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OLED를 OLED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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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OLED 아니라 QD 디스플레이"
업계 "QD디스플레이도 OLED 범주에 속해"

10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예고됐던 대로 우선 충남 아산에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라인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으로 전환 투자해 대형 OLED 시장에 뛰어들겠단 출사표였는데요.

삼성 측 발표 자료를 보면 ‘OLED’라는 단어가 단 1자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LCD 라인을 단계적으로 ‘QD’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표현했습니다. QD는 자연색에 가까운 빛을 내는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Quantum Dots·양자점 물질)을 뜻합니다. 이 물질을 활용해 OLED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향후 다른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QD디스플레이라고 불러 달라는 게 삼성 측 주장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장하고 있는 QD디스플레이 구조도. 삼원색이 조화를 이뤄 흰색을 낼 수 있도록 블루필터를 넣는 것이 LG디스플레이와의 차이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그런데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려는 QD 디스플레이도 LG디스플레이가 이미 양산하고 있는 OLED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OLED는 빛의 삼원색인 적색·녹색·청색(RGB)으로 각각 발광하는 유기물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입니다. 삼원색이 조화를 이뤄 흰색을 내는 원리인데,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삼원색이 흰색을 낼 수 있도록 흰색 필터를 추가한 ‘화이트 OLED’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변형 OLED인 셈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흰색 필터 대신 QD로 흰색을 만들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 QD를 블루 필터라고 해서 ‘블루 OLED’라고도 부릅니다. 삼성 역시 변형 OLED라는 점에서 LG의 OLED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라이트가 있는 LCD TV로는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 TV나 벽에 붙어있다가 TV로 변신하는 방식의 폼팩터 혁신이 불가능한 만큼 결국 삼성전자가 더 늦기 전에 OLED 투자에 뛰어든 것 아니겠느냐"면서 "다만, 수뇌부들이 ‘OLED TV 생산 재개는 없다’고 못 박았던 점 때문에 QD 디스플레이로 브랜딩 한 것 같다"고 해석 했습니다.

삼성은 2005년 당시로써 세계 최대 크기였던 21인치 OLED 패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2013년 55인치 OLED TV를 선보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TV는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졌죠.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은 중소형 OLED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형 OLED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10%가 채 안 되는 수율(완제품 비율)에 생산을 접었던 아픈 경험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6년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OLED TV를 생산 재개하는 일은 없다"며 "이 기술은 양산에 적합하지 않고, 손익이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LCD 위에 QD 필름을 입힌 QLED TV를 주력 TV로 내세우고 있지요.

그런데 미루고 미뤄왔던 OLED 투자가 재개되면서 삼성전자 TV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전날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부터 65인치 퀀텀닷 OLED TV용 패널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대형 OLED 시장을 키우고 싶어하던 LG로서는 호재인 셈입니다.

같은 ‘설렁탕’도 가게마다 레시피(조리법)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색다른 부위로 육수를 낼 수도 있고, 남이 넣지 않은 재료를 단독으로 넣을 수도 있지요. 그렇더라도 설렁탕은 설렁탕이라고 부릅니다.

[장우정 기자 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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