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료도 사회도 ‘네탓’… 기댈 곳 없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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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22. 오후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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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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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극심… 자살률 10년 새 2배


전남 구례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였던 A씨(당시 44세)는 지난해 7월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학생들이 점심 급식을 먹으러 나간 사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경찰은 A씨가 컴퓨터에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했다. 같은 지역의 한 교사는 “작은 학교에서 업무 부담을 호소할 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장이 과중한 업무를 맡겼다는 일부의 주장에 비공개 감사를 벌였지만 A교사가 직무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했다.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정부 통계에선 관련 사고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경향이 뚜렷하다. 대부분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원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사회로부터 다양한 압박을 받지만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채 고립되는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1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육공무원은 88명이다. 교사 10만명당으로 따지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6.1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10년 전인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3.1명이던 것에 비하면 약 2배 늘었다.

교육부가 파악한 대표적인 자살 원인은 우울증이다. 경기도교육청 ‘교원 치유 프로젝트’에서 교사들을 심리 상담해 온 방성규 놀이치료협회장은 “의지하거나 편이 되어줄 ‘지지그룹’이 없는 상태의 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교사 상담을 맡은 경기도교육청 이윤정 주무관 역시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타인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다보니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하고 만성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정신적 문제를 겪더라도 동료나 교사 조직에 도움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용인 지역의 중등교사 B씨(31)는 “학생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면 교직사회는 그 교사를 무능하게 본다”면서 “윗선에 얘기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없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욕먹는 일 정도는 속으로 삭이고 마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진 뒤 양측 학부모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동료가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어 와 휴직했다. 일종의 도피성 휴직”이라고 말했다. 교사 개인에 모든 책임이 전가되다보니 정신적 피해를 스스로 구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각 시·도 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이나 행정?법률자문을 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주무관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은 데다 행정 업무까지 겹치다 보니 자신을 살피기가 쉽지 않다”면서 “교사 스스로 적극적으로 자신을 돌보고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교사들이 학교나 교육청에 도움을 찾기보다 개인적으로 민간 심리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교사들을 상대로 한 치료 지원 프로그램이 더 보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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