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대표발의한 경찰법 개정안에도 시·도자치경찰위원의 자격 요건(20조) 가운데 법조인 등 전문가 외에 ‘지역주민 중 지방자치행정에 경험이 풍부하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란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추천’이란 문구는 없지만, 사실상 지역 시민사회계 인사의 진출을 보장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공의대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토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시민단체 추천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예시적으로 표현한 방안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시민단체가 촛불집회에 깊게 관여하면서 현 정부와 더욱 밀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가 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권력의 내부자로 변신하면서 진보 진영 안에서도 “NGO(시민단체)와 민주당과의 긴밀한 관계는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삼가며 운동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최영준, 「마르크스21」 24호)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참여연대든 뉴라이트 시민운동이든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정치에만 함몰돼 지식인으로서의 실천적 윤리를 망각하고 권력화된 행태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의 권력동조화에는 정부·여당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에게 시민단체 추천은 ‘형식적인 민주화’의 목적도 있다. 실질적으론 정부 몫을 하나 더 늘리는 건데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보수·진보를 떠나 정부와 시민단체가 공생관계를 맺도록 하는 수단”이라며 “먼저 권력으로부터 재정 독립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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