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은 괴담이 정말로 많은 편에 속합니다.
그 이유는 세월을 거듭할수록 몇백종에 가까운 수많은 포켓몬들이 탄생했기 때문이지요.
모든 포켓몬들은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를 가지고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중에는 괴담의 소재가 되는 포켓몬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괴담은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면서 실제 사실에 살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괴담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요?
오늘은 수많은 괴담중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축에 속하는 '도플갱어' 포켓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포켓몬에는 정말로 특이한 모티브를 지닌 몬스터들이 많이 있는데요
특히 그중에서도 포켓몬 제작진들은 이상하게 오컬트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작진들은 당시에 대중적으로 이슈가 되고있던 수많은 초능력들을 형상화하여 포켓몬을 만들곤 했습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유명한 도플갱어 또한 웬만해서는 몬스터 장르에서 쉽게 쓰일만한 소재는 아니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일단 도플갱어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플갱어는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 을 뜻합니다.
도플갱어 자체는 독일어이지만 이 현상은 세계적으로 폭넓게 전승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현상은 자기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환영일 수도 있고, 죽음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정말로 자기 자신과 동일한 사람이 지금까지 한명 더 존재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플갱어와 관련된 전설은 다양하지만 그 말로는 죽음으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본 충격에 쇼크사하거나, 죽음이 임박했을 때 보이는 환영이라거나,
혹은 하나의 정체성을 두고 동일한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도플갱어는 정말로 미스테리하면서도 무서운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특이한 설정을 지닌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포켓몬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 포켓몬은 바로 팬텀입니다.
팬텀이 왜 도플갱어 포켓몬인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팬텀의 일칭과 영칭 자체가 'Gengar' 이기 때문이지요.
Gengar는 여러분들도 바로 아시겠지만 'Doppelganger' 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름 그 자체에서 모티브가 도플갱어라고 광고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렇게 이름을 통해서 자신의 모티브를 암시하는 포켓몬은 굉장히 많았습니다.
예를들자면 이미 '동충하초 포켓몬' 으로 유명한 파라섹트도 이름에서 parasite + insect 라는 모티브를 곧바로 유출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일단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만든 포켓몬이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팬텀이 도플갱어 포켓몬이라면, 과연 어떻게 도플갱어라는 모티브를 표현했느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팬텀이 도플갱어가 된 '대상' 이 누구냐는 것이지요.
사실 이 해답은 초기 포켓몬 151마리를 조금이라도 살펴보신다면 곧바로 알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팬텀과 똑 닮은 포켓몬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포켓몬은 바로 픽시입니다.
팬텀과 픽시는 이상하리만치 똑 닮은 외형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룩 튀어나온 동글동글한 배, 삐죽하고 큰 귀,
뭉툭하고 짧은 팔과 다리, 게다가 취하고 있는 자세까지 비슷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두 포켓몬은 같을 수가 있을까요?
이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팬텀과 픽시의 닮은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팬텀과 픽시는 초기 151마리의 포켓몬 중에서도 유일하게 서로 굉장히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꼬리와 날개, 머리카락과 같은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마치 일부러 디자인을 맞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팬텀의 도플갱어가 픽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충분히 도플갱어라고 불릴 정도로 두 포켓몬은 닮아있으니까요.
하지만 두 포켓몬의 닮은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팬텀의 몸무게가 조금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오스 시리즈는 가스 포켓몬입니다.
그래서인지 고오스, 고우스트는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포켓몬중 하나입니다.
그 무게는 무려 0.1kg 라는 매우 가벼운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팬텀의 몸무게만 눈에 띕니다.
0.1kg였던 몸무게가 갑자기 뜬금없이 40.5kg로 돌변했으니까요.
갑자기 왜 팬텀의 몸무게만 증가한 것일까요?
상식적으로는 동일하게 0.1kg 라는 수치를 유지해야할 텐데요.
사람들은 그 의문을 픽시의 몸무게에서 찾았습니다.
이상하게도 팬텀의 갑작스럽게 늘어난 40.5kg 라는 수치는 마침 픽시의 몸무게와 매우 비슷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팬텀이 픽시의 도플갱어이기 때문에 몸무게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하곤 합니다.
말하자면 팬텀은 픽시의 '그림자' 포켓몬이라는 것이지요.
여기까지가 가장 일반적인 팬텀& 픽시 괴담의 기본적인 플롯입니다.
명백히 도플갱어라는 모티브를 지닌 팬텀과 똑 닮은 픽시,
그리고 두 포켓몬의 몸무게와 크기도 비슷하니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괴담에는 살이 붙습니다.
