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도심에서 집단 패싸움 벌인 고려인 60여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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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6. 오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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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비 상납 갈등…23명 구속
경남경찰청 제공

경남 김해의 도심지 한 가운데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던 고려인 60여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63명을 검거해 이 중 23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20일 김해시 부원동의 한 주차장에서 집단으로 패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B 두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A그룹(37명)은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전국구 조직 형태의 단체고, B그룹(26명)은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단체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 주변을 순찰 중이던 순찰차가 다수의 고려인들을 발견하고 즉시 검문검색을 했고, 형사 등 다수의 경찰력이 신속 배치돼 실제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아 부상자는 2명에 그쳤다.

이번 폭행 사건에 가담해 검거된 고려인 중 7~8명은 본국에서 폭력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경찰청 제공

경찰 조사 결과 A그룹은 지난 6월 13일 부산·경남지역 고려인들이 자주 모이는 김해 부원동의 한 주차장 인근 당구장에 찾아가 보호비 명목으로 수익의 20%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구장에는 소규모 사설도박장도 있었다.

그러나 B그룹에 소속된 당구장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후 A그룹이 당구장을 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B그룹이 부산과 경남에 있는 B그룹 소속 고려인들에게 연락해 모이면서 양측의 폭행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고려인들은 평일에는 주로 전국의 공장과 농장 등에서 일을 하고 주말과 휴일에 자주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관광비자나 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왔고 귀화한 인원도 있다. 카자흐스탄과 키즈키르스탄 등 구 소련 5개 나라가 원래 국적이다.

사건 당일 B그룹은 주차장에서 700m 정도 떨어진 다른 공용주차장에 모여 야구방망이와 과도 골프채 등의 흉기를 나눠줬다.

A그룹은 전화와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채팅앱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고려인들을 불러모아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소지한 채 김해로 내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고려인들의 집단 난투극이 우발적이 아니라 조직 폭력 형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 A그룹이 국내 취업 중인 자국민을 대상으로 임금의 일부를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거나 자국민이 운영하는 업소의 수입금 일부를 상납받아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A그룹으로에게 실제 보호비나 수입금 일부를 상납한 피해 고려인이나 업소가 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검거된 인원 중 2명이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연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실제 이들 고려인들의 계좌에서 러시아로 송금된 금액 등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며 범죄 형태로 점차 조직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 실태 조사와 함께 외국인 폭력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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