 버린다.

요즘 재배되는 배로 만든 배숙은 옛맛은 안 나지만 생강과 후추의 매운맛과 향이 단맛과 조화를 이뤄 맛이 아주 좋다. 배숙과 비슷한 서양 음식으로는 과실을 시럽에 조려서 만드는 ‘프루츠 컴폿(fruits compote)’이 있다.

조리법

달고 시원한 겨울 화채로 생강과 후추의 매운맛과 향이 단맛과 조화를 이뤄 맛이 일품이다.

재료(4인분)
배 1개, 통후추 1작은술, 설탕 1½컵, 잣 1작은술
(가) 생강 50g, 물 10컵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생강은 껍질을 벗겨서 얇게 저민다. 물을 붓고 은근한 불에서 서서히 끓여서 고운 체에 거른다.
2. 배는 6등분 또는 8등분하여 껍질을 벗기고 큰 것은 삼각으로 썰어서 각을 조금씩 다듬고 등쪽에 통후추를 세 개씩 박는다.
3. 달인 생강물에 후추를 박은 배, 설탕을 한데 넣고 끓인다.
4. 배가 충분히 무르게 익으면 그대로 식혀서 차게 하여 화채 그릇에 담고 잣을 서너 알씩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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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문헌과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음식의 유래와 전해오는 이야기, 맛의 비결, 옛 문헌에 나오는 조리...더보기

  • 저자

    1952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가정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식품공학과 석사학위. 한양대학교 대학원 식품영양학과 이학박사 학위 취득. 1993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
    현재 전주대학교 문화관광대학 전통음식문화전공 교수. 저서로 『한국의 전통 음식』, 『팔도 음식』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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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한복려 요리연구가

    1947년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학 원예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식품공학과 석사학위 취득. 일본조리사 전문학교 졸업.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 궁중음식’ 보유자, 궁중음식연구원 원장, 성균관대학교 가정대학 강사.
    궁중음식전문점 ‘지화자’ 대표. 저서로 『떡과 과자』, 『한복려를 따라하면 요리가 즐겁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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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수
    황혜성 인간문화재

    1920년 충남 천안 출생. 일본 경도여자대학 가사과 졸업. 숙명여대, 명지대, 한양대, 성균관대 가정과 교수 역임.
    1973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대한민국 교육훈장 목련장(1985). 문화훈장 보관장(1990) 수상. 저서로 『이조궁정요리통고』, 『한국의 미각』, 『한국요리백과사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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