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대통령'이었던 조주빈...스스로 박정희에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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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06. 오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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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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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조주빈은 텔레그램 내에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다. 자신을 정점으로 밑의 직원(관리자)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대화방에서 이야기했다. 텔레그램 세상에서 세력 다툼을 했던 것과 직원들의 배신도 대화방에서 풀어냈다.

하지만 막상 경찰에 붙잡히자 조주빈은 박사방 내에서 지휘 체계는 없었다고 부인 중이다.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을 시켜 심부름을 시켰다는 주장이다. 중형이 내려질 수 있는 범죄단체조직죄를 피하기 위해서다.



프레지던트 박사와 따부장, 이부장...그들만의 세상


박사가 운영한 '텔레의 부장'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 박사는 자신을 프레지던트 박, 공범 부따(강모씨)를 따부장으로 표현했다. /사진=텔레그램 대화 캡쳐

6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빈은 평소 텔레그램 내에서 자신을 박사방의 보스(수괴)로 표현하는 글을 자주 썼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자신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빗대 표현했다.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에서 이름을 따와 ‘텔레의 부장’이라는 방을 만들고, 글을 게시했다. 공범인 닉네임 ‘부따’와 ‘이기야’는 각각 따부장, 이부장으로 썼다. 영화를 패러디한 글이지만 조주빈이 박사방을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박사가 운영한 '텔레의 부장' 홍보글. /사진=텔레그램 대화 캡쳐


해당 글에서 조주빈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시작한 계기와 운영방식을 썼다. 조주빈은 "사마귀의 조언과 부따의 실질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시작했다"고 썼다. 뒤이어 ‘완장방’에서 활동하던 이기야가 박사에게 붙었다고 했다.

‘사마귀’와 ‘부따’, ‘이기야’는 모두 조주빈이 검찰에서 주요 공범이라고 진술한 인물들이다. 이들 중 ‘부따’인 강모씨와 ‘이기야’ 이모씨는 검거된 상태다. 특히 이씨는 현역 군인으로 군검찰은 이씨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주빈은 해당 글에서 박사방에 사람이 몰린 것을 두고 "프레지던트 박. 그의 정권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이어 ‘부따’를 정보부장에 임명했다고 했고, ‘이기야’를 두고선 "책사 노릇에 안성 맞춤이었다"며 "고액자료부 부장에 임명했다"고 썼다.

조주빈은 텔레그램 내에서 이른바 ‘완장들’ 사이의 알력 다툼도 다뤘다. 부따를 앞세워 다른 방의 운영진을 몰아냈다는 것이다. 완장방의 주요 관리자였던 ‘미희’를 축출한 사례를 썼다. 실제 조주빈은 ‘미희’를 미행하도록 직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주빈 "지휘체계 없었다"...보이스피싱도 범죄단체, 경찰 "입증 요건 살필 것"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고 있다. 200325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조주빈 측은 검찰조사에서 성착취 영상물 관련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지휘통솔 체계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형이 내려질 수 있는 범죄단체조직죄를 피하기 위해서다.

조주빈의 변호인인 김호제 변호사는 지난 3일 기자들을 만나 "(공범들이) 자금책 등 역할을 나눈 것은 아니다"며 "박사라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으로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통솔체계 등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수사는 향후 박사방의 통솔체계 입증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몇몇 범행에서 조주빈이 지휘를 한 정황도 나타난다.

2017년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로 본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되고,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와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것"을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것으로 봤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범죄단체조직 적용을 위한 요건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온라인상에도 범죄단체 조직 적용이 늘고 있는 추세로 법원에서 인정됐던 요건들을 살펴 (박사방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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