여기서 이제 팬텀과 픽시에 대한 몇가지 의혹이 더 추가되게 됩니다.
사람들이 '도플갱어'의 특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먼저 픽시의 도감설명입니다.
도감설명을 살펴보시면 픽시는 아주 멀리서 들리는 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고 깊숙한 산 속에서 산다고 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의문을 품었습니다.
왜 픽시는 청각이 발달하였고, 자신들만의 장소에 숨어서 사는 것일까요?
게다가 픽시가 살고 있는 던전이 꽤나 음침합니다.
분명 요정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픽시는 음침한 동굴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상반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사람들은 그 이유를 또다시 팬텀에서 찾아냈습니다.
팬텀의 도감설명을 보시면 픽시의 습성이 조금은 이해가 가니까요.
도감설명을 보시면 팬텀은 그림자 속에 숨어서 먹잇감을 노린다고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픽시가 도플갱어 포켓몬인 팬텀을 피해서 달맞이산의 동굴에 숨어 산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빛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으니까요.
자신의 그림자를 완전히 숨길 수 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이야말로 팬텀에게서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은신처인 셈입니다.
자 이것이 점차 살이 붙어가는 팬텀 & 픽시 괴담의 대표적인 모습인데요.
그외에도 픽시의 청각이 발달한 이유가 팬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고 플롯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 괴담이 어떠신가요?
물론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도감설명을 읽어보시면 얼핏 둘의 관계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팬텀과 픽시의 상관관계를 연결하기엔 그 근거들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지요.
아쉽게도 팬텀과 픽시의 관계를 증명할만한 새로운 자료들은 1세대 이후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왜 팬텀이 하필 픽시의 도플갱어로 디자인 되었는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보려고 합니다.
팬텀 시리즈는 아시다시피 1세대 유일의 고스트 포켓몬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팬텀 시리즈는 고스트타입의 일부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고스트타입 그 자체였습니다.
제작진들은 팬텀 시리즈 세마리를 가지고 고스트 타입의 특성을 대변해야 했는데
그들이 반영해야하는 특성중 한 가지는 바로 노말타입과의 상관관계입니다.
노말과 고스트는 아주 재미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각자가 서로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한다는 특징입니다.
이 특징은 마치 서로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노말과 고스트를 대칭 구조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런 특징을 가지고 고스트 포켓몬을 만들려면 마치 노말 타입 포켓몬과 그림자처럼 똑 닮은 고스트 포켓몬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서로가 닮아있는 빛과 그림자 같은 도플갱어 포켓몬이 말이지요.
그렇다면 왜 하필 팬텀은 그 수많은 노말타입 중에서 픽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 이유는 픽시의 진화 전 형태인 삐삐가 본래 마스코트 포켓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삐삐는 포켓몬 제작진들이 밝힌 것처럼 코뿌리에 이어 두번째로 디자인된 포켓몬입니다.
그리고 귀여운 외모와 도감설명, 작중에 등장하는 삐삐인형 등의 아이템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원래 게임의 마스코트이자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려고 했던 포켓몬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인기가 급격히 높아진 피카츄가 대체하고 말았지요..
아무튼 그렇기에 노말타입의 대표주자이자 마스코트인 삐삐와 상반되는 고스트 포켓몬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팬텀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디자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치 배트맨과 조커, 카비와 메타나이트, 링크와 다크링크처럼 말이지요.
사실 최근 들어 픽시가 페어리타입을 얻으면서 팬텀과 픽시의 상관관계는 정말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본래 세대를 거듭하며 포켓몬 시리즈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완성되는 편이지만
팬텀과 픽시만큼은 제작진들이 도플갱어 떡밥을 내려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텀과 픽시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외에도 매우 많습니다.
본래 팬텀이 구현되지 못한 삐삐의 또다른 진화형이었다는 설도 있고
보름달이 뜨는 밤에 팬텀이 나타나는 이유가 보름달 아래에서 춤을 추는 픽시를 잡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지만 이제와서 그 진위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도플갱어 포켓몬으로 유명한 팬텀과 픽시의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단순히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팬텀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지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께서 이전부터 저에게 팬텀과 픽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팬텀과 픽시에 대한 포스팅을 미루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너무 괴담에 가까울 정도로 낭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괴담이면 어떻고 낭설이면 어떨까요?
포켓몬은 그 자체가 가상의 이야기이며, 팬텀과 픽시 괴담은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전승되며 살이 붙어온 도플갱어 포켓몬의 괴담은 그 자체로도 가치있는 이야기임이 증명된 셈입니다.
-고북손의 포켓몬도감
